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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故 신해철, 씁쓸한 의료현실 보여준 충격 증언 본문
'그것이 알고 싶다' 故 신해철편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미스테리를 집어줄 때마다 분통이 터졌다. S병원 강원장은 계속해서 자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며 고인이 의사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여러 이유를 붙여서 환자의 잘못이라 면피했다. 그러나 이날 그알 제작진이 취재한 내용들은 오히려 그 반대를 가르키고 있었다. 환자를 최우선으로 돌봐야 할 의사의 책무를 과연 제대로 지켰는지 묻고 있었다.
암투병한 아내를 극진히 돌보며 남다른 부부애를 과시했던 신해철이었다. 당연히 건강도 신경쓸 수 밖에 없었다. 사망 직전엔 신해철 스스로 열심히 운동을 하며 건강관리에 힘썼던 때였다고. 그런데 어느날 신해철이 복통을 호소해서 여러 이유 끝에 평소 이용하던 S병원으로 향했다. 매니저는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장유착'이라 진단받은 신해철은 간단한 복강경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성공적이었다던 수술을 받고 나서 신해철은 고통 속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의료사고가 아니냐며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였다. " 수술 동의도 안 받고 위 축소 수술을 해버렸다. 그런데 이 시술자가 그렇게 많지 않댄다. 국내에서 이 수술은 이제 막 검증단계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 신해철 측은 죽음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한시간이면 끝난다는 수술은 장장 3시간이나 걸렸다. 그런데 환자와 가족의 동의 없이 이뤄진 묘한 수술이 문제였다. 내 몸에 무슨 짓을 한거냐 신해철은 화를 냈다고.
다이어트 중이었던 신해철이 자발적으로 위 축소술을 받은 것일까? 과거 위밴드 당시를 돌아보며 그알은 반박했다. 2009년 신해철은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강원장을 찾아갔다가 위밴드 수술을 건의받았다. 성대가 약한 신해철은 소리내기 위해 음반을 녹음할 때는 살을 찌웠다고 한다. 그런데 위밴드 수술 후 원할 때마다 체중을 실기 어려워 2012년 위밴드 수술을 제거했다고. 기존에 했던 수술조차 마다한 그가 또 비만수술에 동의했을리는 없었다.
가족들의 주장대로 동의 없는 수술이었다. 매니저도 부인도 신해철도 사전에 이를 몰랐다. 그런데도 강원장은 이를 부인하며 위벽강화 수술을 한 것일 뿐이라 주장했다. 허나 국과수 부검결과도 신해철 측 주장을 뒷받침했다. " 쉽게 말해서 위 용적 줄이는 수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소견으로 보았다 " S병원 기록에도 위 축소 성형술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심지어 아산 병원 기록에도 '신해철이 의식잃고 실려왔을 당시 강원장이 직접 비만 수술했다'는 대목이 나왔다.
이렇게 모두가 위 축소 수술을 가르키는데 강원장은 당당하게 이를 부인하기만 했다. 그가 당당한 이유는 허술한 의료현실을 비추고 있었다. 경찰이 S병원을 압수수색했지만 의사가 작성한 기록과 사진 몇장이 전부였다. 수술 동영상과 CCTV, 수술기록과 같은 직접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환자들을 대변할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씁쓸하게도 모든 건 의사만이 아는 진실이 돼버렸다.
한정된 자료로 신해철이 받은 수술을 알 수 있을까? 다행히 자문의사들은 사진만으로 위 축소 수술을 의심했다. " 모양만 봐서는 위 축소 수술이다. 위벽이 약해진 자리가 없다... " 사망원인인 천공과의 연관에 대해서도 비만 수술 과정에서 박리가 많이 이뤄져서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문제는 유가족의 주장대로 신해철이 받은 수술(위주름성형술)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S병원 홈페이지엔 다른 수술과 차이가 없다고 홍보했으나 전문의들은 보통의 비만수술에서 통용되는 게 아니라 했다. 또한 해외에서도 데이터가 적어서 장기적인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까닭에 신해철 측은 임상사례로 이용한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제보자들의 증언은 더욱 충격이었다. S병원에서 위밴드 수술을 받은 환자 중에도 동의 없이 맹장 수술을 받은 사례자가 있었다. 이상한 건 병원기록에 본인도 모르는 맹장수술 동의가 적혀있었다고. 문제는 신해철 부인도 비슷한 말을 했다는 것이다. 위밴드 수술 당시 담낭이 제거되었다는 것! 역시 본인 동의 없이 말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처럼 S병원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
S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는 더욱 충격적인 증언을 이어갔다. 언젠가는 터질 줄 알았다는 그녀는 신해철 수술 당시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증언했다. 증언 내용은 신해철이 전혀 모르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건 멀쩡한 맹장을 뗀 사람이 숱하다는 것이다. 앞서 맹장이 없어졌다는 제보자의 챠트를 보던 의사는 당황했다. 챠트엔 위밴드 수술은 없고 맹장수술 때문에 입원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본래의 목적은 사라진 수술내용! 이 황당한 상황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충격적이게도 보험과 연관이 있었다.
신해철 의료사고를 취재한 기자는 믿기 힘든 사실을 말해주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S병원의 수상한 의혹 때문에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5년간의 맹장수술기록 52건을 확보했는데 그 가운데 27건이 위밴드 수술과 맹장 수술이 같이 진행된 사례다. 과잉진료에 따른 이중청구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보험 때문이라면 정말 경악스런 일이다.
