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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충격 반전에 담긴 강렬한 메세지 본문

Drama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충격 반전에 담긴 강렬한 메세지


딘델라 2015. 11. 26. 14:00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아치아라)'은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탄탄한 극전개로 주목받고 있다. 경쟁작이 히트하는 속에서도 아치아라는 매니아를 형성하며 호평을 받았다. 문근영과 신은경이 출연하는 아치아라가 주목받는 건 배우들의 실감난 연기 뿐 아니라 신선한 극본 자체에 있다. 아치아라라는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김혜진(장희진)과 한소윤(문근영)의 실타래를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풀어가고 있다.

 

 

한소윤은 오래전 헤어진 입양아였던 언니를 찾아서 아치아라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치아라는 범죄없는 마을이란 명성과 다르게 비밀이 가득한 곳이었다. 사람들은 이해관계로 얽힌 서창권의 집안에 꼼짝 못했다. 그래서 마치 기득권에 침묵하는 현실을 풍자하는 듯한 면도 있었다. 이런 수상한 마을이 무성한 말을 낳았던 김혜진의 시체가 2년만에 발견되면서 발칵 뒤집혔다. 동시에 전국은 연쇄살인사건으로 들썩였다. 여성들이 순차적으로 살해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은 모두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언니를 찾는 한소윤의 등장과 함께 마을은 시끄럽게 변했다. 한소윤은 침착하게 언니의 행방을 찾는데 집중했고, 여러 사건들을 접하며 아치아라는 절대 평범한 마을이 아니란 게 하나씩 드러났다. 그리고 불륜녀로 낙인 찍혔던 김혜진이 자신의 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니를 찾는 동안 계속해서 김혜진의 사건이 주변을 맴돌았다. 아무도 찾지 않았지만, 모두가 김혜진을 알았다. 작은 마을에 무성한 소문은 삽시간에 번졌다. 그녀가 서창권 집안에 접근하며 불륜을 저지른 사건을 알았지만, 자신들에게 해가 갈까 침묵하며 외면할 뿐이었다.

 

 

하지만 김혜진에겐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자신의 가족을 찾기 위해서 김혜진으로 분해서 아치아라에 왔다. 그녀가 서창권에게 접근한 것 역시 가족과 얽힌 비화였다. 언니의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 언니는 모두가 반기지 않는 아이였다. 부계와 모계가 아치아라에 존재했다. 모계쪽 사람은 서창권이란 마을 최고의 기득권을 쥔 권력자의 아내 윤지숙(신은경)이었다. 윤지숙은 김혜진이라면 치를 떨었다.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여자 이기 전에 김혜진은 윤지숙의 어머니가 낳은 사생아였다. 그것도 충격적인 성폭행에 의해서였다.

 

 

이렇게 아치아라는 죽은 김혜진의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서 다양한 암시들이 등장했다. 도대체 김혜진을 누가 죽였는지. 그리고 김혜진은 왜 아치아라에 왔는지가 궁금증을 낳았다. 시청자들의 추리가 쏟아지며 이들의 비밀을 다각적으로 풀어갔다. 그런데 김혜진의 정체에 대한 반전은 끝이 아니였다. 성폭행범인 부계로 부터 유전병까지 물려받은 김혜진은 가족을 찾는 게 절실했다. 그러나 그녀의 존재 자체가 이들 가족에게 고통이었기에 그녀는 큰 상처를 받는다. 두번이나 버려진 김혜진은 홀로 외롭게 지낸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고 게다가 불치병까지 얻었기에 더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기증을 하기로 한 이의 정체는 다름아닌 윤지숙이었다. 그녀가 김혜진의 진짜 생모였다.

 

당시 성폭행을 당했던 건 윤지숙의 엄마가 아니라 윤지숙이었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당한 윤지숙은 아이까지 임신하는 엄청난 일을 겪었다. 윤지숙은 그 아이를 괴물이라며 아이를 출산하고 태연하게 그림을 그렸다. 그만큼 어린 윤지숙에겐 김혜진의 존재는 몸에서 빨리 떼어내고 싶은 살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윤지숙의 엄마는 모성애로 딸의 상처를 감싸며 김혜진을 입양시켰던 것이다. 김혜진은 가족을 찾고 싶었지만 이들 가족에겐 김혜진은 몸서리치는 기억이었다. 더욱이 어린 딸의 지울 수 없는 상처였기에 김혜진은 나타나선 안 될 존재였다. 그래서 윤지숙은 김혜진에게 더욱 모질었고 그녀의 존재를 강하게 거부했던 것이다. 때론 지나칠 정도로 악독하고 권력자 남편에게 강하게 집착하는 면모까지 보이며 욕망에 사로잡힌 모습 또한 어쩌면 윤지숙의 트라우마가 만든 결과였다.

 

 

그래서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윤지숙의 악독함의 이유가 충격 반전에 한순간에 이해되었다. 자신의 딸 유나에게 조차 유독 모성애가 없는 모습을 보였던 윤지숙! 그녀가 아이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서창권의 권력에 기댈 때였다. 그래서 유나가 계속해서 말썽을 부리자 그녀는 아들을 만들어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싶어했다. 그런 집착 끝에 결국 아이를 임신했다. 그리고 남편과 시어머니까지 그녀를 외면하려 할 때는 무서운 속내를 드러내며 이들을 옭아맸다. 이런 모성애가 없는 윤지숙의 욕망에 찬 모습은 때론 괴물처럼 비친다.

