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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노홍철 복귀 시선 엇갈린 이유


딘델라 2015. 10. 1. 02:07

이번 추석특집 파일럿예능 중에서 화제를 뿌린 건 바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하 잉여들)'이었다. 음주운전으로 자숙 중이던 노홍철의 복귀작으로 일찍부터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과연 노홍철이 성공적인 복귀를 할 수 있을지. 파일럿예능의 성공 여부가 초미의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노홍철의 복귀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엇갈렸다. 오랜만에 노홍철을 보니 반갑다며 예능복귀를 반기는 시선도 있었지만, 여전히 그의 복귀가 불편하다는 시선도 컸기에 다양한 비난의 소리도 터져나왔다. 딱히 자숙기간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대중들은 구설수 연예인들이 충분한 반성 후 복귀하기를 바랬다. 그러다 보니 10개월만에 복귀하는 노홍철에 대해서 너무 이른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들이 있었다. '신서유기'로 3년만에 컴백한 이수근도 여전한 반감을 떨치지 못했는데, 10개월만에 돌아온 노홍철을 보는 시선은 더 할 것이다.

 

 

받았던 사랑이 큰 만큼 실망한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더 어려운 법이었다. 그래서라도 조용한 자숙과 대중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 복귀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홍철은 시기도 시기지만 프로그램 선택에 있어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동명의 다큐영화를 모티브로 한 예능이다. 원작은 N포세대의 방황하는 청춘들이 희망과 도전의 메세지를 감동적으로 그렸다며 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예능으로 담아낸 잉여들은 원작의 깊이와 공감대를 표현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함이 컸다. 각 분야의 잉여들이 모여 여행을 떠난다며 1인당 18만원의 비용으로 극한의 유럽여행을 하는 모습을 담았지만, 정작 출연자들 대부분이 진짜 잉여가 맞는지 의문을 샀기 때문이다. 여행작가 겸 베스트셀러 작가 태원준, 스트리트 아티스트 료니, 모델 겸 배우 송원석, 서울대학생 이동욱이 노홍철과 함께 각 분야를 대표한 잉여로 참여했다. 그러나 이들이 원작처럼 N포세대의 대표성을 지니기엔 한계가 있었다.

 

당장에 노홍철만 해도 음주운전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며 항변을 해도 어쨌든 대중들에겐 잘나가는 연예인으로 비칠 뿐이다. 구설수로 잠깐 주춤했으나 이번 방송을 계기로 자숙을 끝내고 예능을 복귀할테니, 아무리 힘들었다 한들 기회조차 없는 현실의 척박함 속에 놓인 N포세대에겐 공감되지 않는 넋두리가 아닐지. 초심을 돌아보고자 떠난 유럽여행기도 결국 방송예능의 한 부분으로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를 실업자라고 말해도 왠지 어패가 있어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노홍철의 복귀작은 원작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모티브만 했을 뿐 정작 중요한 공감대를 놓치고 말았다. 그야말로 멘땅에 헤딩을 한 원작의 대학생들은 처절하게 유럽생존기를 펼쳐나간 진짜 잉여들의 간절함을 담았다면. 예능판 잉여들은 잉여가 아닌 이들이 유럽까지 가서 잉여체험을 한 체험기에 지나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어차피 유럽까지 날아가고 돌아오는 경비는 다 방송국이 냈을테니 그 시발점부터도 어렵게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다수의 젊은이들의 노력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생산활동 조차 방송과 유명인의 프리미엄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말은 잉여라고 하지만 정작 그들의 상황이 온전한 잉여들을 대변하지도 못하는 따라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보니 굳이 유럽까지 가서 서민체험을 할 필요가 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관광지에서 민폐스런 행동까지 하면서 극한 상황을 애써 체험한다고 해서 얼마나 대중이 공감할 수 있을지. 만들어진 동질감을 예능으로 승화시키려 했던 제작진의 짧은 생각이 더욱 노홍철에게 화살이 돌아가게 했다.

 

 

여행의 고단함도 낭만이고 로망이 될 순 있지만, 현실의 잉여들에겐 여행 자체가 꿈일 뿐이다. 그래서 똑같은 여행도 누군가는 어렵게 기회를 만든 것이고, 누군가는 자숙으로도 얼마든지 체험할 수 있는 여유의 한 단편일 뿐이다. 이처럼 판이한 상황 속에서 억지 감동을 만들어 봤자 오히려 반감만 더 샀다. 아직 대중들은 그의 구설수를 잊지 않았기에 그가 전하는 감동과 조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말 하나에도 예민한 반응이 돌아왔다. 그가 정공법으로 음주운전을 여러번 거론했는데, 네티즌들은 디스와 농담 소재라도 아직은 쿨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편해 했다.

 

이처럼 노홍철이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고자 한 노력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단순하게 하나의 예능으로 툭하고 털어버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스타들은 항상 구설수를 풀어낼 방도로 힐링예능을 선택하며 면죄부를 받고자 했다. 정작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아닌 구설수 당사자들이 힐링받고자 하는 방송들은 당연히 엇갈린 반응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차라리 돌려 포장하지 말고 진심어린 사과와 더불어 솔직하게 방송하고 싶다고 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들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결국 재능과 예능감을 아까워하는 것이다. 무리수를 보이지 않고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서 조용히 복귀하는 현명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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