S병원을 둘러싼 부조리 의혹은 이뿐이 아니였다. 간호사는 어떤 수술이던 동영상을 반드시 저장했었고, 비슷한 증상으로 사망한 송모여인도 사실이라고 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에 동영상이 없었다는 건 뭔가 찜찜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고, 또한 신해철 뿐 아니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은 단순한 실수로 치부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또 다른 사망자의 판결문은 신해철을 떠올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강원장의 손을 들어줬다고.
재판부가 그런 판결을 내린 근거가 낯익었다. '금식하라는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해철이 사망한 후 금식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병원의 해명과 일치했다. 환자의 주의 소홀로 모든 걸 환자 책임으로 떠넘겼던 S병원의 반복된 주장들이 무책임해 보였다. 실제로 신해철은 퇴원 후 죽을 먹었다. 그러나 매니저도 아내도 당시 금식에 대한 말이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꾸만 금식을 들먹이며 과실이 아니라는 강원장! 정말 금식은 사망과 관련이 있을까? 전문의들은 이를 반박했다. " 금식여부 중요치 않다. 천공이 있다는 걸 진단이 안 됐기 때문에 "
전문의들은 진짜 문제는 엑스레이에 숨어있다고 했다. 신해철의 엑스레이는 육안으로도 심각해 보인다며 의사라면 이를 보고도 환자의 상태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했다. ' 퇴원시키면 안되는 환자! 엑스레이를 본 게 맞나? '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퇴원시킨 강원장의 행동을 문제시했다. 위험한 징후도 포착하지 못한 그는 의사의 책무를 다했는지 의심스러웠다. 위중한 상태를 말하는 엑스레이처럼 당시 신해철은 가슴통증, 발열처럼 이상징후를 보였다. 그럼에도 S병원은 진통제만 투여하며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 환자의 죽음에 의사로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 환자의 고통을 등한시하며 합병증 가능성 조차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크다." 의사들은 이를 지적했다. 신해철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런 저런 복합적인 비상식적인 일들이 그의 주변에서 벌어졌다. 그알의 취재 내용을 두고도 의료과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었다. 문제는 이런 고통이 신해철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슷한 의혹들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지만, 의료과실을 입증하기에 현실의 벽이 너무나 컸다.
" 의료사건으로 인한 형사 사건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고소하면 기소율이 1% 밖에 안 된다 " 1%의 기소율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의료현실은 참으로 씁쓸했다. 그것은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전문 수사 기관도 없이 의사의 잘못을 의사에게 검증받는 건 한계였다. 게다가 평균 2년 6개월이란 기약없는 소송에 승소율도 낮으니 억울해도 포기하란 거나 똑같았다. 이 모든 게 제대로 된 환자들을 위한 보호장치가 없어서다. 법조차 의료과실을 밝힐 책임이 환자측의 직접 입증이란다. 자료들은 암호처럼 어려운 의사들의 진료기록 뿐이고, 환자들이 원하는 수술 동영상 같은 중요한 자료들은 제외라고 한다. 이렇게 증거 부족 속에서 도와줄 의사를 찾을 수나 있을까?
일반인이 해독하기 어려운 의료기록들은 의사들이 해독해야 한다. 그럼에도 의사들마저 의료계를 눈치보며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알 제작진이 자문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의사들에게 부탁했지만 다들 난색을 표하며 고작 5명만 인터뷰에 응했다. 방송도 이런데 현실 속 피해자들은 어떨까? 도움주는 의사를 찾기란 하늘에서 정말 별따기보다 어려울 것이다.
국가의 노력조차 한계적이었다. 관련기관을 발족했지만 병원이 거부하면 시작도 못한다고! 이때문에 정치권이 들고 나온게 '신해철법'이었다. 그러나 의사협회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소신진료 방해, 방어진료의 우려를 이유로 반대를 높였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이유일까 싶었다. 결국은 이익집단의 권익을 위한 그들만의 의리가 아닐지. 어쩌면 S병원의 비상식 부조리를 키운건 이런 부실한 의료현실 같았다. 김상중은 강하게 말했다. " 누군가 갑자기 사망했다면 적어도 남은 이들에게 어떤 이유로 사망했는지는 알려줘야 마땅하다 " 그것은 상식적인 물음이다. 그런데 왜 의료사고만 적용되지 않을까? 환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만드는 건 과도한 요구가 아니었다. 그알이 밝혀낸 사실만 봐도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신해철의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만 봐도 그렇다. 아내에겐 평생 은인 같은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날개 없는 새가 된 심정이란다. 얼마나 허망하고 억울한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생떼 같은 아이들은 아빠가 죽은 현실을 알지 못할 만큼 어렸다. 누가 이들의 아빠를 하루 아침에 빠앗아 갔을까? 그럼에도 아내 윤원희씨는 아픔을 삭히며 애도해준 모든 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들의 응원이 있어서 용기를 냈다고 한다. 늘 사회문제에 관심가졌던 남편을 떠올리며 힘든 의료적인 문제에 도움이 되는 계기를 만들면 남편도 위안을 삼을거라던 간절함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죽어서도 공인의 도리를 잊지 않으려는 듯 그의 죽음은 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다. 기약 없는 싸움을 향해 그의 가족들은 나섰다. 그 화두를 잊지 않고 관심가져야 진정한 신해철법도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