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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어디가 민망한 슈돌 따라하기, 씁쓸한 원조 예능의 몰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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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어디가 민망한 슈돌 따라하기, 씁쓸한 원조 예능의 몰락


딘델라 2014. 9. 29. 07:50

'아빠 어디가' 시즌2의 부진이 심각하다. 얼마전 아어가는 슈돌(슈퍼맨이 돌아왔다)과 더블스코어를 기록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송일국의 삼둥이 투입 후 거침없이 시청률 상승을 이어가던 슈돌은 9월 14일 16.9%의 자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는 아어가 8.1%의 시청률과 딱 더블스코어였다. 슈돌은 시청률 면에서 안정기에 접어들었기에 더이상 이 갭을 아어가가 따라잡기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시청률 굴욕보다 더욱 심각한 건 바로 내용적인 굴욕이었다.

 

 

월드컵 특집 이후 제대로 길을 잃은 아어가는 최근들어 초심을 완전히 잃어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어가를 독보적으로 보이게 만든 컨셉은 바로 아빠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특히 단체여행은 아빠와 아이들 사이의 훈훈한 교감을 보여주며 힐링을 이끈 대표적인 컨셉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아어가는 모내기와 준수랑 운동회를 한 것 빼고는 개인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 시청률 상승을 이끌었던 초저가 배낭 여행이 개별 여행이었지만, 그것은 아빠와 교감하는 기회의도에 맞았던 부분이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반복되고 있는 각 가족마다 개인플레이를 벌이는 모습은 아어가의 초심과는 거리가 먼 장면들로 채워지고 있다.

 

 

올 여름 하고 싶은 한가지-막내특집-추석특집으로 이어진 과도한 특집편성은 아어가의 컨셉을 단체여행에서 각 가정의 개별 신변잡기로 바꿔놓았다. 아어가의 재미는 아빠와 아이 사이의 교감쌓기, 그리고 아이들끼리의 교감 나누기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개인플레이는 이러한 초심을 앗아가며 각자 노는 컨셉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몇번은 그런 컨셉이 색다른 재미를 줄 수는 있지만, 반복되는 개인플레이는 결국 의리로 버티던 팬들마저 등돌리게 한다.

 

 

아어가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은 개별 컨셉은 어디서 많이 본 것이다. 바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컨셉이다.  아어가는 최근 민망할 정도로 슈돌을 따라하고 있다. 단체여행이 주는 성장의 의미를 내팽개치고 개별 컨셉으로 가족들의 신변잡기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교감나눌 대상들이 정작 주변에 치여 안보이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다윤이의 급부상이다. 개인플레이가 늘어나면서 정웅인 가족은 아예 다윤아 어디가가 되어버렸다.

 

막내특집부터 추석특집까지 정웅인 가족에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던 다윤이! 하지만 다윤이가 메인이 된 것은 제작진의 패착이었다. 사실 막내특집부터가 슈돌을 너무 의식한 기획이었다. 슈돌처럼 귀여운 아가들의 덕을 보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슈돌을 의식하며 이를 정면에 내세울 때부터 아어가의 정체성은 무시되는 것이었다.

 

