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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아들 미개 발언 사과, 씁쓸했던 그들만의 특권의식


딘델라 2014. 4. 22. 08:29

자식을 차디찬 바다에 남겨두고 통곡하는 부모의 심정을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진도 해역의 기상조건이 나아지며 구조활동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들려오는 소식은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십여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수습되며 현재 90여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찾았다. 그럼에도 아직도 실종자수는 200명이 웃돈다. 가슴이 먹먹해질 수 밖에 없다.

 

 

가족들은 조금이라도 온전한 모습일때 한번이라도 안아보고 싶다고 한다. 그말을 꺼내는 부모의 심정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상황에서 가족들은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런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려고 관리가 힘들 만큼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따뜻한 온정만 넘치면 좋으련만 한편에선 아픈 곳에 돌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유족들에게 악성게시글을 올리던 사람들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위로를 보내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까? 인터넷 공간은 인간의 어리석은 본성이 더욱 잘 드러내게 한다. SNS가 발달하면서 더욱더 거침없이 다양한 사고를 표출하는 글들이 범람하고 있다. 하지만 때론 생각없이 내뱉는 말들이 결국 화를 부르는 법이다. 이번엔 정치인 아들이 SNS로 올린 글이 유족들을 두번 울렸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정몽준 의원의 막내 아들 정XX씨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두고 "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 " 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번에 칼빵 맞을 뻔한 거 모르나...경호실에서 경호 불완전하다고 대통령한테 가지 말라고 제안했는데 대통령이 위험 알면서 방문 강행한거야. 그리고 국민정서 언급했는데 비슷한 사건 일어나도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다른 국가 사례랑 달리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레하잖아 ㅋㅋㅋ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되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되는거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 "

 

 

 

그는 진도체육관에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방문했던 당시 항의하는 피해자 가족들을 향해서 국민정서가 미개하다고 표현했다. 이성적 대응을 말하며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발언까지 하면서 유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전한 말은 곧바로 아버지 정몽준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처럼 평소에 밥상머리 교육이 어떠하면 저런 말을 하냐는 것이다. 정몽준은 곧바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아들의 발언은 더욱 번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희 아이도 반성하고 근신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정몽준 사과글 전문 "

 

정몽준 아들의 발언은 서울시장을 꿈꾸는 아버지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이를 두고 아들이 아버지가 정치하는게 싫어서 쉬라고 일부러 그런게 아니냐는 우스개소리까지 네티즌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네티즌은 정몽준 아들의 생각을 정몽준과 동일시했다. 그도 그럴것이 밥상머리 교육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정치가의 아들이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유족을 상대로 국민정서를 운운했으니 더욱 타격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정몽준 아들이 보여준 사고방식은 곧 기득권층의 특권의식을 그대로 노출한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이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기득권층의 면피적인 사고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국민이 미개해서 국가가 미개해진다고 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 국민을 미개하게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 사고만 해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목숨을 인재로 허망하게 잃어버렸다. 비슷한 사건을 언급하며 이성적인 대응을 말했지만, 실제로 세월호 침몰사고가 해외토픽으로 유심히 다뤄진 건 흔치않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랐다고 하는 나라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었다. 수차례 부실함이 노출된 대형사고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이런 대형사고가 반복되는 한국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해외의 이견이다. 그리고 이들은 재난을 수습하는 한국정부도 꼬집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 쏟아진 피해자 가족의 답답한 호소가 오락가락하는 부실한 정부의 재난대응 시스템에 있음을 언론도 수시로 꼬집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피해자 가족만 이성적이라 하는가?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정부야 말로 오히려 부끄러워할 상황이다.

 

시스템 부재는 이미 우리사회의 고질병이다. 그런데 기득권층은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국민에게 떠넘기며 면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이 과소비가 심해서 국민이 전기를 많이 써서 등등! 그러나 정작 문제의 본질을 따져보면 국민이 아닌 구조적인 해결책을 정부에서 책임져야 할 상황이 많다. 그래서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개한 국민만 탓하는 기득권층이 존재하기에 아직도 우리사회의 고질병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몽준 아들의 미개발언은 아버지에게도 타격이 된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니, 평소의 가치관까지 비춰진다 생각하는 것이다. 국민이 미개하다고 느끼는 그 우월의식 이면에서 어떤 책임감있는 정치가의 소신이 느껴지겠는가? 그것도 엄청난 희생자의 아픔을 두고 연민이 아닌 조롱이 늘어놨으니 기득권층의 특권의식이 얼마나 냉정하게 느껴질까? 자식잃은 부모의 분노를 공감하지 못하고 그저 참으라고만 하는 건 잔인한 일이다. '오죽하면'이란 역지사지의 감정소통으로 그들을 위로해줘도 그들의 참담함은 절대로 표현할 수 없다. 우린 잠시 잠깐 TV를 보면서 슬퍼하다가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은 평생을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정치인들에게 최소한의 공감능력이라도 원하는 것이다. 눈치없이 사진이나 찍고 폭탄주나 마시고 자작시를 올리고! 이런 모습들이 더없이 실망스러운 것이다. 하물며 이제 96년생으로 희생당한 아이들과 얼마 차이도 안나는 정치인의 아들이 비슷한 또래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안타까워하기는 커녕 국민정서를 운운하며 훈계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기가찰 노릇인가? 누군가는 그 아들의 표현의 자유라며 두둔했지만, 정작 똑같은 표현의 자유로 하소연하는 피해자 가족의 소리엔 귀기울이지 않으니 눈치없긴 마찬가지다. 유가족들을 향한 명예훼손으로 일부 네티즌들이 잡혀가는 상황에서 그나마 든든한 아버지의 방패막으로 그런 걱정조차 없는 정몽준 아들은 그 미개하다는 나라와 국민 덕에 편하게 먹고사는게 아닌가 싶다.

 

이날 정몽준 아들 발언 이후 예전에 정몽준의 반말 논란이 떠올랐다. 국감에 나온 국무위원들한테 시종일관 반말을 늘어놓고, 이보다 훨씬 전에는 '누가 너한테 물어봤어?'라는 명언?도 남겼다. 남의 치부는 잘 보이지만 자신의 치부는 모르는 법이다. 결국 아들이 늘어놓는 미개논리 속에서 아버지도 벗어날 수 없었다. 난 안그런데 너희만 그런다는 그런 우월의식 속에 결국 자신의 미개함은 눈치채지 못했다. 드라마 정도전에는 '밥버러지'란 말이 자주 나온다. 국민들을 미개한 취급하지만 결국 그들이 낸 세금으로 밥을 축내는게 그들이다. 밥버리지가 되서 밥값도 못하는 정치인이 판치는게 지금의 한국이고, 그들을 뽑은 것도 미개한 국민이라 탓할 수 있다. 하지만 아둔한 국민을 뒤로는 조롱하지만 또 이용하는게 자신들인걸 더욱 부끄러워 해야 한다. 미개한 국민을 이용하는 건 더 미개한 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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