 

하지만 그녀가 괴물이 된 이유는 어릴적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성폭행이 어린 그녀의 인격까지 삐뚫어지게 만든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을 완전히 바꿔놓은 충격적인 사건! 그래서 그녀는 살기 위해서 강자에 집착했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생존을 택했다. 과거는 그녀의 성장배경을 남다르게 만들었고, 그녀의 인생마저 완전히 바꿔놓았다. 겉으로는 신데렐라처럼 살았지만, 그녀는 무서운 괴물이 되어 있었다.

 

끔찍한 일을 당한 윤지숙이 김혜진에게 모성애를 보일 수 없던 건 당연했다. 사리판단을 하기 힘든 어린 나이에 자신을 아프게 한 아이는 그저 괴물일 뿐이었다. 그래서 김혜진에게 모질었던 그녀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된다. 그녀에게 누구도 모성애를 강요할 수 없다. 김혜진의 버려진 삶이 불쌍하나, 윤지숙이 짊어졌던 상처의 무게는 그 이상이었다. 당연히 갑자기 찾아온 아이의 간절함에 귀기울일 여유는 없었다. 김혜진은 자신의 몸에서 나온 괴물이 준 괴물에 지나지 않았기에! 모녀의 관계를 성립시키기엔 이들의 상처가 너무 깊다.

 

그래서 윤지숙의 대사가 참 아팠다. " 찐뜩찐뜩 나한테 달라붙은 아이가 구역질나 더러워 끔찍해! 그 아이 사람인줄 알아요? 그 아인 괴물이야 " 여전히 어린 상처를 지우지 못하고 어른이 된 윤지숙이 내뱉는 대사는 성폭행의 끔찍한 트라우마를 보여줬다. 성폭행의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지울 수 없다. 어린 나이라면 더욱 더! 괴물이 된 윤지숙을 만든 괴물의 추악한 범죄가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윤지숙의 아픔을 대변한 신은경의 소름돋는 연기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매회마다 선보이는 명연기는 시청률로 평가받기엔 아까운 드라마 아치아라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처럼 누구도 윤지숙을 욕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피해자임에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이겨내며 살아야 했다. 가해자를 찾아서 벌을 주어야 함에도 세간의 시선이 두려워 이들은 숨어야 했다. 또 다른 성폭행 피해자 가영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피해를 당했음에도 남편에게 버림받았다. 자신이 당한 일도 끔찍한데 자신에게 돌아오는 손가락질은 더욱 끔찍했다. 이렇게 이들의 상처를 지켜주기 보다 상처를 후벼파는 주변의 편견이 더 무서운 일이었다. 그래서 가영이 엄마가 차라리 모진 일을 당하고 낳은 딸을 더 기대고 산지도 모른다.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차라리 상처 가득한 딸이라도 모성애로 감싸며 산 그녀의 인생이 기구하다. 그것 역시 그녀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었을지도. 그런데 그 딸마저 허무하게 보냈으니...가영이마저 유전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결국 성폭행이 빚은 상처를 그대로 물려받은 김혜진과 가영이가 죽었다. 그리고 이들을 낳은 친모들의 삶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게 되었다. 딸의 죽음으로 이들은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이토록 모든 여자들의 인생을 참혹하게 몰아간 성폭행범은 용서가 안 된다. 대광목재를 운영하는 성폭행범은 자신의 과거를 과거일 뿐이라며 새로운 평범한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그것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일인지. 그가 뿌린 일로 누군가의 인생이 엇나가 버렸는데, 가해자 자신은 끝까지 이기적으로 자신만 생각했다. 마을 안에 자신이 뿌린 씨앗이 상처를 머금고 살아가고 있는데도 자신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새인생을 살겠다는 엇나간 욕망을 꿈꿨다. 그 모습들이 더 소름끼치게 다가오며 달리 괴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아치아라에선 중범죄자들이 참으로 평범하다. 그런 수더분한 사람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사람을 죽이고 성폭행을 한다고 생각하니 더 소름끼친다. 아가씨나 대광목재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너무나 리얼해서 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렇게 윤지숙을 둘러싼 충격적인 반전은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 강렬한 메세지를 담았다. 이들이 처한 비극적인 상황들은 결국 하나의 사건에서 출발했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들은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다. 강한 트라우마를 안기는 범죄기에 성폭력에 대해서 어떤 관용도 필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법 조차 성폭행에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정작 피해자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픔을 극복해야 했다. 괴물이 된 윤지숙과 김혜진 모녀는 극단적인 피해자의 모습이었다. 있어서는 안 되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정말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이란 것을 이들의 만남이 보여줬다. 그래서 이런 어긋난 아픔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성폭행 문제는 가볍게 다뤄선 안 된다.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해서 더 이상 무거운 짐을 피해자들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연 김혜진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풀지 않은 마지막 비밀을 향해 달려가는 마을 아차아라! 시청률은 미진하나 작가의 상상력이 주는 메세지는 참으로 강렬했다. 대작들 틈에서도 작품성이 빛나는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고 본다. 틀을 깨고 다양하게 시도되는 드라마들이 많아져야 지상파도 더 발전하지 않을지. 다음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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