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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엄성섭 앵커, 한계 보여준 불편했던 쓰레기 발언


딘델라 2015. 2. 12. 15:06

이완구 국무총리 인준 청문회에서 검증 내용이 나올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각종 의혹들이 꼬리를 무는 통에 이번에도 역시나 싶어 실망스러운 마음이다. 이번 정부들어 인사문제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게 있나 싶을 정도다. 인사가 만사라는 데 가장 신경써야 할 인재 등용에서 매번 문제가 터지고 자격에 대한 의심이 들 때면 국민들을 뭘로 보고 이러나 싶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도 새누리당이 전력으로 비호를 하고 있지만 갈수록 커지는 의혹들로 벌써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그중에서 직격탄은 바로 그의 평소 생각을 알 수 있던 녹취록 공개였다. 새정치연합이 KBS에 공개한 녹취록과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회 정론회관에서 공개된 녹취록에는 언론 회유와 통제를 보여주는 그의 언론관이 담겨 있어서 그 후폭풍은 엄청났다.

 

 

"(방송사 간부인) ○○○에게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 해? 야, 김 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

 

"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나, 언론인,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진짜 형제처럼) 산다. 언론인 대 공직자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까…내 친구도 대학 만든 X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 .."

 

"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되겠어 통과시켜야지. 이번에 내가 지금 막고 있잖아? 욕먹어가면서. 통과시켜서, 여러분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지금까지 내가 공객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젠 안막아줘.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여 이거. 지들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지를 거야 "

 

 

 

부끄럼 없이 언론사에 압력을 넣고 인사개입을 할 수 있다며 자랑하듯 말하고! 언론과의 유착관계가 있었다며 스스로 인증하는 것은 물론이요. 김영란법 통과를 두고 언론인들을 압박하는 모습은 거의 협박에 가까웠다. 가뜩이나 언론통제와 검열문제로 언론의 공영성이 퇴색되고 있는 요즘, 그의 발언은 언론들이 처한 현실이 왜 그럴수 밖에 없는지 권력의 중심에 선 정치인의 입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처럼 스스로 자신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했다고 인증하는 총리 후보의 발언 수위는 참담할 정도였다. 언론들을 자기 입맛대로 휘젓는 이같은 권력이 있으니 갈수록 국격이 후퇴하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이완구 후보와 새누리당은 사석에서 나눈 이야기를 야당에 흘렸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이는 사석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게 더 문제라는 걸 모르는 여당의 몰상식이었다.

 

사석에서 나온 말이기에 평소 생각을 담고 있었으며, 사석에서도 저렇게 말하는 데 정치인들끼리는 얼마나 심할까 싶어 국민들은 더 실망스러운 데 말이다. 이런 여당에 대해 지금이 독재정권 시절이냐 개탄한 중앙일보 사설은 [사석에서 드러난 총리 후보의 언론관이 이런 수준이라면 이를 보도하지 않는 언론이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맞는 말이다. 오히려 비상식적인 언론관을 알고도 눈 감는 언론이라면 그게 직무유기다.

 

 

이와 같은 녹취록 공개 후 여론은 악화되었다. 대다수 언론들도 이완구 후보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조중동까지 사설로 그의 그릇된 언론관을 꼬집으며 총리 자격이 없다고 운운했다. 그만큼 이완구 총리 후보의 언론관은 모든 언론인들에겐 직접적으로 더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무리 현실이 참담해도 기자들을 앉혀 놓고 참담한 현실이 이정도니 알아서 눈치보라는 듯 대놓고 말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언론인들을 우습게 보는 일인가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중에도 TV조선 엄성섭 앵커는 생방송 중에 목소리를 높여 녹취한 기자를 쓰레기라며 강하게 비난을 해서 눈총을 샀다. 한국일보 기자가 사석에서 녹취한 내용을 새정치민주연합에 건냈다며 입수한 방식이 옳지 않다 문제삼은 엄 앵커는 이를 전체 언론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 공인과 국회의원과 기자들 간의 모든 대화는 서로 녹음기 휴대폰 없이 뭐든 해야 할 정도로, 한국일보는 엄청나게 다른 언론에 피해를 주는 상황 " 이라고 했다.

