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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김구라의 용돈주는 장면이 불편했던 이유


딘델라 2014. 10. 16. 09:07

김지현, 현진영, 성대현, 김현욱이 출연한 '라디오스타'의 '-30억특집'은 스케일이 남다른 연예인들의 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잘나갈 때 주변에 흔들려 온갖 사업에 투자를 하다가 수억의 손해를 본 그들! 심지어 현진영의 경우는 파산신청이란 안타까운 상황까지 왔다. 그들의 망한 경험을 듣고 있자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왜 연예인들은 자꾸 사업을 하고 망하고 반복할까 싶었다. 반짝 인기만 얻어도 연예인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그것만 잘 관리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다.

 

 

아마도 돈의 여유가 생기면 인간이란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것 같았다. 잘나갈 때는 돈의 개념이 없을 정도로 돈을 잘버니까, 사업해서 망해도 금방 회복될 수 있을거라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았다. 게다가 연예인들의 경우 그들의 유명세를 이용하려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을테고! 매니저가 모든 활동을 관리해주고 스케줄만 따라다니다 보니, 의외로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 더 쉽게 사기도 당하는 것 같았다.

 

 

물론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한 연예인들도 있다. 그러나 재테크에도 성공하고 심지어 사업까지 승승장구하는 그런 연예인들의 성공신화는 운도 따라야 하고, 그 분야에 대한 철저한 준비도 해야 하고, 자기관리까지 잘 이뤄지는 상황에서 얻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하여튼 그들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서 그냥 욕심내지 않고 현상유지만 잘해도 그게 더 행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그래도 연예인들의 경우는 다시 방송활동만 열심히 하면 재기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라스에 나와서 이런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도 재기의 몸부림일 것이다. 재기하면 과거의 경험을 잊지 않고 좀 더 신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어쨌든 망했다는 걸 예능까지 나와서 웃고 떠드는 속내는 결코 편할 순 없을 것이다. 사람이란 누구나 자존심이 있고 이왕이면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이날 김구라가 성대현에게 용돈 주는 장면이 좀 불편했다. 김구라는 저번에도 라스에 출연한 노유민에게 용돈 5만원을 줬다. 월 2만 8천원, 용돈받는 남편이란 안타까운 사연에 힘내라고 용돈을 주었다. 당시만 해도 노유민의 불쌍함을 더욱 띄워주기 위한 웃음코드로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한번이었으면 딱 좋으련만! 용돈받는 남자의 원조 캐릭터라고 주장하는 성대현에게도 또 용돈을 주었다. 이번에는 윤종신과 김국진까지 설득해서 총 15만원을 쥐어주었다.

 

이날 성대현은 노유민의 용돈받는 남편 캐릭터가 자신이 5,6년전 써먹었던 레파토리였다며, 현재의 안타까운 상황을 장황히 들려줬다. 비굴하게 아내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다 걸린 사연, 돈이 없어 외출도 못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에게 김구라는 노유민을 떠올리며 노유민과 차별할 수 없다며 용돈을 주자고 말했다. 성대현이 나이도 있고하니 그냥 줄수는 없다며 모두가 5만원씩 내서 주자고 말이다. 심지어 윤종신은 동생 돈도 받냐며 규현은 SM돈이라고 농담까지 건냈다. 그런 땀나는 상황에서 성대현은 괜찮다고 몇번을 거절했다. 하지만 선배들이 계속 주겠다는 데 끝까지 거절할 상황이 못되었다. 결국 성대현은 1년치 용돈 수여식을 통해 김국진에게 용돈을 전달받았다. 김구라의 감격한 듯한 모습과 아름답다는 자막이 교차했다.

 

 

 

하지만 그 장면이 마냥 아름다워 보이진 않았다. 물론 그런 용돈 주기는 열심히 살라는 응원의 뜻이 담긴 행동일 것이다. 그러나 나이차도 얼마 안되는 사람에게 용돈을 받는 일은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망했다고 비굴한 사연들을 쏟아내던 자리였다. 예능이니 그것을 희화화하고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은 편치만은 않은 상황일 것이다.

 

이날 성대현의 마음이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굳이 김구라가 용돈을 또 거론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예능을 너무 진지하게 보는 것일 수 있지만, 어쨌든 사석에서도 받기 불편한 게 용돈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이쁘다 용돈을 준다해도 몇번을 손사래 치는 게 용돈이다. 하물며 누군가의 동정 때문에 다 큰 어른이 용돈을 받게 되는 상황이란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까 싶다. 그런 불편한 상황을 굳이 예능식 농담으로 던지고, 그것을 아름답게 포장한다 해도 그 속사정은 어쨌든 과한 동정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입장에선 상대방의 자존심을 배려하지 못하는 눈살 찌푸리는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다. 상대가 방송에서 대놓고 비굴한 캐릭터를 가져가도 마찬가지다. 캐릭터가 그렇다고 사람의 자존심도 똑같이 비굴해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나마 현진영이 끼어들어 " 싫다는 데 뭘 주냐. 차라리 날 달라 " 고 상황을 웃기게 몰아가서 참 다행이었다. 선배가 먼저 비굴해지니 성대현도 웃으며 생일같다며 그 상황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게스트들이 MC들의 상황을 알아서 맞춰주는 것도 어찌보면 너무한 일이다. MC란 게스트를 최소한 배려하는 자리일 것이다. 라스 분위기가 게스트 배려보다 까기가 주가 되는 특징이라 해도, 농담도 상황에 따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김구라의 설정이 때론 과할 때가 보인다. 독설의 아이콘인 그가 상대를 띄워주는 방식도 독설이지만, 요즘 김구라의 독설은 통쾌하기 보다 불편할 때가 많다. 얼마전 슈주가 나온 편에선 쓸데없이 출연도 안한 사람들을 소환해서 애써 비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김구라가 있어 라스도 존재하지만, 가끔씩 선을 넘을 때는 아슬해 보인다. 하여튼 용돈주기처럼 도넘은 상황 설정보다 재치있는 말솜씨로 상대도 편히 이끌 수 있는 라스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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