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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정도전 김명민, 명불허전 존재감 보여준 소름돋는 연기 본문

Drama

육룡이 나르샤 정도전 김명민, 명불허전 존재감 보여준 소름돋는 연기


딘델라 2015. 10. 7. 08:28

SBS '육룡이 나르샤' 2회는 그야말로 정도전과 이를 연기하는 김명민의 존재감이 엄청났던 회차였다. 첫방이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준 속에서도 다소 산만하고 임팩트가 약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정도전이란 인물을 소개하는 강렬한 2회 장면들은 그런 우려마저 날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상 누구보다 잔트가르(최강 사내)라 생각했던 아버지 이성계(천호진)가 부패한 권력 이인겸에게 고개를 숙이자 이방원은 크게 낙담을 했다. 아버지를 굴복시킨 이인겸에게 우리 아버지는 선하다 라고 분통을 터트리자, 이인겸은 선과 악의 양면을 들먹이며 어린 이방원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런데 이인겸이 이성계를 굴복시킨 건 그의 계략이 아니였다. 특이한 표식이 담긴 문서들은 누군가 이인겸을 이용해서 이루고자 하는 바를 조종하고 있던 것이다. 연이어 이성계만 믿고 있을 순 없다며 정도전의 모습이 비치는 걸 본다면 그가 전쟁을 막기 위해 어떤 방책을 쓰는 것 같았다.

 

 

정도전은 사대부와 귀족들 입장에선 꼿꼿한 인사다. 타협하고 라인을 타기 보다 입바른 소리만 하기에 몇몇 인사만 빼고는 정도전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도전은 진심으로 나라를 백성을 생각했다. 자신의 뜻이 관철되기엔 세상은 오로지 힘의 논리로 돌아가니 단순한 방법으로 지체하다간 원과의 수교와 전쟁을 막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조금은 무모하지만 계책으로서 이 난관을 돌파하고자 했다. 바로 원사신을 영접하는 영접사가 되어 전쟁을 막고자 희생을 감수한 것이다. 그가 영접사가 된다 하니 사대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냈다. 한편에선 이인겸에게 잘보이려는 얍삽한 인간으로 비쳤고, 또 다른 한편에선 절대 이인겸과 손을 잡지 않을 그가 영접사를 한다니 다른 꿍꿍이가 있구나 싶었다. 바로 원사신을 살해하려는 것이라고. 정도전을 감싸는 정몽주는 그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교활한 이인겸이 왜 순순히 영접사를 정도전에게 맡겼는지, 그것 역시 함정이라고 분석했다.

 

정몽주의 생각대로 이는 이인겸의 함정이었다. 이인겸의 수하 길태미가 원사신으로 변장해 정도전을 속이고 반대하는 사대부를 치겠다는 계략이었다. 결국 정몽주와 홍인방은 무모한 행동을 하려는 정도전을 붙잡아 가뒀다. " 자네부터 살려야 겠네 " 전쟁을 막고자 하는 그의 진심은 동감하나 결국 정도전도 죽고 여러 희생이 따른다며 그를 말렸다. 이때부터는 약간 코믹한 장면들이 나온다. 갇힌 정도전과 동료가 이방지를 구하러 온 이방원과 분이에게 제발 풀어달라고 사정을 하는 장면에서 김명민의 연기가 조선명탐정을 떠올리며 능청스러워 빵터졌다. 어린애들에게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통사정을 하는데 이를 알아들을리가 만무했다. 허나 총명한 이방원은 달랐다. 이인겸을 막겠다는 정도전의 약속을 믿어보겠다며 그를 풀어준 것이다.

 

 

행세만 보면 절대 믿기 힘든 이 사내가 과연 전쟁과 이인겸을 막을까? 그를 따라 원사신을 영접하는 행사장을 향했다. 정도전은 호기있게 영접사로 원사신 앞에 섰다. 그는 무모하게 칼을 빼들고 원사신에게 달려들다가 내동댕이 쳐졌다. 이인겸의 뜻대로 모든 게 돌아가는 듯했다. 길태미가 모든 계략을 알았다며 조소를 보냈다. 허나 정도전은 껄껄 웃었다. 알고보니 뒷통수를 맞은 건 이인겸 일파였다. 정도전은 처음부터 원사신을 시해할 뜻이 없었다. 그저 엿가락을 들고 달려든 것 뿐이다. 이는 엿이나 먹으라며 오히려 이인겸을 머쓱하게 능욕한 것이었다.

 

모든 것은 정도전의 치밀한 계책이었다. 전쟁을 막는 것이 단지 하나의 힘으로 되겠는지. 결국 모두가 전쟁이 싫다며 간곡히 외쳐야만 가능한 일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겐 진정한 백성의 힘을 모을 무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무도 나약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니 목숨까지 건 자신의 결연한 의지를 모두에게 전파할 무대가 필요했다. 그곳이 바로 이인겸의 심장과도 같은 원사신을 영접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이보다 더 짜릿한 반전이 어딨을까? 정도전은 명연설을 통해서 백성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 원사신이 입교하면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기와 의분을 만천하에 보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자리섰다. 원과 수교하면 명과 대전쟁을 벌여야 한다. 헌데 이인겸과 3인방은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원과 손을 잡으려 한다. 앞에선 젊은 유생을 동원해 격쟁을 하고 뒤에선 도당의 세력을 늘리려 협상한 사대부의 어르신들은 대체 무얼하는가? 이것이 협상할 문제란 말인가? " 그의 비장한 외침에 백성들은 술렁거렸다. 부패한 권력들이 흑세무민을 일삼는 걸 그들이라고 왜 몰랐을까? 허나 무서운 권력에 누구 하나 올바른 소리를 하지 못했다. 그런 자신들의 원통함을 정곡 찌르는 정도전의 연설은 통쾌했다. 진정 백성의 목숨이 달린 일이 협상할 문제란 말인가?

