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딘델라의 세상보기

박태환 동메달 획득, '미안하다' 발언 짠했던 이유 본문

키워드

박태환 동메달 획득, '미안하다' 발언 짠했던 이유


딘델라 2014. 9. 22. 07:29

박태환 선수가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날 경기는 많은 기대 속에 펼쳐졌다.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고 무엇보다 쑨양과 다시 맞대결을 벌이는 박태환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누구나 금메달이 가장 큰 목표지만 박태환 선수는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최선을 다한다는 뜻을 밝혔었다. 박태환은 늘 그렇듯 최선을 다했고, 동메달을 획득하며 또 한번 한국 수영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이날 200m 자유형의 금메달은 박태환도 쑨양도 아닌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에게 돌아갔다. 초반엔 박태환과 쑨양이 선두를 다퉜는데 막판 레이스에서 하기노가 이들을 추월해서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200m 금메달을 딴 박태환은 대회 3연패 도전에는 실패했다. 금메달을 놓친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았다. 박태환 선수가 그동안 조국에 선사했던 영광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기쁘고도 넘치기 때문이다. 그가 만족하는 최선을 다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 많이 힘들다. 기록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메달은 좋은 기록이 나왔으면 좋은 기록도 나왔을 것이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 주셨는데 아쉬운 경기 펼쳐서 미안하다. 남은 경기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이 응원해 주신 만큼 좋은 경기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

 

박태환의 인터뷰에는 미안함과 아쉬움이 묻어나 있었다. 박태환은 늘 좋은 기록을 원한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그의 표현대로 메달이란 좋은 기록이 나오면 따라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기록을 얻는 것이다. 만족할 수 있다면 어떤 메달을 따던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박태환의 모습에선 그런 만족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팔다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며 그는 미안함을 전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짠해서 도리어 우리가 더 미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박태환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 애썼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나 짠한 것이다. 밝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박태환 선수! 늘 긍정적이고 밝은 그의 모습 이면엔 아픔도 많을 것이다. 그가 런던 올림픽 이후 겪었던 상황이 더욱 그랬을 것이다.

 

수영 불모지 한국에서 탄생한 천재 수영선수 박태환! 그의 등장은 국민 모두를 설레게 했다. 그는 나가는 국제경기마다 좋은 기록을 냈으며, 결국 2008 베이징 올림픽 400m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영웅에 등극했다. 하지만 우린 영웅을 대우하는 데 너무나 인색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치자 이후 박태환은 스폰서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가 값진 은메달을 따내며 다시 한번 한국 수영의 자존심을 지켜줬지만, 우린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렇게 기업의 후원 없이 박태환은 고군분투해야 했다. 국민 스폰서가 발동해 모금을 하고, 개인 후원도 이어졌지만 한계일 수 밖에 없었다.

 

박태환 선수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한국에는 없었다. 그가 해외로 나가서 전지훈련을 했던 이유였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으로 그는 여기저기 훈련장을 전전해야 했다. 그런 중에 쇼핑몰 출연과 포상금 미지급 논란이 터졌다. 박태환 선수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팬들은 공분했다. 뒤늦게 포상금이 지급되었지만 수영연맹의 부진한 처사가 상처일 뿐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수영선수에게 주어진 환경은 너무나 척박했고, 그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스스로 준비해야 했다.

 

 

올림픽 금메달 하나와 세개의 은메달! 아시안게임에서 딴 메달 갯수는 샐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가 안길 메달은 더 늘 수 있다. 모두 동양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유형에서 일궈낸 쾌거였다. 아시아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리며 지금처럼 경쟁자들도 쏟아져 나올 수 있었다. 중국과 일본은 자신들도 박태환을 만들자며 엄청난 투자를 했다. 쑨양은 스캔들이 있었음에도 국가과 기업으로부터 연 20억원의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일본에게 금메달을 선사한 하기노 고스케 선수도 일본의 선진 시스템이 이뤄낸 성과였다.

 

이런 경쟁국들에 비해서 한국의 지원은 항상 제자리 걸음이었다. 재능있는 선수가 나와야만 눈돌리고, 천재가 나왔어도 그들을 계속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박태환이 최초라는 엄청난 수식어를 안겨주었음에도 우린 박태환을 최초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 천재가 튀어나왔음에도 그들의 가치를 금방 잊고 마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과연 제2의 박태환이 나올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분명 수많은 꿈나무들이 박태환처럼 되고 싶다며 수영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태환을 대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우린 그 꿈나무들에게 화창한 미래보다 참담한 현실을 먼저 배우게 하고 있다. 미안해서도 안되는 선수에게 미안하다는 소리가 터져나오게 했다. 스스로의 만족스런 마무리를 우린 끝까지 지원하지 않았다. 이런 한국에게 천재란 너무나 과분한게 아닌지. 그가 만족하지 못했다는 결과는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나온 것이다.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했다면 그가 왜 만족할 수 없었을까? 그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우린 박태환의 엄청난 가치를 너무나 일찍 외면하고 말았다.

 

우린 항상 말한다. 나라에서 해주는 게 없어도 천재들이 태어나는 게 참 용하다고. 그리고 또 그런 천재들이 방황할 때 우린 너무나 미안했다. 이런 나라에서 태어나게 해서 말이다. 그렇게 박태환의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나 짠하고 너무나 미안했다. 그래서라도 그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끝까지 응원하고 싶다. 그의 말대로 아직 여섯경기가 남았다. 그는 또 다시 물을 가르고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 박태환 선수의 값진 동메달 축하합니다!

 

공유하기 링크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