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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첫방, 강렬한 퓨전사극의 위용, 심상치 않은 대박조짐 본문

Drama

육룡이 나르샤 첫방, 강렬한 퓨전사극의 위용, 심상치 않은 대박조짐


딘델라 2015. 10. 6. 12:40

공중파 드라마들이 주춤한 시점에서 가장 선전하고 있는 방송사가 바로 SBS다. 최근 SBS는 주중 미니시리즈에서 연타석 성공을 거두고 있다. 10%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요즘 '미세스캅'부터 '용팔이'까지 15%를 넘기는 대박 시청률을 기록하며 공중파의 자존심을 지켰다. '미세스캅'은 막판 스퍼트가 대단한 작품이었다. 연기자들의 촘촘한 몰입도 높은 연기력과 사회풍자 가득한 긴장감 넘치는 내용 전개가 잘만든 수사물이었다. '용팔이'는 비록 산으로 가는 내용과 허무한 결말로 용두사미란 엇갈린 평가를 받았지만 시청률과 배우들의 재발견에 있어서는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이렇게 양대 드라마들이 발판을 탄탄하게 깔아 놓은 상황에서 후속작들은 좀 더 수월한 홍보가 가능했다. '미세스캅' 후속으로 편성된 '육룡이 나르샤(이하 육룡')'는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조선 건국이란 익히 유명한 스토리를 퓨전사극으로 재해석한 '육룡이 나르샤'! 여섯 마리의 용으로 대변되는 이방원(유아인), 정도전(김명민), 이성계(천호진), 이방지(변요한), 무휼(윤균상), 분이(신세경)를 중심으로 혼돈의 고려말,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조선을 건국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낼 전망이다. 이미 KBS '정도전'으로 보여준 이야기지만 사실과 창작을 버무린 팩션 형태의 퓨전사극이란 점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육룡이 나르샤'가 큰 관심을 끈 건 바로 유아인과 김명민의 조우다. 최근 영화 '베테랑'과 '사도'의 연타석 흥행으로 최고의 주가를 높이고 있는 유아인이 일찌감치 육룡 출연을 결정지었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선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두 영화를 통해서 유아인의 연기력이 대중에게 엄청나게 입소문이 난 상황이고, 유아인 전성시대를 예고하며 그의 위상이 높아졌기에 당연히 유아인 효과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단연 육룡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유아인의 존재감이 상당할테니, 이번 드라마까지 흥행을 이어간다면 진정 유아인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사극연기로 정평이난 김명민이 드디어 오랜만에 사극으로 드라마팬들을 찾았다. 그를 세상에 알린 '불멸의 이순신'과 고전했던 영화 진출의 숨통을 트이게 만든 '조선명탄정' 시리즈는 역시 김명민과 사극의 케미를 증명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훌륭한 연기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던 그였기에 그가 그려갈 새로운 정도전 캐릭터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렇게 대세로 거듭난 핫한 배우 유아인과 명품배우로 손꼽는 김명민이 이방원과 정도전으로 만났으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스승과 제자에서 정적으로 운명이 갈릴 두 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장작 50부작이란 대작으로 그려낸다.

 

게다가 '미생'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변요한이 이방지로. 기대주 윤균상이 무휼로. 명품 중견배우 천호진이 이성계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또한 뿌나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인 신세경이 다시 한번 뿌나 제작진과 뭉쳤다. 이렇게 '육룡이 나르샤'는 호평받은 '뿌리 깊은 나무' 원조 제작진들이 다시 뭉친 작품이다. 그간 뿌나 이후 흩어져 각자 작품활동을 이어오다가 육룡과 함께 제2의 '뿌리 깊은 나무'를 만들자며 각오를 다졌다.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사실 팩션이란 자칫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러나 뿌나는 팩션의 명작으로 꼽히며 역사적 사실을 상상력으로 더욱 감동스럽게 재창조하며 큰 호평을 받았다. 세종대왕과 한글장제라는 중요한 명제가 전달하는 메세지를 잘 그래냈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보탠 거지만, 어쨌든 제작진과 연기자들의 환상의 궁합이 뿌나의 흥행을 이어갔기에 이번 육룡도 환상의 팀웍을 기대한다. 그래서 뿌나와 육룡의 세계관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그렇게 소문이 자자했던 '육룡이 나르샤'의 첫방이 방송되었다. 육룡은 시작부터 강렬한 퓨전사극의 위용을 뽑내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영화 뺨치는 수려한 영상미와 웅장함이 돋보였다. 거지처럼 남의 밥을 흠쳐먹고 능청스런 모습으로 꽁지빠지게 도망친 정도전! 깊은 산 속에 마련한 비밀 아지트에선 장난기가 사라진 비장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를 기다린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방원과 이방지다. 자신을 스승이라 부르는 이방원과 사기꾼이라 부르는 이방지와의 삼자대면이 긴장감 넘치게 그려졌다. " 오래도록 기다렸습니다 스승님...소생 이방원이라 하옵니다 " 잠깐의 등장이었지만 유아인의 존재감이 상당했다. 그렇게 세 사람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초반 제대로 기선제압을 하며 이들의 운명을 암시했다.

