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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 작가 은퇴? 막장 대모가 남긴 씁쓸한 유산


딘델라 2015. 4. 23. 17:21

막장 드라마계의 대모라 불리는 임성한 작가가 MBC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드라마 작가를 은퇴한다고 선언했다. 언론에 따르면 임성한 작가의 은퇴는 예정된 일이라고 한다. 그녀의 매니즈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명성당엔터 대표의 말에 따르면 총 10개의 작품을 남긴 채 은퇴 계획을 세워왔다고. 이번 '압구정 백야'가 임성한 작가의 계획대로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고 전했다. 그리고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을 삭제한 일 또한 은퇴 준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임성한 작가는 20년 가까이 원 없이 미련 없이 드라마를 썼다고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임성한 작가의 은퇴가 발표되기전 화제가 된 건 방통위에 출석했던 MBC 드라마본부장의 발언이었다. ' 압구정 백야'의 방송윤리 규정 위반 여부를 심사하던 자리에서 MBC 드라마본부장은 " 2년 전 임 작가와 더는 작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염치가 없지만 정말 다시는 임 작가와 작품을 같이하는 일은 없을 것 " 이라며 재계약이 없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때문에 사실상 임성한 작가가 퇴출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는데, 은퇴를 염두해 둔 발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은퇴 건 퇴출이건 그녀의 마지막은 썩 좋은 모양새가 아니였다. 마지막 작품이 될 '압구정백야'가 방통위 심의에 오른 만큼 막장작가라는 그 한계를 끝까지 남기고 떠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압구정 백야'에서도 막장의 향연을 이어갔지만 그녀의 막장도 이제는 한계가 다다른 것인지 시청률에서 신통치 못한 결과를 거뒀다. 내용적으로 갈피를 잡지 못해서 막장이라도 재밌다는 일부의 지지마저 주춤해진 상태다. 서브남주를 갑자기 죽이며 하차시키고, 주인공이 선지가 아닐까 착각이 드는 엉뚱한 전개와 자살 소동에 갑자기 교통사고까지 등장하는 등 끝없이 종잡을 수 없는 막장스토리를 이어갔지만, 잠깐의 화제만 뿌릴 뿐 이전처럼 시청률 폭발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건 도넘은 막장의 이유를 상실케한다.

 

 

네티즌들은 이번 은퇴 소식에 서운한 기색은 커녕 환영을 보내고 있다. 시청률과 별개로 임성한 식 막장드라마는 매번 논란과 비난의 중심이었다. 자극적인 전개가 관심을 이끌어 시청률은 선방할지 모르나, 드라마의 질적 하락을 부추긴 대표적인 막장작가라는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그녀에 대한 평가는 비난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임성한 은퇴 소식에 드라마의 발전을 위해서 막장 작가들은 퇴출이 되어야 한다는 격렬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막장드라마가 욕먹는 건 드라마의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막장작가들은 작가주의를 등한시한 채 쉽게 시청률만으로 고평가를 받는다. 그들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한 막장구조를 울궈먹는다고 볼 수 있다. 막장 전개라는 프라임이 생길 정도로 틀에 박힌 내용들이 매번 똑같이 반복된다. 임성한도 자신의 작품 속 막장 프레임을 여러번 재탕했다. 특히 죽음에 대한 시선이 가볍다는 비난을 매번 있었다. 툭하면 출연자가 돌연사해서 '임성한 데스노트'란 말까지 생겼다.

 

예측불허의 파격적인 소재를 두고 임성한은 다른 막장작가와 다르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것이 전혀 칭찬이 될 순 없었다.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한 작품성을 느낄 수 있던 게 아니라, 남들과 다른 막장을 추구하며 이색적인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고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막장이 그나마 업계에서 버틸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시청률 때문이었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시청률이 잘나오니까 방송국들도 임성한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비난 속에서도 그녀는 엄청난 원고료를 받았다. 지난해 종영한 '오로라공주'와 '압구정백야'의 원고료를 합치면 무려 50억원 상당을 벌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선정성과 비윤리성 심지어 내용마저 비틀며 자신의 조카를 띄우는 데 급급하기까지 하는 도넘은 막장작가에게 이런 과분한 대우가 이어지고 있다는 데 네티즌들은 씁쓸해했다. 하지만 그녀를 탓하기에 앞서 방송국들의 시청률 지상주의가 이런 이상한 형국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면서도 신진작가들을 키우려들지 않고, 이렇게 쉽게 시청률을 올리는데 급급한 막장 작가들에게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작가들의 질적 상승이 아닐 하락을 부추긴 꼴이기에 전도 유망한 작가들에겐 오히려 힘빠지는 일이 되었다. 임성한 작가처럼 해도 많은 원고료를 받을 수 있다는 데 누가 사력을 대해서 작품을 탄생시키려 들까 싶다.

 

이런 불합리한 드라마 현실에 톡톡히 기여한 게 바로 임성한 작가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성공은 드라마계에 씁쓸한 발자취를 남겼다. 시청률을 올리는 수많은 막장공식들을 만들었고, 그런 자극적인 소재들이 시청률 성공으로 이어지니 여기저기 제2의 임성한을 외치는 아류작가들도 쏟아졌다. 이제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들은 대부분 비슷한 막장드라마 형식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간간히 단비같은 드라마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상당히 예외적이다. 어쩔 때는 임성한 뺨치는 작가들의 막장 전개에 혀를 내두를 때가 많다.

 

 

 

이렇게 임성한의 성공은 막장은 통한다는 공식을 일례로 만들어 버렸기에 그녀의 은퇴에도 찜찜함은 여전하다. 그녀가 떠난다고 막장드라마가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를 답습하는 또 다른 막장작가들이 바톤을 이어받을 테고, 막장에 재미들린 방송국들은 또 다른 막장작가를 탄생시킬 것이다. 그녀는 원 없이 미련 없이 드라마를 썼을지 모르지만, 그녀가 뿌린 씨앗들은 대한민국 드라마의 발전을 오히려 후퇴시킨 씁쓸한 유산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이처럼 작품성에 투자한 작품들이 외면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끝에 결국 한국드라마들은 점점 퇴보될 수 있다. 막장이 아니여도 충분히 재밌고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방송국의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 새로운 작가들의 가능성에 투자하며 많은 기회가 부여되야 하지 않나 싶다. 하여튼 임성한 작가는 '압구정백야'를 탈고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되는 '압구정백야'가 과연 평범하게 끝날 수 있을지, 아니면 막장작가의 족적을 끝까지 남기고  화려한 논란 속에 종영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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