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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이성민, 이런 상사 또 있을까? 시청자 사로잡은 반전매력 본문

Drama

미생 이성민, 이런 상사 또 있을까? 시청자 사로잡은 반전매력


딘델라 2014. 10. 25. 09:42

'우리애만 혼났잖아!!' 지난 주 장그래(임시완)에게 진한 동료애를 전한 뭉클한 오상식 과장(이성민)의 한마디는 시청자마저 감동시켰다. 딱풀 사건을 통해 드러난 동료애의 의미는 장그래의 변화를 이끌었다. '혼자하는 일이 아니다'란 의미를 철저한 외로움 속에서 깨닫지 못할 때, 오과장의 '우리애'란 말이 장그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다들 바쁘게 자기 일만 하는 듯 보여도 결국 그들이 향하는 목표는 똑같다. 겉으로는 냉혹해 보여도 알고보면 모두들 동료애로 뭉친 곳, 그곳이 바로 회사였다.

 

 

첫 입사한 장그래를 통해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처음에는 차가움과 외로움으로 대변되었다. 그러나 점점 장그래가 바라보는 회사는 버텨보고 싶은 곳으로 바뀌어간다. 안될 것이라는 야멸찬 무시 때문에 오기가 발동하기도 했지만, 바둑이란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철저히 혼자였던 장그래에게 우리를 강조하는 회사는 절실히 속해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혼자하는 일이 아니라면서 혼자이게 만드는 냉대에 상처만 쌓여갔다. '여기서도 나는 혼자구나!' 그런 외로움이 극에 달한 순간, 오과장이 내뱉은 '우리애'란 말이 장그래를 한없이 설레게했다.

 

 

차가워 보이는 회사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매번 까이고 자기 일만 신경쓰지만 또 다른 이면에는 상대의 속사정을 몰래 생각해주고 달콤한 결과를 얻은 후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바쁜 경쟁 이면에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는 이유, 결국 그 안에도 따뜻한 인간미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냉혹하기만 하다면 절대로 이 힘든 곳을 버틸 수 없다. 결국 살아가게 하는 힘은 우리라고 부르는 인간애의 발로였다.

 

 

이처럼 미생에서 장그래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는 오과장이었다. 낙하산 장그래를 처음에는 편견의 눈으로 보지만 또 열심히하는 장그래를 마냥 밀쳐낼 수 없었던 마음 약한 오과장은 딱풀사건 이후 장그래에 대한 마음을 활짝 열게 된다. 물론 장그래에게 관심없는 척하면서 남몰래 관심을 보냈다. 그것을 '츤데레' 캐릭터라고 보통 부른다. 겉으로는 쌀쌀맞아도 뒤에서 다 챙겨주는 타입이었던 오과장이 딱 츤데레의 정석과도 같았다. 오해한 미안함과 살아남겠다고 용쓰는 장그래가 자꾸만 눈에 밟혀서 겉으로는 차갑게 틱틱거려도 결국은 장그래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오과장은 참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미생3회는 이런 오과장의 반전매력이 더욱 빛났다. 드디어 장그래에게 기회를 준 오과장은 장그래가 무역용어를 모르자 사전을 툭 던져주며 공부하라고 한다. 물론 겉으로는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며 으름장을 놓지만, 결국 있는 동안이라도 열심히 하라는 뜻이었다. 노력이 다라고 생각하는 장그래는 무역사전을 사흘만에 외워 팀원들을 놀래킨다. 의외로 꽤 쓸만한 놈일지도 모른다는 걸 점점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며 알리게 된다.

 

 

하지만 장그래에게 큰 시련이 닥친다. PT파트너 한상률(변요한)의 얄미운 짓이 순한 장그래마저 열불나게 만든다. PT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장그래에게 입으로만 지시만하는 한상률! 그 역시 인턴들 사이에서 개죽이로 불렸던 또 다른 폭탄이었다. 배우 변요한이 능글맞게 연기해서 얄미운 짓을 해도 이상하게 매력적이었던 한상률의 등장은 장그래에게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게 한다. 하필 영업3팀 수출건이 잘못되서 난리가 났는데, 한상률마저 파트너십을 잊은 채 장그래를 속타게 만든다.