 

그리고 아역시절로 넘어가는 장면도 영화처럼 공들인 영상미를 보여줬다. 배신자를 뒤쫓는 이방원 형제 뒤로 신궁을 불린 아비지 이성계가 호방한 카리스마를 뽑냈다. 사내다운 용맹함으로 전장을 누비는 이성계를 동경하는 이방원은 늘 아비의 뒷모습을 자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아버지를 따라 장수가 되겠다는 이방원에게 이성계는 전쟁의 무서움을 먼저 가르쳤다. " 전쟁은 결국 사람을 죽이는 거다. " 이성계와 이방원의 관계를 암시하는 장면들이 흥미를 더했다.

 

 

이외에도 곳곳에 고려말을 재현하는 다양한 상상력이 보태졌다. 백성들은 굶어 죽어가는데 기득권층의 사치는 극에 달해 화려했다. 길태미로 분해서 빵터진 연기를 보여준 박혁권의 연기가 재밌었는데, 길태미의 과한 설정들이 고려말의 극단적인 세태를 풍자하는 느낌이었다. 또한 위세를 떨치던 이인겸(최종원)이 맛있는 고기를 얻고자 아기돼지에게 사람의 모유를 수유하는 장면이 섬뜩했고, 이 역시 백성을 핍박하는 기득권들의 촌극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화려한 개성의 모습 뒤로 죽어가는 백성들의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졌다. 이처럼 어린 이방원의 눈에 비친 고려말은 참혹했다. 귀족들의 사치스러움과 대비되는 백성들의 안타까운 처지에 그는 분노했다.

 

 

하지만 동경했던 아버지도 결국 이인겸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명을 받고 개성으로 입성한 이성계를 경계하던 이인겸은 그의 약점인 조소생과의 이야기를 연희극으로 만들어 이성계를 압박했다. 배신자를 가장 엄하게 다루는 그 역시 조소생을 배신한 적이 있었으니...하여튼 육룡은 초반에 배신이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조소생은 이성계의 화살에 맞아 죽으며, 언제간 고려도 배신할거라며 그것이 초주지가(주인을 문 개의 가문)의 더러운 운명이라고 저주했다. 조선을 건국했지만 고려의 입장에선 배신자로 비쳐질 수 밖에 없는 이성계의 아이러니한 운명을 암시하는 듯했다.

 

이렇게 첫방부터 육룡은 퓨전사극답게 여러 장치들이 상상력으로 화려하게 재구성되며 심상치 않은 대박조짐을 보여줬다. 기대작에 걸맞게 첫방 시청률도 닐슨 기준 전국 12.3%, 서울수도권 13.5%으로 선전했다. 물론 인물소개가 약간 산만함은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정말 공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SBS가 공들인 사극답게 수려한 영상미와 다양한 볼거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초반부터 압도했다. 천호진과 최종원 등 탄탄한 중견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아역들까지 정말 연기를 잘했다. 이방원의 아역인 윤창영은 사투리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극의 생생함을 전달했다. 본격적인 재미는 당연히 성인연기자의 등장에 달렸다고 본다. 지금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흥미로운 전개만 계속된다면, 배우들의 연기야 믿고보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SBS가 뿌나 이후 사극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이번 만큼은 사극으로도 연타 흥행의 신화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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