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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결말, 시청률 유종의 미가 남긴 세가지 본문
KBS '프로듀사'가 시청률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며 화려한 대미를 장식했다. 수도권 기준 17.9%, 전국 기준 17.7%란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을 더 의미있게 했다. 최근 드라마들의 성적이 10% 넘기도 힘든 상황에서 트렌디한 전개로 이정도 시청률을 거뒀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초반엔 화려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혹평도 많았기에 우려의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러브라인이 불꽃튀면서 시청률은 제대로 탄력을 받았다.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역시나 캐스팅 하나는 제대로 성공한 셈이 된 것이다. 결국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프로듀사는 금토드라마란 새로운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4각 러브라인 제대로 통했다? 하지만 남은 아쉬움
프로듀사가 성공한 데는 진부한 드라마 법칙을 그대로 따른 데 있다. 바로 러브라인을 제대로 활용한 점이다. 초반에는 리얼리티를 부각하며 예능드라마란 실험성을 강조했지만, 결국 지상파 드라마의 한계를 드러내고 러브라인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캐스팅에 대한 기대감과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러브라인은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수현과 공효진 등 로코 연기에 정평이 난 배우들을 두고 가장 흥미를 끌 수 있는 장치를 버린 채 예능국 현실만 반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포부는 화려했지만 결국 4각 러브라인에 매진한 프로듀사! 알고보니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연애드라마란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시청률은 제대로 통했다. 김수현이 러브라인의 전면에 등장하며 아이유와 공효진을 넘나들며 달달한 장면을 선사할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요동쳤다.
하지만 무리하게 러브라인을 활용한 점이 오점 같았다. 배우들의 케미에 기대서 낚시성 장면들을 남발한 점이다. 그것이 러브라인에 큰 기대를 남긴 나머지 때론 캐릭터의 개연성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12회란 짧은 회차동안 4각 러브라인을 정리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백승찬(김수현)은 신디(아이유)의 짝사랑 상대였고, 게다가 승찬은 탁예진(공효진) 선배를 열렬히 짝사랑했다. 일방적인 짝사랑의 감정선을 개연성있게 풀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가 모든 공백을 채워주었기에 무리없이 시청자들에게 먹혀들었다. 이점에선 작가도 배우들에게 참 고마울 것 같다. 특히 김수현에게 말이다. 잔잔한 감정선도 섬세히 풀어가는 김수현은 어리버리 백승찬을 기막히게 연기하며 오히려 귀엽게 보이게 했으니 말이다. 멜로신에선 더 없이 그의 연기가 돋보였으니, 러브라인이 불타오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용적인 개연성에선 처음부터 탁예진과 라준모(차태현)의 러브라인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20년 우정같은 사랑을 눈치채지 못한 상황에서 뜬금없이 백승찬에 넘어가는 것도 이상하다. 그런데 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차태현을 적극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끝까지 김수현을 러브라인의 낚시로 이용하면서, 라준모와 탁예진의 관계 발전을 끝에 가서야 바쁘게 풀어간 점이 아쉬웠다.
결국 러브라인은 탁예진과 라준모가 이뤄지고, 신디와 백승찬은 열린 결말을 남기며 끝났다. 아련한 짝사랑으로 승찬은 성장이란 것을 배웠다. 결과론적으론 최상의 결말 같지만, 지나치게 베베꼬인 러브라인에 시달렸던 시청자들에겐 허탈함도 남을 것이다. 그만큼 메인 러브라인의 감정선을 좀 더 긴밀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김수현을 지나치게 멜로에 활용하면서 예진 준모의 깊은 사랑을 절절히 담아내지 못한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도 배우들은 최선의 연기를 선사했으니, 드디어 사랑을 확인하는 준모와 예진의 감동엔딩이나 아픔 속에서 성숙해진 승찬의 감정선들이 모두 배우의 연기로서 완성되었다.
김수현 파워 또 입증, 배우들의 공이 컸다
모든 건 결국 배우들의 연기에 있었다. 내용상의 아쉬움도 떨쳐낼 수 있던 건 최상의 캐스팅 자체에 있다. 무리한 러브라인마저도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갔고, 그들이 전해주는 다양한 에피들이 연기력으로 살아났다. 김수현의 경우엔 연기 스펙트럼을 더욱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별그대로 승승장구했던 김수현이 다소 어리버리하고 매력이 덜 한 백승찬을 연기한다 했을 때 이는 상당한 모험 같았다. 그간 공들여온 이미지를 단번에 날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연기를 쭉해야 하는 배우에겐 마냥 멋진 캐릭터만 해선 발전이 없다. 화려한 정점에서 연기자의 모습을 되찾는 것도 필요한 법이다.
백승찬은 그런 점에서 적절한 선택 같았다. 어리버리 신입PD, 때론 유치한 진상짓도 서슴없이 한다! 사랑 때문에 망가지는 것도 주저않는다. 김수현은 백승찬을 연기하면서 모든 것을 놨다고 할 수 있다. 12회 배꼽잡은 주사연기 그랬다. 멋져 보일 생각일랑 아예 포기하고 온전히 어리버리한 백승찬에 빠져서 즐겁게 연기했다. 그런데도 여심을 사로잡는 걸 보면 탁월한 배우의 매력이 얼마나 큰 지 느껴진다. 시청률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으니, 결국 김수현 파워를 또 입증한 셈이다. 캐릭터의 매력을 연기로서 완벽히 살려낸 그는 이번에도 금토드라마의 신기원을 이뤄냈다. 불모지 같은 금토 시간대를 지상파로서는 어렵게 도전하게 되었는데, 그 카드가 김수현이었고 김수현은 자신의 이름값에 어울리는 성공을 단번에 보여준 것이다.
