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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홍명보 유임 결정, 씁쓸한 한국사회의 축소판


딘델라 2014. 7. 3. 12:39

설마했던 홍명보 감독의 유임이 사실화가 되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와 그로인한 엄청난 비난에도 불구하고 홍명보 감독에게 계속 대표팀 지휘를 맡기기로 했다고 결정했습니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브라질 월드컵의 결과에 협회 차원의 책임을 통감하지만 홍감독 사퇴가 해결책은 아니라며 유임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국민들의 희밍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브라질로 떠났지만 좋지 않은 성적을 가지고와 머리 숙여 깊게 사과한다. 모든 질책은 달게 받겠다. 겸허히 수용하겠다.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태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홍 감독을 계속 지지하고 신뢰하기로 결정했다 "

 

축구협회는 홍명보의 계약기간을 보장하고 2015년 아시안컵까지 기회를 줄거라고 합니다. 벨기에전을 마치고 홍감독의 사퇴의사가 있었지만, 아시안컵을 이끌어달라고 만류하며 설득했다고 전했죠. 브라질의 경험을 발판으로 아시안컵서 좋은 성적을 낼거라 기대를 보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당연히 네티즌들의 비난은 거세졌습니다. 그간 축구협회와 홍감독이 보여준 실망스런 과정과 결과를 생각하면 당연히 사퇴가 답이라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16강 탈락 후 모두의 관심은 홍명보 감독의 거취에 쏠렸습니다. 하지만 축구협회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를 보여줬지요. 사퇴와 연임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기사들이 터져나왔고, 이윽고 재신임이 유력하다는 추측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그래도 대중들은 설마하니 비난을 뒤로하고 그렇게 뻔뻔한 결정을 할까 싶었죠.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축구협회는 더욱 답답한 벽창호였습니다. 그들은 언론을 등에 업고 홍감독의 재신임을 은근슬쩍 풀어내며 눈치를 봤습니다. 비난이 상당하지만 그래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아시안컵을 이유로 그의 명예회복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확실히 못박으며 의리의리한 의리축구 현실을 그대로 전해주었습니다.

 

 

희안하게도 홍감독의 유임이 결정되자 언론엔 국민 52%가 홍감독의 유임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보도가 터졌죠. 갤럽이 성인 667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홍명보가 계속 대표팀을 맡아야 된다고 절반 이상이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여론조사 발표가 터진 타이밍이 참으로 기막혔지요. 마치 현실정치의 한장면을 보는 것 같은 이런 언플수준은 축협의 결정을 지지하기 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밀어붙이는 축협의 행태를 보아하니, 한국축구 발전을 외치는 그들의 모습이 가증스럽기까지 합니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들 사이의 의리를 지킬게 아니라, 고질적인 병폐를 스스로 부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지요.

 

 

1무 2패 승점 1점의 H조 꼴지의 성적! 16년만에 단 1승도 못한 최악의 성적으로 16강에 탈락하는 부진을 보여준 한국축구! 2002년 4강 신화를 부끄럽게 만드는 처참한 후퇴였습니다. 결과만 회귀한 것이 아니였습니다. 우린 과정에서도 후퇴하며 선수선발 과정부터 의리논란으로 찜찜하게 했지요. 실전경험이 없던 선수를 버젓이 선발로 출전시키며 경기력을 더 퇴보시켰습니다. 이렇게 홍명보 감독의 경질을 바라는 건 단순히 결과가 최악이라서가 아니였습니다. 이런 참패의 원인이 원칙을 깬 의리와 인맥축구가 만든 결과임을 국민들은 부족한 한국 전력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번 축협의 유임 결정 또한 고질적인 의리축구의 연장선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간의 노력을 증명하는 월드컵에서 실패한 후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월드컵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서 아시안컵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과연 누가 그것을 인정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우물 안 개구리라 안타까워하지나 않을런지. 우린 꿀조라며 자만했던 H조에서도 세계의 벽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시안컵으로 보상받으면 된다는 이런 안일함을 가지고, 과연 좋은 결과를 얼마나 바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변화보다는 안주를 택한 축협의 선택으로 아시안컵마저 망신당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축협의 홍명보 유임은 마치 한국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좋은게 좋은거라는 인맥과 의리에 기댄 한국스포츠계 현실 속에서 선수들의 미래는 보장될 수 없겠죠. 마찬가지로 학연 지연에 기댄 심각한 인맥상이 결국 관피아 같은 우리 사회의 병폐를 낳게 했습니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도 그저 변명거리만 찾고 넘어가면 그만일 뿐, 변하는 건 없는 경직된 조직문화가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암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스포츠마저 이런 병폐로 썩어가는 걸 본 국민들은 더욱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홍명보의 사퇴를 바란건 그가 보여준 축구가 이런 병폐를 담고 있기 때문이고, 적어도 축협의 잘못된 문제를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결정으로 또 다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양보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너무나 한국사회의 여러 모습과 똑 닮았습니다.

 

국가대표가 누군가의 면죄부를 위해서 운영되는 게 아니기에, 자꾸만 실망만 주는 축협의 처사가 정말 씁쓸합니다. 결국 축구발전을 저해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축협에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축협의 이런 행태를 보면 '한국축구는 죽었다'며 엿을 던진 팬들의 분노가 십분 이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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