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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임시완-강하늘, 빵터진 만취연기, 드라마 살린 환상의 케미 본문

Drama

미생 임시완-강하늘, 빵터진 만취연기, 드라마 살린 환상의 케미


딘델라 2014. 12. 6. 13:11

지난주 미생은 비정규직의 아픔을 보여주며 진한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계약직에게 '우리'란 허무하고 한시적인 꿈 같은 말이었다. 단지 같이 일하고 싶은 것인데 그런 바램도 허락을 받아야 되는 현실! 그래서 오차장은(이성민)은 장그래(임시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더 고통임을 알고 무조건 안 된다고만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로 그들에게 고통도 가치있다며 희망을 주려하지만, 현실은 아프면 아픈 게 다일 뿐이요 아무런 대책도 없이 버려지는 그런 비정한 게임판이었다. 그래서 장그래는 비참한 현실을 알려주던 오차장의 마음이 오히려 장그래를 생각한 위로였음을 알게 되었다.

 

 

" 그래도 아직 1년이나 남았잖아? 같이 걸을 수 있는 길! " 짠하게 웃던 장그래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장면은 마음 아팠다. 장그래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은 1년을 더 잘 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밝고 우렁차게 아침인사를 건냈다. 우리가 같이 일하는 것이 계속되지 못한다 해도 남은 하루 하루를 감사히 보내고자 다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그래의 애써 밝은 모습이 더욱 짠하게 느껴졌지만 우리가 장그래에게 보낼 수 있는 위로는 사실 없을 것이다. 그것이 지독한 현실이기에, 그런 현실을 만든 게 우리 사회기 때문에! 그래서 스펙도 없는 고졸 낙하산은 그저 열심히 주어진 기회를 살려내려 애쓸 뿐이었다. 바닥부터 시작하는 간절한 몸부림을 마구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몸부림 끝에 얻어지는 결과들을 장백기(강하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장백기의 눈에 장그래는 딱 그가 보여줄 그릇 만큼만 해야 할 사람이었다. 왜 내가 아니라 장그래일까? 철강팀의 위기마저 장그래의 아이디어로 돌파하게 되니까 더욱 참을 수 없었다. 정답은 모르지만 해답을 아는 사람! 장그래를 향한 주변의 칭찬에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노력으로 쌓은 스펙들이 보잘 것 없는 장그래보다 못하단 말인가? 장그래에게 오지랖을 피우지 말라는 못난 말까지 했다. 장그래는 장백기와의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 거리감은 어쩔 수 없었다. 장그래 캐릭터는 판타지기 때문에 현실이었다면 더욱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이날 장백기가 만난 인턴 동기 이상현이 장그래를 향해 열폭하는 장면이 나온다. 낙하산 장그래 때문에 희생되었다며 장그래와 우리는 같지 않다고 울분을 터트렸던 이상현은 공평한 기회란 없다고 외쳤다. 자신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들인 노력이 얼마인줄 아냐며 역차별을 운운했다. 이상현은 얄밉지만 맞는 소리를 했다. 남들이 보기엔 장그래는 쉽게 잡을 수 없는 기회를 거져얻은 행운아였다. 그래서 그런 장그래가 승승장구하는 걸 장백기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이렇게 극과 극의 배경 속에서 좀처럼 친해질 수 없었던 장백기가 장그래를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재밌는 에피소드로 펼쳐졌다. 미생판 '쩐의 전쟁'이었다. 얼마전 무도가 '쩐의 전쟁'을 통해 장사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했던 것처럼 오차장은 기획서가 까인 장그래에게 장사의 기본을 배우라며 숙제를 냈다. 10만원으로 물건을 사서 몇배로 불려라! 상사맨의 자질 중 하나가 무엇이든 팔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신입들의 통과의례 같은 미션에 장그래와 장백기가 함께 나섰다. 장백기는 또 장그래와 엮여야 한다는 데 불만이었다.

 

장그래는 무조건 싼 물건을 사서 많이 팔겠다는 함정에 쉽게 걸려들어 양말과 팬티를 무작정 사고 말았다. 그러나 이는 고난의 시작이었다.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팔겠다는 것인가? 좀처럼 생각나지 않았다. 장백기는 그런 와중에 호기롭게 자신의 잘나가는 대학선배를 찾았다. 장그래는 없는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였다. 후배 이뻐하는 선배라면 무조건 쉽게 사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선배는 실망한 듯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며 단번에 거절했다. 장백기는 선배 앞에서 망신을 당한 것 같아서 장그래가 더욱 원망스러웠다. 자기가 귀찮다고 아무거나 사라고 해놓고도 무조건 장그래 탓만 했다. 좁힐 수 없는 간극에 그저 투닥거리는 것 밖에는 없었다.