 

이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 나도 2012년 취재 대상이었다. 기자들과 만나면 오프가 없는 거다 " 라고 말했지만, 엄성섭 앵커는 " 아니 녹음을 해서, 타사(KBS)에 주고, 자기가 새정치민주연합 정보원도 아니고, 기자가 이게 기자에요? 완전 쓰레기지 거의 " 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이교수는 취재원 입장에선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놓는다며 " 기자를 만나는 곳은 다 사석이다. 나는 이완구 후보자가 선수가 몇 선이냐? 지사도 하고...어처구니 없는 발언은 상상이 안 간다. 기자 만나는 것에 무슨 오프(오프더레코더)가 있나? " 라고 매듭지었다.

 

 

엄 앵커의 발언에 뜨끔했는지 TV조선은 적절치 못한 발언을 양해드린다고 방송 중 자막을 내보냈다. 엄 앵커 역시 " 방송 중 하면 안 되는 표현이었다. 우발적 행동이었다. 한국일보 기자분께 백배 사죄드린다 " 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미 방송에 나간 발언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종편이니 그려려니 할 수 있지만 아무리 종편이라도 이는 너무 심한 표현이었다. 패널도 아니고 앵커가 직설적인 감정에 휘둘려 비속어를 거침없이 쓰다니, 뉴스의 간판이란 앵커의 그릇된 언행은 TV조선의 이미지도 실추시키는 일이었다. 엄 앵커는 예전에도 여러번 말실수를 해서 뭇매를 맞았었다. 모 사이트를 종북이라며 머리를 쪼개서 해부해보고 싶다고 거친 언사를 남발했었다. 아무리 그런 이미지가 못 박힌 앵커라고 해도 같은 언론인으로서 이렇게 무례할 수 있을까 싶어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의 쓰레기 발언은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버린 듯한 지나친 편향성을 또 한번 보여줘서 불편했다. 이번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모든 언론들이 한소리를 높여서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자사 일간지 조선일보도 문제가 크다고 하는 수준이다. 대다수 언론들은 후보자의 자격은 운운해도 녹취한 기자에겐 화살을 돌리지 않았다. 당연히 언론이 할 일을 했기 때문이다. 이상돈 교수의 말처럼 기자에게 사석과 오프가 어딨겠는가? 오히려 공인된 도리를 잊고 삐뚫어진 언론관을 기자에게 비춘 게 더 문제인 것을! 이를 문제삼는 건 당장에 새누리당 뿐이었다. 엄 앵커의 발언은 마치 새누리당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느낌이었다. 또한 그것이 비단 엄 앵커만의 강한 어조였을까? TV조선도 공개 과정은 문제가 없었냐고 자막으로 은연 중 언론에 화살을 돌리고 있었으니 마찬가지였다.

 

TV조선이 종편 방송 중에서도 편향성이 가장 심하다는 지적이 컸는데, 이번 발언은 그런 한계를 스스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어찌하든 언론도 문제라고 물타기를 하려다가 무리한 발언이 튀어나온 격이었다. 그것이 종편이 탄생한 배경이지만 정도가 심하면 반감도 더욱 커지는 법이다. 가뜩이나 북한방송이냐며 특유의 진행방식과 노골적인 정부편향이 종편 중 탑이라며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언론에게 마저 무례함을 비추는 것은 최악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마땅히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지 않는 이같은 언론들이 있으니 비상식적인 언론관들이 더욱 살판나는 게 아닌가 싶다. 매번 이런식이니 종편이 그 편견을 벗을 수 없어 보였다. 자극적인 관심 끌기 전에 언론으로서의 기본적인 언행과 자세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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