물론 김수현 뿐 아니라 공효진 차태현 아이유 역시 프로듀사를 이끄는데 큰 힘이 되었다. 종잡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의 탁예진을 자연스런 연기로 완성한 공효진!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공효진답게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포장하는 능력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차태현도 마찬가지다. 러브라인에선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고뇌하는 PD로서 생생한 연기를 전달했다. 차태현과 공효진은 거의 생활연기의 달인수준이니까! 언제든 믿고보는 멋진 배우들이고, 이번에도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한 러브라인을 떠나서도 연기호흡이 매우 좋은 배우들이었다. 예능국의 현실적인 공간에서 마치 PD가 된 듯 생생한 연기를 보여줬고, 다양한 배우들과도 자연스런 연기를 잘 담아냈다. 특히 준모와 승찬, 그리고 예진과 신디가 붙는 신들은 다 좋았다. 어찌보면 경쟁관계인 이들 사이가 인간적인 유대를 하나씩 쌓아가게 되는 그 변화를 공효진과 차태현이란 명품연기자들이 있었기에 김수현과 아이유도 더 자연스럽게 해내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실생활 연기에 탁월한 두 사람이 중심축을 잘 잡았기에 프로듀사가 표방했던 트렌디한 느낌도 더 살아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아이유에겐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사실 신디 캐릭터는 가장 극적이고 매력적이다. 드라마적 요소만 따지면 신디가 극의 긴장감을 충실히 살려주었다. 신디와 변대표의 갑을 관계, 신디의 성장에 깔린 아픈 가족사, 신디가 승찬에 끌렸던 순수성까지 참 다각화된 캐릭터다. 비록 승찬과는 스타와 PD라는 관계를 완전히 뛰어넘지 못했지만, 승찬 예진 준모를 통해서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지 하나씩 깨닫게 되며 성장한다.
그 결과 12화에서 신디가 홀로서기를 하는 장면이 참 주요하게 다뤄졌다. 성장통은 아팠지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세상에 알리게 된 신디는 변대표를 떠나 진정한 자유를 찾았다. 화려함을 포기한 채 뭐든 혼자해야 하지만 행복했다. 신디 캐릭터의 성장 만큼 아이유도 연기자로서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간 어떤 연기를 해도 그냥 아이유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는데, 이번만은 신디란 각인을 가장 뚜렷히 보여줬다. 신디 캐릭터의 매력을 연기로서 잘 표현한 덕이다. 이처럼 배우들의 힘이 초반의 혹평을 딪고 기적같은 시청률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내용적인 만족은 분분할 수 있으나 배우들의 연기만은 모두 만족스러웠다.
예능드라마 절반의 성공, 그래도 대안은 보여줬다
시청률은 17%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예능드마라를 표방했던 점에선 절반의 성공이라 볼 수 있다. 정작 예능국의 현실보다는 러브라인이 더 조명받았으니 초반에 내세웠던 드라마 정체성은 벗어난 셈이다. 그러나 시도 자체는 매우 좋았다. 전형적인 러브라인에 매달린듯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 러브라인 마저도 예능에 결부지어 색다른 변화를 꽤했다. 위태로운 1박2일이 놓인 상황이 4명의 주인공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편집, 예고, 시청률 등 회차별로 주제가 정해졌는데 그런 주제성이 멜로라인과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다가왔던 점이 신선했다.
또한 예능국의 다양한 상황들이 적절한 웃음포인트를 만들어 주었다. 예능현실을 과감없이 디스하기도 하고, 카메오로 진짜 스타들을 섭외한 점들이 눈길을 끌었다. 박진영의 뜻밖의 연기부터 이승기의 깜짝 출연.. 마지막회엔 송해 선생님의 감동대사까지 참 볼거리가 다양했다. 러브라인 이외에도 이처럼 자잘하고 소소한 재미를 주는 여러 장면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센스있게 터지는 박지은 작가의 절묘한 대사들이 예능을 얼마나 분석하고 썼는지 감탄할 정도였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그래도 예능국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쓴 작가의 노고는 충분히 느껴졌다. 박지은 작가의 작품치고 평가는 엇갈리겠으나, 그래도 새로운 시도에선 대안은 충분히 보여준 느낌이다.
어쨌든 지상파 예능과 드라마는 큰 갈림길에 놓여있는 상태다. 케이블이 선전하며 다양한 변화를 꽤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는 트렌드에서 점점 밀렸다. 단순히 매체가 다양해졌다고 방심해선 안된다. 다양해진 매체들이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건 지상파가 과거처럼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하단 소리니까. 결국 시청자의 관심을 끌 요소가 충분하면 시청률은 올라간다. 다양한 시도가 미흡했던 지상파가 이제라도 그런 도전에 나서야 시청자들도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프로듀사는 케이블을 따라가려고 부단히 노력한 게 보인다. 지상파의 자존심을 던지고 말이다. 비록 호불호는 갈렸으나 시청률은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배우들의 힘이 컸지만, 우선은 그런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런 시도라도 해보려는 움직임부터가 도전이라고 본다. 그래서 프로듀사의 시청률은 결국 지상파도 변화해야 함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12회 정도의 시즌제까지 염두해두는 드라마들이 지상파에서도 많이 만들어졌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