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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개막식, 한류 맹신이 망친 역대 최악의 개막식


딘델라 2014. 9. 20. 08:41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시작되었다. 시작 전부터 잡음이 많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니 잘 마무리하길 바라는 마음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북한 선수단에 대한 뜨거운 관심부터 아시안게임을 준비해 온 스포츠 스타들의 노력이 집중 조명되었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할 아시안게임이 주객전도 된 개막식 행사로 벌써부터 시끄럽다. 스포츠행사의 흥을 돋구는 개막식과 폐막식 이벤트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의 개막식 풍경은 이런 기대를 저버리며 마치 한류콘서트를 보는 듯했다.

 

 

방송은 안됐지만 본행사에 앞서 개막식 맞이행사를 아이돌 그룹 EXO의 무대가 장식했다. 엑소는 '으르렁'을 비롯 히트곡 두곡을 불렀다. 송도에서도 아이돌 그룹이 대거 등장한 전야제가 있었다고 한다.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 아이돌 무대는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어진 본 행사는 88서울 올림픽의 굴렁쇠 소년이 새로운 굴렁쇠 소녀를 만나는 장면이었다. 희망을 대표하는 아이들이 모여 굴렁쇠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한류스타 장동건이 깜짝 등장했다. 그는 1막 공연의 나레이션과 함께 굴렁쇠를 소녀에게 건내주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굴렁쇠라는 식상한 컨셉에 어른이 아이에게 희망을 전달한다는 깜짝 퍼포먼스도 식상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어진 2부 공연에서도 한류스타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고은 시인의 시로 표현된 퍼포먼스, 그리고 조수미와 함께 919명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웅장한 '아시아드의 노래'를 선보였다. 정성화, 옥주현, 양준모, 차지연 등 뮤지컬 스타들이 대거 등장해 멋진 공연을 펼쳤고, 비류와 심청이 등장해서 인천의 과거와 미래를 상징성있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나마 가장 주제성을 담았던 공연이었지만, 한류스타는 빠질 수 없었다. '별에서 온 그대'로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끈 김수현이 손님을 맞이하는 홍보영상에도 등장하고 장돈건과 함께 직접 무대에도 나와 손을 흔들었다.

 

 

 

한류스타의 등장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야할 공식행사가 있던 3부에서 마찬가지였다. 한류스타 현빈은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런 8인에 선정되어 태극기 기수단으로 활약했다. 현빈이 인천아시안게임 홍보대사로 있으니 그 정도는 애교라고 봐줄 수 있었다. 사실 현빈보다 더 화제가 된 건 국회의원 이자스민의 등장이었다. 산악인 엄홍길,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 스포츠 스타 이봉주, 박세리, 임춘애, 발레리나 강수진과 함께 이자스민은 대한민국 최초의 귀화 국회의원이란 타이틀로 기수단에 섰다. 뜬금없는 그녀의 등장은 자격요건을 더 의문스럽게 했다. 가뜩이나 한류스타까지 끼얹으며 시끄러운데 말 많은 국회의원을 대한민국을 빛냈다고 세웠으니 네티즌 비난이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이어진 선수단 입장으로 아시안게임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렸다. 피켓을 들고 즐거워하는 선수단을 보니 진짜 주인공은 이들이구나 싶었다. 한국선수단의 늠름한 모습도 자랑스러웠고, 대회기를 들고 입장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도 멋졌다. 어쨌든 스포츠 행사의 진정한 주인공은 선수들이고 스포츠 역사를 빛낸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도 주객전도 된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개회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성화점화마저 한류스타가 메인이 된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의 홍보대사인 JYJ가 대회곡인 '온리 원'을 부르며 시작된 4부 행사! 성화봉송 주자들이 하나씩 입장했다. 이승협, 이규혁, 박찬숙 등 한국 스포츠 신화들이 차례대로 성화봉송에 나섰다. 그런데 최종 성화 점화자로 나선 건 배우 이영애였다. 장금이 이영애는 스포츠 유망주와 함께 성화점화에 나섰다. 대장금으로 한류 바람을 일으킨 이영애는 분명 자랑스런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왜 선수들의 잔치에 메인으로 나서야 했을까? 아무리 대장금이 아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해도 대표성을 가진 자리에 굳이 한류스타를 들이밀어야 했는지 의아스러웠다.

 

비스포츠인이 성화점화자로 나선 경우는 몇번 있지만 더욱이 연예인이 점화자로 나선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한다. 앞서 벌어진 한류스타의 퍼포먼스에 이영애의 성화점화까지 이어지며 제대로 한류행사를 방불케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였다. 개막식 피날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화려하게 수놓았다. 2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싸이의 행보는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강남스타일'인가라는 식상함은 어쩔 수 없었다. 싸이까지 한류의 정점을 찍으며 개막식은 한류 홍보의 장이 되고 말았다. 스포츠 스타들이 지나갔지만 그들이 한류스타에 가려지며 주객이 전도 된 역대 최악의 개막식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한류가 자랑스러워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한류가 다인 나라처럼 비춰지는 기획력은 정말 별로였다.  

 

 

 

 

연예인이 무슨 잘못이랴. 기획하는 이들의 머리에서 이정도 밖에 나올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임권택 감독과 장진 감독이 기획한 행사라서 더 충격적이다. 레퍼토리는 빈약했고 한류가 다인 기획은 민망했다. 개최국의 자부심이 문화와 역사로서 대변하는 개막식 공연은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수준이 낮았다. 여러 잡음이 있었다 해도 어쨌든 행사를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보여주는 게 맞을 것이다. 한류스타를 뿌린 건 그만큼 한류에 기대서 빈약한 준비를 가리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정부마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한류를 지원하고 대동하는 일이 빈번해졌으니 이미 예견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번 개막식을 보고 '두유노 강남스타일?' 이 먼저 떠올랐다. 해외스타가 내한하면 기자들은 어김없이 강남스타일을 아냐고 관행처럼 물었다. 너무 자주 그런 통에 이제는 '두유노'만 들어도 민망하다. 한류가 떴다는 데 외국인들이 그것을 안다면 자랑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두유노'를 외치면 그것은 자부심이 아니라 멍청한 일이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한류는 인기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조하면 그것은 강요가 된다. 두유노 시리즈가 조롱으로 번진 건 그때문이다.

 

결국 때와 장소를 분별못한 도넘은 한류 맹신이 이번 개막식을 역대 최악의 개막식으로 망친 게 아닌가 싶다. 적당히 흥을 돋구는 데 이용했다면 쓴소리도 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끝까지 한류만이 남았으니 스포츠 행사의 품격으론 최악이 아닌가 싶다. 설마하니 이런 모습이 평창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겠지? 벌써부터 두려움이 밀려온다. 한국을 빛낼 것이 어디 한류 뿐이랴? 다양한 볼거리를 위한 기획력을 좀 더 발휘했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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