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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죄수의 딜레마에 담긴 씁씁한 현실풍자


딘델라 2014. 8. 17. 09:58

'무한도전'이 '도둑들'을 통해서 고도의 심리전을 재밌게 풀어냈다. 이날 무도는 들키지 않고 기밀문서를 가져오라는 단체미션과 최후의 한사람만 감옥에서 석방된다는 개별미션을 수행했다. 멤버들은 신사옥에 숨겨진 기밀문서를 찾기 위해서 초반엔 서로 힘을 합쳤다. 각자의 임무를 분담하고 비밀스럽게 미션을 수행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것은 누군가의 음모였다. 미션대로 헬기장에 도착한 이들은 갑자기 100억대 산업스파이로 지목받으며 감옥에 갇혔다. 누군가 마련한 음모 속에서 멤버들은 커다란 시험대에 놓이게 된다. '배신을 선택할 것이냐, 함께 의리를 지킬 것이냐!' 테스트 내내 진행된 고도의 심리전 속에는 강한 풍자가 들어있었다.

 

 

이날 무도엔 실제 형사(모종준 특수조사관)가 출연해서 리얼한 심문상황을 전했다. 역시 현역 형사님은 사람을 다루는데 능했다. 형사와 독대를 가진 멤버들은 고도의 심리전에 속수무책으로 말려들었다. '남들이 자기를 지목하면 침묵한 걸 후회하게 될거다', '멤버들이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면 어쩔것인가?' 그는 이런 말을 반복하며 멤버들이 배신할 수도 있다는 걸 은연중에 각인시켰다. 처음에는 의리를 지키려던 멤버들도 믿음을 의심하며 술술 진술에 응했다. 정준하는 형사의 덫에 걸려서 '이글을 읽는 사람이 범인'이란 배신의 도구를 스스로 만들어줬다. 누군가 배신한게 아닌지 멤버들은 고민했고, 결국 하하와 유재석을 빼고 모든 멤버들이 형사의 술수에 걸려들어 주범을 지목했다.

 

 

그렇게 한차례 심문과정을 통해서 서로가 배신했다는 갈등만 키워진 상황에서 이들은 [죄수의 딜레마]란 테스트에 응했다. '여섯명 모두 침묵, 범행을 부인하면 곤장 5대! 한명 이상이 자백할 경우, 진술한 사람은 제외 나머지는 곤장 20대! 6명 모두 서로 배신하고 범인을 지목할 경우 전원 곤장 10대!' 서로를 믿어야만 하는 게임이었다. 모두의 의리를 생각하느냐, 아니면 각자의 이익을 생각하느냐! 모두를 위한 최선은 조금의 아픔을 나눠서 깔끔하게 5대만 맞고 끝나는 일이다. 하지만 나만을 위한다면 범인을 지목해서 곤장을 맞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누군가 심한 배신의 상처를 안고 가야한다. 

 

 

안타깝게도 침묵을 선택한 무도 멤버는 하하, 유재석, 정형돈 셋 뿐이었다. 노홍철과 박명수는 배신의 아이콘이란 각자의 캐릭터를 따라 충실히 믿음을 져버렸다. 의리를 선택한 이들은 씁쓸하게도 곤장 20대와 좁은 감옥을 댓가로 받았다. 단합의 기회마저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가자, 멤버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믿었던 멤버들이 자기만 살고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생각하니 의리를 선택한 이들은 더 큰 배신감에 휩싸였다.

 

 

'사람 속이면 큰 방, 순진하면 작은 방' 씁쓸하게도 착하면 더 손해보는 형국이 펼쳐졌다. 강한 피해의식이 멤버들 사이에 번지며 배신의 강도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정의 짝대기]가 펼쳐졌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짝을 이루면 승리, 단 전원 짝꿍에 성공하면 전원 벌칙 곤장 10대' 누군가 짝꿍에 실패를 해야만 벌칙을 면할 수 있는 골치아픈 게임이었다. 이것 역시 공동을 위한다면 앞서 벌칙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조금의 희생을 감수해주면 되었다. 하지만 이미 배신을 경험한 이들 사이는 좀처럼 의견을 합할 수 없었다.