 

그때도 오과장은 장그래에게 결정적인 훈수를 주었다. 물론 겉으로는 전혀 관심없는 척했지만, 은근히 장그래에게 PT가 잘되가냐고 툭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한상률을 공략하는 법을 장그래에게 친절히 가르쳐줬다. 장그래가 훅 들어고는 건 싫어했지만, 또 자기가 갑자기 훅 치고 들어갔다. 그러니 장그래가 오과장의 한마디에 설랠 수 밖에. 장그래는 오과장을 간파하며 그의 진가가 인간적인 상사의 면모임을 점점 알아갔다. 장그래는 오과장이 알려준대로 한상률에게 중심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강하게 나갔다. 바둑의 세계에서 단단한 승부사 기질을 쌓았던 장그래는 의외로 강함도 지닌 쓸만한 놈이었다.

 

 

그런데 한상률은 만만치 않았다. 나이도 한살이나 많았기 때문에 몇살이냐고 호기있게 나갔던 장그래는 금방 깨갱할 수 밖에 없었다. 오과장은 장그래가 한상률에게 당하는 게 못마땅했다. '우리애!' 란 동료애가 역시나 마음쓰이게 했다. 그래서 장그래를 불러서 다그치는 데 오히려 오과장은 장그래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중심을 잡으려면 중심에 들어가야 한다. 오기와 자존 심만 굽혀선 이룰 수 없다. 얄미운 한상률도 결국은 나보다 낫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부끄럽지만 일단은 내일은 살아남아야 한다' 인정도 빠르고 깨달음도 빨랐던 장그래는 최선을 위해 자신이 희생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장그래를 통해 오과장은 징계위기에 놓인 김대리를 구할 용기가 생겼다. 자존심 때문에 전무에게 굽히기 싫었던 오과장이 장그래의 한마디에 전무에게 달려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오과장은 쌀쌀맞지만 의외로 포용성이 넓은 인물이다. 무심한 척 주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그것을 포용했다. 그러니 기회를 달라는 장그래의 말도 마음 속에 콕 박혀 장그래를 품을 수 밖에. 알고보면 누구보다 인간적인 오과장은 정말 멋진 상사의 전형이었다.

 

그런 오과장이 한상률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는 장면이 명장면이었다. 엘레베이터에서 한상률과 단둘이 마주친 오과장은 발을 걸어 한상률을 넘어뜨린다. 그리고는 걱정하는 투로 괜찮냐고 하체가 부실하다며 창피함을 주었다. '우리애를 건드리는 건 절대 못봐줘!' 마치 그리 말하는 듯한 오과장의 복수는 통쾌하면서도 멋졌다. 이런 상사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오과장의 동료애는 충혈된 눈 만큼이나 진했다. 흡사 자식 잘되라고 넓은 마음으로 감싸준 아버지처럼 깊고도 진했다. 그래서 장그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왠지 먹먹함이 밀려온다.

 

장그래의 처지를 알고 은근히 그를 돕고자 최선을 다했던 오과장은 또 PT준비에 대한 노하우를 전했다. '소리내서 연습해라!' 장그래는 따뜻한 조언에 마음이 뛰었고 더욱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게 츤데레였지만,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그래서 장그래는 한상률이 오과장을 무시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한상률과 옥상에서 치고 박고 싸운 장그래에게 오과장은 단순한 직장 상사가 아닌 인생의 멘토나 다름이 없었다. 이렇게 장그래는 오과장과 함께 성장해갔다. 순했던 그가 험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동료애였다. 결과를 위해서 서로 싸우지만 결국 함께하는 일이기에 정글에서 버틸 수 있던 것이다.

 

 

 

이처럼 너무나 만나고 싶은 그래서 닮고 싶은 인간적인 냄새가 진동하는 오과장은 직장상사에 대한 판타지가 투영된 멋진 캐릭터였다. 장그래 만큼이나 눈에 띄는 오과장 캐릭터는 배우 이성민을 만나 더욱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변화무쌍한 오과장의 반전매력을 기막힌 연기력으로 정겹게 표현한 이성민 때문에 오과장이 친근하고 멋지고 때론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임시완의 순한 듯 강단있는 연기와 이성민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가 미생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이유였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합이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미생이 3회만에 시청률 3%를 돌파했다.

 

응사 이후 케드의 강렬한 설램은 오랜만이다. 잔잔한 듯한 에피소드 안에 강한 흡입력이 존재하고, 웹툰 속 인물들이 배우들의 좋은 연기력으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케이블 드라마지만 공중파를 능가하는 퀄리티가 최고였다. 원작을 대하는 진지함이 좋은 퀄리티를 만들고, 재미와 감동은 강한 입소문을 만들었다. 이런 미생이 더욱 성공해서 지상파들도 긴장감을 얻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미생이 그 강한 열망을 드라마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다음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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