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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병 발언 논란, 시청자 우롱한 치명적 이미지 실추 본문
SBS '자기야'에 출연하는 의사 함익병의 발언 논란이 화제다. 함익병은 '자기야'에 출연해서 국민사위라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심지어 의사임에도 예능 리얼리티에 출연해서 연예대상 신인상까지 받았다. 방송 파급력은 컸기에 그는 승승장구하며 국민사위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그러나 예능을 통해서 좋게 쌓은 이미지는 이번 '월간조선' 3월호 속 인터뷰 때문로 한방에 실추될 것 같다.
함익병 "의사가 돈 버는 게 뭐가 나쁜가">>월간조선 기사보러가기
문제가 된 발언은 다양했다. 안철수 의원을 비하한 발언부터 독재옹호 발언 그리고 여성차별 발언까지 다양했다. 우선 안철수에 대해서 그는 " (안철수에 대한 평가?)좋게 말하면 과대망상이고, 나쁘게 말하면 거짓말쟁이입니다. ‘가족에게 말도 안 하고 군대 갔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하는 걸 보면 ‘뻥’이 좀 심한 것 같다 "고 비하했다. 386에 대한 안철수의 부채의식도 정치적 수사라 폄하하고, 자신은 이렇게 갚고 있다며 스스로에겐 상당히 관대했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의사는 안철수와 함익병이라 꼽을 때도 안철수를 의사면허 소지자라 폄하하기 바빴다. 이런 인터뷰가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지만, 의사란 위치와 공중파 예능까지 나오는 사람의 인터뷰치곤 너무나 경솔해 보였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경솔하게 내뱉는 말들이 방송에서 보여진 이미지와 괴리를 느꼈다.
크게 논란이 된 발언은 바로 독재발언과 여성차별 발언이다. " 독재가 왜 잘못된 건가요? 플라톤도 독재를 주장했습니다. 이름이 좋아 철인정치지, 제대로 배운 철학자가 혼자 지배하는 것, 바로 1인 독재입니다. " 그는 플라톤과 페리클레스(Pericles) 시대, 카이사르(Caesar)를 예를 들며, 독재가 오히려 발전을 이룩했다 설파했다. 그리고 잘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고, 민주정치도 오류가 있다며 박정희를 예로 들었다. " 만약 대한민국이 1960년대부터 민주화했다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박정희의 독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독재를 선의로 했는지, 악의로 했는지, 혹은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
그러나 그의 말은 모순 같다. '민주화했다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민주화를 통해서 민주주를 발전시키며 경제대국이 된 서방유럽과 미국같은 나라는 뭐란 말인가? 민주화를 해도 당시에 맞는 개발정책을 펼치면 충분히 발전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무조건 민주화했다면 발전했겠냐는 편협한 논리로 단정짓는 건 독재 찬양수준이다. 독재를 완벽한 이상향으로 보는 건 아닌지 위험해 보였다.
독재집권 후 발전한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당시의 정책이 경제부흥에 적절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박정희의 독재가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친게 아니라, 박정희가 펼친 정책이 통했다고 해석해야 한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발전만으로 평가받지 못한 건, 외적으로 민주와 자유를 억압했기 때문이다. 경제는 선의로 펼쳤으니, 독재도 나쁘지 않다? 선의 기준은 배부르게 먹는게 다가 아니다. 진정한 선의는 경제와 국민의 자유 모두에서 이뤄져야 한다. 박정희 정권이 진정으로 선의를 가졌다면 애초에 독재 자체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1인 장기집권은 권력욕일 뿐이다. 무엇보다 박정희의 경제발전을 치하하지만, 사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경제발전은 더욱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런 함익병의 논리라면 북한을 비난할 이유가 무엇인가? 북한을 비난하는 건 심각한 인권훼손 때문이다. 그저 먹는걸로 해결되는 정치라면, 북한독재가 유지되고 경제개방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애초에 독재의 고리를 끓지 않으면,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도려낼 수 없으니 북한이 무너지기를 바라는거 아닌가?
그는 중국을 예로 들었는데, 중국은 1당 독재지만 주석을 뽑아서 4년마다 바꾸고 있다. 당이 하나의 당일뿐, 1인 독재를 하는 건 아니다. 이걸 가지고 독재가 좋다고 옹호하는 건 모순이다. 4년마다 주석을 바꾸는 건 흡사 민주주의 체제를 따라한 모양새다. 결국 중국 공산주의도 1인 독재만은 안된다고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세습독재니 잘못이고, 중국은 독재지만 민주주의보다 낫다고 말한 그의 황당논리는 그저 좋은 독재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독재 정당화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도 1인 독재를 견제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여 경제대국으로 우뚝섰다. 그걸 마냥 독재로 발전했다고 할 수 있나 싶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내세운 나라에서 굳이 독재를 옹호하는 건 말도 안된다. 1인 독재가 그렇게 좋다면 왜 대다수 나라에서 하지 않을까? 그건 독재의 심각성이 더 크고 성장에도 독이 되는 경우가 커서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하는 정치에서 권력은 집중되고 장기화되면 곪기 마련이다. 만약 세종대왕도 있었다며 왕정을 예로 들어 독재를 옹호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세종대왕이 돋보인 건 왕정에서 세종대왕 같은 왕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그저 배만 부르게 해서 최고의 왕이 아니였다. 한글처럼 백성을 위하는 진정한 선의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왕정은 그저 당시의 정치체제일뿐, 독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과거보다 앞선 미래에 더 발전된 정치를 꿈꿔야지, 굳이 과거까지 찾으면서 독재를 옹호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모두다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말들에 지나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그의 편향된 시각은 여성차별 발언에서 더욱 심각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일례로 제 자식들은 지금까지 투표권이 없습니다. 나이가 안 찬 게 아니라 제가 못 하게 했어요.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투표권이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무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한다면 도둑놈 심보죠. 세계 주요국 중 병역의 의무가 있는 나라는 한국, 대만, 이스라엘입니다. 이 중 여자를 빼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단, 자식을 2명 낳은 여자는 예외로 할 수 있어요. 자본주의적 논리가 아니라 계산을 철저히 하자는 겁니다. " 라고 말했다.