 

결국 이번 게임도 배신이 난무하는 끝에 의리를 지킨 사람만 손해를 봤다. 유재석은 노홍철을 굳게 믿고 있었지만, 박명수와 뒷통수를 때리는 바람에 또 벌칙에 당첨되었다. 유재석의 방은 가차없이 좁아졌다. 연거푸 배신을 당한 유재석의 독기품은 모습은 큰 웃음을 주었다. '멤버들 다시 짠다', '닥쳐', '항문 다시 수술하고 싶어', '술만 먹었다니까', '지겹다고 나한테 짜증냈었잖아' 배신에 치를 떤 유재석은 삐진 얼굴로 독설을 날려 빵터졌다. 유재석은 끝까지 신의를 지킨다고 애썼지만, 결국 착한게 손해라는 걸 뼈져리게 느끼게 했다.

 

 

얍삽한 인간이 살아남고 순진한 사람은 당하는 씁쓸한 현실은 계속 반복되었다. 박명수와 노홍철은 끝까지 멤버들을 배신하면서도 가장 큰 방에서 편안히 여유를 누렸다. [소수결]이 면죄부를 받게 되는 게임에서도 이런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하하와 노홍철 중 누구로 태어나고 싶은지 고르는 황당한 게임은 소수결이란 변수가 멤버들을 갈등하게 만들었다. 노홍철과 박명수는 자신들이 불리해지자 차라리 3:3이라도 되길 바랬다. 어차피 이기지 못할거면 모조리 벌칙을 받는게 자신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원한대로 전원 방이 좁아졌지만, 노홍철과 박명수는 앞서 손해본게 없었기에 작은 손해에도 여전히 여유로웠다. 이런 결과 때문에 계속 손해만 본 유재석은 최악의 밀실 속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날 노홍철과 박명수의 행동이 얄미웠지만, 그것이 씁쓸한 우리네 현실이 아닌가 싶었다. 자신의 이익만 쫓는 사람들이 결국 이득을 보는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배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넓은 방에서 여유를 즐기는 두 사람을 통해서 씁쓸한 현실을 강하게 풍자하고 있는 듯했다. 의리를 지키고 신의를 지키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더 손해를 보는 결과를 우리는 많이 봤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이 가난에 허덕이고, 친일파 후손들이 떵떵거리고 사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그들의 희생으로 모두가 자유를 얻었지만, 정작 그들에게 돌아온 건 불합리한 처사였다. 부정부패에 찌든 이들이 부실한 법망 속에서 더 활개치는 현실도 그렇다. 대다수 선량한 시민들이 아무리 법을 지키며 떳떳하게 살아도 부조리한 이들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현실이 착한게 손해라는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분명 가슴으로는 의리를 지키는 게 더 낫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철저한 이기주의에 따라서 행동하게 되어있고, 그런 피해의식들이 늘어가면 모두들 나만 손해봤다며 너나없이 따라갈게 분명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신뢰를 쉽게 무너뜨리고 결국 자신에게 큰 이익에 되는 방향을 따른다는 걸 보여주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최선일까를 묻는게 '죄수의 딜레마'였다. 모두가 자신만 생각하는 사회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당장에는 누군가 희생한 양 만큼 내가 얻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는 내 방도 조여와 나중에는 내가 희생양이 되고 마는 악순환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이런 딜레마를 반복하고 만다. 종국에도 더 큰 불행이 찾아올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이날 무도 멤버들은 시키는대로 했다가 누군가의 음모에 빠져 서로가 배신하는 상황까지 갔다. 그런 누군가가 이런 어리석은 인간성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실제로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서로가 물고 물리는 상황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으로 나만 살겠다고 하는 건 결국 모두를 옥죄는 일이다. 외부에서 조여오는 상황이 우리가 놓인 환경이라면 우린 넉넉한 방을 나눠가질 수 있도록 지혜롭게 맞서야 하지 않을까? 비록 그것이 어렵다는 걸 알아도 결국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건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들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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