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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장그래(임시완) '그래도 바둑이니까', 시청자 감동준 위로의 한마디 본문

Drama

미생 장그래(임시완) '그래도 바둑이니까', 시청자 감동준 위로의 한마디


딘델라 2014. 11. 16. 15:58

미생은 매회가 감동의 연속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회사일이 특별하면 얼마나 특별할까? 그러나 미생은 그런 샐러리맨들의 일상을 어떤 영화보다도 긴장감 넘치고 감동적인 일상으로 그려냈다. 중요한 것은 의미부여였다. 평범하게 돌아가는 일상이 세상 어떤 것보다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긍지를 심오한 철학들도 녹아냈다. 그래서 미생을 보고 있으면 리얼한 사회생활 묘사에 짜증나고 답답하지만 또 그 일상을 돌아보고 정의내린 생각들이 가슴 먹먹하게 다가왔다.

 

 

" 당신 실패하지 않았어. 입사하고 나니 성공이 아니라 문을 하나 연 것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성공은 자기가 그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

 

바둑이란 과거의 족쇄가 트라우마가 되었던 장그래에게 실패자가 아니라며 전해준 김대리의 한마디는 깊은 울림을 전했다. 우린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수능에 매진하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면 취업이란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취업이 성공의 모든 것이라 믿고 매진하지만, 막상 취업을 하면 그것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임을 느낀다.

 

 

그래서 당찬 인턴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해서 신입 4인방에게 닥친 상황이 특별할리가 없었다. 어디서든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다시 배워야하고 또 적응함을 의미한다. 배정된 팀에서 그들은 그저 기본도 모르는 신입에 불과할 뿐이었고,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은 스스로 극복할 또 하나의 관문이었다. 그래서 취업이란 성공에 도취될 새도 없이 그들은 좌절을 먼저 맛보았다. 축구공에 콩쥐에 배추에 그리고 호구까지! 여기저기 까이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그들이 성장하면 그것이 곧 성공이었다.

 

이처럼 성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였다. 실패에서도 무언가 배웠다면 그리고 성장했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고 성공이었다. 그렇게 성공이란 자기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린 문제였다. 그래서 장그래는 실패한 게 아니였다. 그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그 바둑마저 그를 성장시킨 과정이었고 그런 경험이 쌓여서 지금의 장그래가 있던 것이다. 그래서 좌절해선 안 된다. 수능 대학 취업....그 과정에서 잠시 주춤했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그것들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에 그저 과정들이기 때문에! 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달린 문제였다.

 

 

" 장백기씨 내일 봅시다 "

 

장백기(강하늘)가 기본을 보지 못한 것도 성공에 대한 거창한 수사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완벽한 엘리트코스를 밟은 장백기에게 기본이란 무시로 들렸다. 모두가 목매던 성공의 레이스를 홀로 달릴 줄만 알았지, 정작 조직에서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그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사수인 강대리(오민석)가 기본을 들먹일 때마다 그저 자신을 미워하는 소리로만 들렸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조직 속에 자신을 맞출 줄 알야 한다. 단순한 서식조차 조직이 원하는 양식을 따르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소통에서 조차 막히는 것이다.

 

장백기는 반려된 결제요청서를 보고서야 뒤늦게 강대리의 깊은 뜻을 깨닫게 되었다. 누가 봐도 기본이 안 된 양식이었다. 장그래도 그렇게 안 한다는 오과장의 허허실실 속엔 뼈가 있었다. 거창한 기획서로 나를 증명하는 게 높은 스펙의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장백기! 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기본이 있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 그가 무시했던 그 기본을 충실히 따르며 주어진 기회를 성실히 마주하는 것도 성공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어디를 간다 한들 장백기가 적응할 수 있는 회사가 있을까? 강대리는 그것을 스스로 일깨우길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그제서야 강대리가 다시 보인 장백기는 그가 얼마나 좋은 사수인지 느낄 수 있었다.

 

어렵게 한걸음을 땐 장백기에게 강대리는 " 내일 봅시다 " 란 말을 남겼다. 거창하지 않은 말이 었지만 따뜻한 응원의 말이었기에 묘한 감동을 전했다. 사소한 것에서도 큰 의미를 담아내는 것, 미생이 대단한 이유다. 오민석이란 배우가 짧은 등장에도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김대리도 그렇고 강대리도 그렇고 멋진 사수에 대한 판타지를 배우들이 탁월한 연기력을 뽑내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참으로 정직하다. 조연배우들의 재발견이 어느 때보다 즐거운 미생! 공중파가 부럽지 않은 이유였다.