자식들의 투표권리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도 황당한데, 이를 국민의 4대 의무로 규정하며 따지는 논리는 더욱 황당했다. 특히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은 상당히 편협하고 옹졸했다. 요즘 일베처럼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들에겐 엄청나게 찬양받을 말이지만, 그건 결국 그들처럼 누군가를 비상식적으로 비하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뜻이다.
여자가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권리를 축소해야 한다면, 당장 정치인 중에 뜨금할 사람이 넘칠 것이다. 대한민국 현 대통령도 여자고, 군대 안가도 정치하는 사람이 넘치는 정치계다. 정치에 뜨금할 소리였다면 그의 말은 지지받겠지만, 그가 화살을 돌린 건 여자다. 남자로 태어나 스스로 권리를 등지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고위층 자제들도 이런 꼼수를 부리는 사람이 상당하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남녀 따지지 말고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으면 권리를 축소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콕집어서 여자만 규정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여성차별로 인지되는 것이다. 피부과 의사로서 수많은 여자들을 상대하고, '자기야' 란 프로도 여성들이 더 볼텐데, 평소에 이런식의 편협한 관점을 가졌다하면 방송 이미지와 큰 괴리가 된다. 그의 이미지에 가장 치명적인 실추가 아닌가 싶다.
그의 인터뷰에는 함익병을 다시 보게 만든 참 다양한 논란 발언들이 많다. 일일이 열거하기엔 벅차지만, 그것들은 한결같이 너무나 편협하다. 당당한 발언들이 자신감에 넘쳤지만, 방송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경솔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가족들이 TV에 나오기도 하는데, 자신의 가족들을 생각했다면 좀더 조심했어야 했다. 거침없이 솔직한 것과 경솔한 건 분명히 다르다 생각한다. 월간조선의 기자도 계속해서 너무 편협하다 꼬집을 정도로 그의 말들은 모순이 참 많았다. 하지만 모순적인 말보다 방송인으로서 경솔함이 더 눈에 들어온다. 개인의 발언은 자유지만 그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방송에 나온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상당히 불쾌할 수 있다. TV에 출연하는 건 이미 공적인 책임도 따른다는 걸 의미한다. 충분히 엘리트라 평가받고 스스로 원칙주의자라 밝힌 그가 이토록 경솔했다는 건, 너무 자만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번 함익병 발언논란을 보면서 다시 한번 방송의 파워가 만든 개인의 이미지가 다가 아님을 절실히 느낀다. 방송에서는 국민사위라 불리며 칭찬 자자하지만, 독재를 옹호하고 여성을 폄하하는 모습은 국민사위의 이미지와는 갭이 크다. 그래서 마치 시청자를 우롱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보통 방송은 이미지를 만든다고 한다. 누군가의 캐릭터를 띄우기도 하고 하락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방송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시청자들은 최대한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완벽하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구설수로 깨지면 시청자는 배신감이 들 수 밖에 없다. 힐링캠프에 출연하고 자기야에 출연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함익병이나, 그런 방송에서 이미지를 구걸하는 정치인이나 다를게 무엇일까 싶다. 목적이 다르지만 결국 방송을 통해서 얻는 이득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날 함익병 발언관련 공감가는 표창원 교수의 트윗글이 떠오른다. " 함익병씨의 문제는 '의사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독재적 남존여비적 봉건적 인식'을 '의사'라는 직업을 내걸고 공개적으로 했다는 것이 문제다 " 맞다. 의사라는 사람이 이토록 편협한 시각을 무조건 맞다고 우기는데, 어찌 답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회의 엘리트층이 이렇게 편협한 시각으로 도배가 된다면, 사회의 희망은 무너진다. 적어도 더 배웠다는 사람이라면, 좀더 유연하고 깨어난 사고로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그의 발언들은 기대한 엘리트의 모습과는 어딘가 거리감이 들었다. 이미 이런 엘리트들이 득세한 세상이니, 더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방송이란 공증받은 자리에까지 나오는 사람이라면 좀 다를거란 기대가 있으니 더 충격이다. 결국 방송은 이미지 포장의 수단일뿐, 사람을 평가하는 건 방송이 아닌 그외에서 보여지는 말과 행동이란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