예전에 민율이가 부각되던 동생특집은 단체여행의 연장선이었고, 아이들끼리의 교감사이에서 특출난 행동을 보여준 민율이가 귀엽게 다가온 것이었다. 그러나 기존멤버를 무시한 채 막내들만 모아놓고 재롱을 벌인 건 아어가의 정체성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져 제작진이 정도를 모르는 게 문제였다. 다윤이가 한번 인기를 끄니 아예 다윤이를 메인에 잡고 주객전도의 편집을 이어갔다. 추석특집에선 유독 심했고, 이렇게 편차가 큰 편집은 한 가족 안에서도 소외를 만들었다. 귀여운 다윤이를 보는 건 좋았지만, 슈돌을 보는 듯한 착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윤이의 활약이 시청률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아니였다. 귀여운 재롱은 어차피 슈돌의 전매특허인데 굳이 아어가까지 찾아서 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처럼 육아예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셉으로 변질된 아어가는 스스로 희소가치를 버리고 있었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아빠와 아이의 교감, 아이들끼리의 교감을 놓치고 말았다. 흔히 케미라고 말한다. 아빠들끼리의 케미, 그리고 아이들끼리의 케미! 시즌1 때까지만 해도 이런 출연자들끼리의 교감장면이 엄청난 케미를 선사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단체여행은 그래서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멤버들이 모여있어야 이런 케미를 발산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멤버를 구성하고도 아어가는 이런 자신들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제막 멤버들끼리 캐릭터를 잡아가고 친해져가던 때부터 엉뚱하게 가족들을 찢어놓았다. 그리고 각 가정마다의 개별 에피소드를 중심에 두었고, 이는 슈돌이나 여타 육아예능들이 늘상 보여준 흔한 것이었다.

 

추석특집은 그 정점이 아니였나 싶다. 정웅인 가족은 친정집을 내려가서 다윤이 재롱만 보여주다, 정웅인과 아내의 데이트 장면만 엉뚱하게 보여주었다. 민율이가 친할머니가 친해지려 애썼지만 특별한 에피는 아니였고, 류진가족은 큰 댁에 내려가서 대가족 이야기를 담았지만 그것이 다였다. 분량이 없었던 안정환네는 막판에 이을용과 여행가서 식상한 몰카만 찍었고! 마찬가지로 분량 실종의 성동일네 역시 그동안 보여준 비슷한 추억여행을 반복했다. 그나마 후가 할머니와 교감하는 장면이 나와서 개별여행의 한계를 극복했을 뿐이다. 하지만 추석특집에선 다윤이 빼곤 아이들의 비중이 최악이었다. 아이들이 중심이 되야할 육아예능에서 어른과 관련한 에피소드만 주구장창 나왔다. 이는 최근 아어가의 문제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아어가가 흥한 건 아이들끼리의 교감이 가장 컸다. 서로 얼굴만 보고 웃어도 귀여운 아이들이 깜짝 놀랄 동심으로 어른들을 힐링시켰다. 단체여행이 줄어든 시즌2에선 이런 모습은 극히 드물었다. 슾지에 빠진 빈이를 구해준 장면 빼곤 거의 전무하다. 도리어 이런 교감을 슈돌의 삼둥이가 이어가고 있다. 형제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큰 인기다. 그런데 정작 아어가 제작진들은 슈돌이 마냥 재롱만 부려서 잘나가는 줄 착각하는 것 같았다. 송일국 투입이 신의 한수가 된 이유는 다시금 아빠와 아이들의 치열한 육아전쟁을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거기에 덤으로 삼둥이의 교감까지 뛰어났다. 초심을 되살려서 다시 부활한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만 봐도 그렇다. 컨셉은 늘 반복되지만 누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특별한 재미는 또 발굴되었다.

 

그런데 원조라고 자부했던 '아빠 어디가' 어떤가? 정작 자신들이 집중해야할 초심은 내팽게치고 점점 이도 저도 아닌 흔한 육아예능으로 변질되고 있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아어가의 희소성이 점점 사라지는 데 있다. 다양한 도전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아어가는 아어가다워야 한다는 기본틀은 변해선 안될 것이다. 이렇게 육아예능의 전성기를 이끈 원조 예능의 몰락이 씁쓸했다. 나가수의 저주가 아어가에게도 반복되는 것인지. 스스로 정체성을 상실하며 경쟁자들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모습이 씁쓸하다. 다음주 친구특집으로 단체여행이 오랜만에 부활하지만, 시기 상 아쉽긴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교감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또 주변이야기가 부각될 특집이라니. 언제부턴가 특집으로 채워나가는 아어가가 스스로의 부진을 자꾸만 부각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하여튼 오랜만의 단체여행이 좀 더 초심을 살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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