 

 

" 그래도 바둑 세상과 상관없이 그래도 나에겐 전부인 바둑. 왜 이렇게 처절하게 치열하게 바둑을 두십니까? 바둑일 뿐인데.....그래도 바둑이니까. 내 바둑이니까. 내 일이니까. 내게 허락된 세상이니까.... "

 

잔잔한 감동어록들이 깊은 울림을 준 미생! 그 방점은 10회 장그래가 완성했다. 미생 10회는 거만하고 얄미운 박과장(김희원)을 향한 영업3팀의 통쾌한 한방이 그려졌다. 성희롱과 인신공격 등 무례한 박과장의 등장은 영업3팀으로선 최대 난관이었다. 근무태만까지는 그런다고 쳐도 오과장(이성민)이 가장 싫어하는 신념까지 저버린 그의 오만방자한 태도 때문에 가장 괴로운 건 장그래(임시완)였다. 고졸 낙하산이란 무시로 장그래를 괴롭히는 김희원의 밉상스런 연기가 탁월하다 보니 덩달아 욱하기가 여러번이었다. 그런 욕나오는 박과장의 행태 때문에 더욱 돈독해진 김대리와 장그래! 지나친 희생과 타협이 장그래의 과거 때문임을 알게된 김대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게 된다.

 

 

그런데 박과장이 영업3팀으로 온 목적은 따로있었다. 박과장이 제안한 아이템이 알고보니 비리로 얼룩진 사기였던 것이다. 오과장은 수상함을 눈치채고 감사팀에게 이를 알렸다. 협력업체에 친인척들을 세우고 자신도 가명을 이용해서 대표로 앉았다. 그렇게 협력업체의 이익을 높게 책정해서 이익을 챙기고 있던 것이다. 장그래의 결정적 한 수로 모든 비리가 탄로났다. 마치 탐정이 된 듯 뛰어난 추리력을 자랑했던 장그래의 강한 한방에 박과장은 몰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박과장의 몰락은 한편으론 씁쓸함을 남겼다. 그도 처음부터 비리사원은 아니였다. 최대 계약을 따내며 누구보다 우수한 직원이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보상심리가 발동하게 되었다. ' 돈은 니들이 다 쳐먹고 난 월급만 받으면 땡이냐? ' 아무리 계약을 따내도 내 돈이 아니라는 자괴감으로 재미가 없었다. 더 많이 보상받고 싶었다. 그래서 리메이트를 챙기고 불법을 저질렀다. 그렇게 쉽게 돈버는 방법을 알게 되니 처절하게 일하는 것이 우수워졌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들 그렇게 아둥바둥 살까? 세상 무서울 것 없이 기고만장해질 때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고정적인 월급이 한없이 비루하다 느껴진다면 우린 쉽게 유혹에 흔들릴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박과장의 일탈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누구나 박과장이 된다면 이 세상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결국은 끝없이 차오른 욕망이 신념을 이긴 것이다. 그런 박과장들이 이 세상을 부조리하게 만들기에 우린 무엇이 더욱 희망을 위한 아름다운 선택인지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오과장의 타협을 모르는 신념이 흔치 않기에 우린 오과장을 응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족을 모르는 보상심리는 결국 화를 부른다. 그 화는 아무 죄없는 이들까지 미쳤다. 정의를 실현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고, 그래서 영업부장은 결정권자로서의 책임을 각오해야 했다. 한번 눈감으면 더 편했겠지만 그러지 않았기에 돌아온 상처였다. 누군가는 바보같다 말했을 것이다. 비리쯤 한번 눈감아도 되었을거라고 말이다. 고작 개미로 치열하게 살아갈 뿐인데 무슨 영광이 온다고 하면서 말이다.

 

" 남들이 우리더러 넥타이 부대니 일개미라고 하고 나 하나쯤 어찌 살아도 사회든 회사든 아무렇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 일이 지금의 나야..." 김대리의 말처럼 내가 어찌살건 티나지 않다 해도 나의 일이니까 묵묵히 일할 뿐이었다. 남들의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어찌 자부하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묵묵히 자기 일을 완수하기 때문에 이 험한 세상도 지치지 않고 돌아가는 게 아닐까? 

 

 

 

영광을 바래서 하는 일이 아니다. 내 일이니까. 장그래는 이를 바둑에 비유해서 모두에게 위로의 말을 감동스럽게 전했다. " 그래도 바둑이니까. 내 바둑이니까. 내 일이니까. 내게 허락된 세상이니까.... " 평범한 일상 왜 그렇게 치열하게 바쁘게 살아가는가? 박과장이 이해할 수 없었던 그 해답은 다른 게 아니였다. 우린 바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내 일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었다. 기본을 드디어 깨달은 장백기가 회사에 남기로 결정한 것처럼, 무모해도 열심히 하려는 안영이의 끈기가 쌀쌀맞은 하대리를 서서히 돌리고 있는 것처럼, 고졸 낙하산 장그래가 처절하게 사회생활에 적응해가려 애쓰는 것처럼! 우린 각자의 자부심으로 사회생활을 버티는 각자의 바둑을 두고 있다. 다름아닌 내게 주어진 일이라는 그 사명감으로 묵묵히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그들의 일상은 위대하다. 미생은 그 가치를 일깨우며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를 전하고 있다. 이런 진한 여운을 뛰어난 작품성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담아내고 있는 미생은 수작이란 평가가 아깝지 않았다. 감동은 공감을 만들고 번지기 마련이다. 미생은 10회만에 6%에 근접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토요일 선택폭이 넓은 주말시간대마저 오히려 상승세를 탔다. 원작의 깊이를 탁월하게 증명하고 있는 미생의 놀라운 상승세가 지상파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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