 

결국 장그래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하철에 올랐다. 쪽팔림을 각오하고 라도 팔겠다는 것이었다. 장백기는 도저히 자존심이 상해서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장그래는 혼자서 무릎까지 꿇어가며 승객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남의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꺼내기가 어디 쉽던가? 현실판 '쩐의 전쟁'은 예능과 달리 비참했다.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데 왜 저렇게까지 하지? 간절하다는 장그래의 말을 이해할 수 없던 장백기는 불쌍하게 내쳐지는 장그래를 보면서 그 절실함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어쨌든 두사람은 다른 선택을 했다. 자존심까지 버릴 만큼 장그래는 간절했던 것이다.

 

 

자존심! 어쩌면 그 차이 때문에 장백기는 기본조차 무시했다는 걸 깨닫지 못했던 게 아닐까? 그 자존심이란 결국 자신이 쌓은 노력들이 보상받기를 원하는 심정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장그래는 이미 자신이 매달렸던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부터 자존심이란 사치스런 말이 되어 있었다. 장백기는 그런 장그래의 아팠던 인생을 한국기원에 들어서며 마주할 수 있었다. 양말을 팔겠다고 사라진 장그래의 뒤를 밟아 기원에 들어선 장백기! 그곳에서 프로기사를 꿈꿨던 장그래의 과거를 알게 되었다. 유망주로서 잘나갔던 장그래가 바둑을 포기하기까지 아팠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음은 어딘가 짠할 수 밖에 없었다. 바둑이 인생의 전부였던 청년이 바둑을 그만두고 물건을 팔겠다고 온 심정은 비참함의 끝이었다. 물건은 결국 팔 수 없고 수많은 동정들만 쌓여갔다. 애초부터 끝을 봐야하는 종목에서 끝을 보지 못하면 실패자 밖에 되지 못했다. 장그래는 더이상 실패자란 꼬리표를 달기 싫어서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장그래가 물끄러미 기원을 바라볼 때 그것을 몰래 바라본 장백기는 측은지심이 들었다. 분명 나와 다른 길을 걸었지만 장그래가 갔던 그 길도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되니 장백기는 장그래가 조금은 달라 보였다.

 

 

이렇게 짠했던 두 사람의 고군분투 속에서 어느새 공감대가 싹텄다. 누구나 각자의 바둑을 쉴 새 없이 두었을테고 그것을 쉽게 평가하고 무게를 재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공평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해는 할 수는 있었다. 장백기가 장그래를 인정하게 된 과정은 그래서 감동이었다. 미생은 이런 먹먹한 감정을 빵터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장그래와 장백기의 만취 장사가 그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게 된 두 사람이 술기운에 취해 상사맨들이 드나드는 사우나에서 양말과 팬티를 판 것이다. 진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것! 장사의 기본을 빵터지는 만취 연기로 표현해낸 장면이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술에 취해서 쪽팔림도 잊고 빵터진 호객행위를 이어갔다. 소소한 코믹대사들이 어찌나 웃기던지. 비참한 현실에 짠했던 감정들까지 한방에 날려버렸다. 장사의 신에 빙의된 듯 양말과 팬티를 거침없이 팔아제낀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 손발이 척척맞는 최강의 콤비였다. 능청스런 장그래의 장사술에 미소가 절로 난 장백기는 가슴을 움직이는 장그래의 이면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었다. " 장그래씨 난 아직도 장그래씨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일 봅시다. " 장백기는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열고 장그래를 인정하게 되었다. 살아온 시간은 다르나 그 시간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장백기가 장그래에게 던진 '그래도 내일 봅시다'란 대사가 정말 감동이었다.

 

 

 

이처럼 이날의 감동을 극대화시킨 것은 임시완과 강하늘의 환상의 케미였다. 두 사람은 닿을 수 없는 각극을 섬세한 감정연기로 잘 표현했으며, 게다가 빵터지는 리얼한 만취연기로 최고의 볼거리까지 선사했다. 정말 술먹고 연기한게 아닐까 싶을 만큼 두 사람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배우들의 연기합이 좋으니 어떤 장면이든 몰입도가 크다. 20대 남자배우들이 기근인 상황에서 이렇게 연기 잘하고 비주얼 좋은 배우들이 묵직한 존재감을 뽑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미생은 7%를 넘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임시완 강하늘의 만취연기는 10%대를 훌쩍 넘긴 순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을 제대로 웃기며 감동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 속 배우들의 케미가 미생을 살리고 있다. 회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들의 순간적인 눈빛연기처럼 섬세한 연기들이 상황을 설명할 때가 많은데,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막히게 해내며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신입 4인방의 활약이 눈에 띈다. 변요한 강소라 임시완 강하늘! 이들의 사연들이 핵심이 되서 짠했던 15회는 어느 때보다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16회 변요한의 눈물연기가 예고되며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깊어진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욱 미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음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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