 

" 전쟁은 가진 자들이 결심해선 안 된다. 전쟁에서 죽는 것은 오직 가지지 못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늙은자들이 결성해선 안 된다. 죽는 것은 단지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자식이 아비의 장례를 치르는 게 옳겠는가. 아비가 자식의 장례를 치는 것이 옳겠는가? 우린 이미 수많은 자식의 장례를 아비의 손으로 치뤘다. " 그의 연설은 마치 요즘 세태를 반추하는 듯 가슴을 후벼팠다. 결국 전쟁으로 희생되는 건 가지지 못한 숱한 백성들과 젊은이였다. 그럼에도 부패한 기득권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자신들의 영달을 추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고려말의 상황이 어찌나 현실과 똑같은지. 백성은 안중에도 없이 희생만 강조하는 기득권의 모습이 하나 바뀐게 없다는 걸 정도전의 연설이 풍자하는 듯 보였다.

 

결국 정도전은 모두가 결의를 하자며 피터지게 외쳤다. 원사신도 그저 목숨을 아까워하는 나약한 인간이라 모두가 죽이겠다는 결의를 한다면 도망치지 않겠냐고 항변했다. 그의 뜻대로 유생들과 사대부 그리고 백성들까지 자신의 목숨을 걸겠다고 너 나 없이 결의를 선언했다. 군중의 힘이 이토록 크다는 걸 느끼며...결국 기득권들이 무서워하는 건 백성이 뭉치는 일이다. 정도전의 계략으로 이미 와서 모든 걸 지켜보던 원사신은 죽긴 싫다며 꽁지빠지게 도망쳤다.

 

 

모든 게 틀어지자 이인겸은 힘으로 제압하고자 했다. 허나 하나가 된 백성들은 몰아치는 방망이질에도 굽히지 않고 정도전을 보호했다. 그 모습에 정도전은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불렀다. 백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처연한 노래가사가 애처로웠다. 모두가 따라부터는 떼창의 향연! 이는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진한 감동을 남겼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는 듯한 소름듣는 엔딩은 정도전과 김명민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증명했다. 죽음을 불사하는 명연설과 세상을 향해 외치는 백성의 노래에서 김명민의 연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말 하나 하나에서 진심이 전해지는 힘이 담겼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생동감 넘치는 표정연기는 시청자마저 감흥시킬 정도였다. 이렇게 정도전에 빙의한 그의 미친연기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자칫 어설픈 연기였다면 난해한 전개로 느껴졌을텐데, 김명민의 명품연기가 강한 몰입도로 감동을 배가 시켰다. 뮤지컬처럼 웅장한 연출과 명대사들의 깊이를 감동으로 승화시킨 건 전적으로 김명민의 힘이 컸다. 결국 소름돋는 연기가 소름돋는 명장면을 이끈 것이다.

 

그의 연기는 한방에 육룡이 그려갈 정도전을 강렬하게 이해시켰다. 이방원이 스승이라 부르며 그에게 맹목적인 동경을 표했던 1회 첫장면은 바로 이때의 감동이 강렬하게 남겼기 때문이다. 어린 이방원은 힘이 아닌 말로서 세상을 뒤흔든 정도전의 카리스마를 보며 아버지 이성계와 다른 의미의 진정한 사내를 느꼈다. 결국 세상을 향해 정의를 부르짓는 용기야 말로 최강 사내다. 이방원이 외친 " 저 사내가 잔트가르(최강의 사내)다 " 란 대사가 강한 임팩트로 전달됐다.

 

 

김명민의 연기가 임팩트가 컸기에 이방원이 한눈에 반한 정도전의 존재감도 확인시킬 수 있었다. 조선의 두번째 용,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 힘이 조선을 탈환했어도 결국 조선의 밑바탕을 완성시킨 건 정도전의 머리다. 어떤 칼 보다도 강한 힘을 지닌 건 사람의 의지임을 보여준 정도전의 무모한 강변은 진정 사람들이 구현해야 하는 건 정의라는 명제임을 보여줬다. 강자 앞에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면 선은 악의 편이지 않을까? 강자가 무시하는 선한 이보다 정의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이방원의 변화는 의미심장하다.

 

현실이 과거와 달리 변하지 않은 건 강자 앞에서 무모한 용기를 보여주는 이가 없어서다. 그래서 일까? 정도전과 봉기한 민중의 모습이 낯설지 않고 어딘가 짠했다. 여전히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에겐 정의로운 용기를 가진 리더가 여전히 필요했다. 이렇게 김명민의 명연기가 육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역시 배우의 연기가 드라마의 선택권을 좌지우지하는 힘은 컸다. 명연기로 극적인 재미까지 이끌었으니, 성인연기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시청률은 더 상승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나머지 용들은 어떤 모습으로 소개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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