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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의서 이연희-정혜영. 편견 반전시킨 극과 극 사극연기 본문

Drama

구가의서 이연희-정혜영. 편견 반전시킨 극과 극 사극연기


딘델라 2013. 4. 9. 13:15

한국형 판타지를 표방하는 '구가의서'가 첫방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의 아버지 구월령의 최진혁과 어머니 윤서화의 이연희가 화려한 비주얼을 살려주며 시청자를 사로잡았습니다. 지리산을 지키는 구월령은 인간에게 구미호라 불리는 수호령이죠. 그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상당해서 산을 내려와 인간을 염탐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아비의 역모죄로 관기가 될 처지의 서화에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이날 '구가의서'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구월령이 서화를 구해주는 씬이었죠. 자결하려던 서화가 흩날리던 푸른 불빛 사이에서 잠이 들고, 그녀를 품에 안은 구월령은 아름다운 서화를 바라봤습니다. 선남선녀라서 그런지 이연희와 최진혁의 비주얼이 너무나 잘어울렸습니다. 그는 서화를 쫓는 사람들을 향해 수호령의 힘을 보여주어 기겁하게 만들었죠. 영화 뺨치는 CG가 일품이었던 이 장면에서 구미호 구월령의 변신은 멋졌습니다. 이처럼 판타지다운 스케일과 비주얼을 과시한 '구가의서'는 첫방부터 명작 탄생의 기대감을 줬습니다.

 

 

이렇게 주연 이승기와 수지를 대신해서 첫방을 무난히 이끈 최진혁과 이연희! 판타지에 어울리는 비주얼과 극전개로 이승기와 수지의 짐을 덜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첫방이니 만큼 연기력에 대해서 논하지 않을 수 없겠죠. 많은 사람들이 가장 걱정한 것은 이연희의 사극연기였습니다.

 

전작 '유령'에서 아쉬운 연기력을 보여줬기에 캐스팅 당시만 해도 또다시 발연기를 펼치면 어쩌나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특별출연으로 부담감을 벗어서인지 일취월장 연기력이 빛났지요. 이연희는 그동안 고질적인 발성의 문제가 컸습니다. 뭉게지고 세는 발음과 속도감이 떨어지는 대사톤때문에 늘 어색함을 더했습니다. 유령에서도 이점때문에 엄청난 비난을 들었지요. 다행히 이번 사극에서는 그간의 고질적인 문제를 어느정도 극복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아직도 입쪽의 표정이 아쉬워서 울때마다 어색한 느낌이 전해지지만, 2% 아쉬운 표정연기 대신 좋은 감정연기를 보여주었기에 극의 흐름을 방해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했고, 그것이 연기에서 전해진 것이겠죠. 발연기 논란의 핵심은 연기자의 자세입니다. 늘 따라다니는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배우의 노력여부와 직결된다고 평하는 것입니다.

 

특별출연임에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이연희에 대한 편견을 어느정도 깨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을 빛내주는 입장이 되서 어렵다는 사극연기에서 열정을 쏟아낸 결과 호평을 이끄는 것 같습니다. 아직 갈길은 멀겠지만 감정신이 많은 서화를 잘 그려냈기에, 이번 이연희는 주인공이 아님에도 아름다움이 더 빛을 발한 것 같습니다.

 

대다수 미남 미녀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이란 노력할 시기도 없이 무작정 비주얼로 주인공을 밀어붙였기에 따라온 것이었죠. 작은 역부터 다양한 배역을 거치면서 성장해나가는게 정상임에도, 시작부터 연기검증도 없이 덜컥 주연을 떠안게 되니 발연기라 욕먹는 건 당연했습니다. 이런 논란은 결국 끝없는 노력밖에 답이 없습니다. 드라마가 연기경험의 장이 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런 속에서도 성장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죠. 다행히 이연희는 성장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더딘 성장이 이제서야 호평으로 이어진 점이 바로 시스템의 한계를 담고 있기에 씁쓸했습니다.

 

 

그런데 이연희가 연기력 논란을 비껴간 것은 그녀의 노력도 있겠지만, 눈에 띄는 발연기를 보여준 이는 따로 있기 때문이었죠. 바로 오랜만에 드라마에 컴백한 정혜영이었습니다. '구가의서'에 정혜영이 합류한다고 할때, 이성재만큼 큰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이승기와 수지라는 젊은 배우와 함께 중견배우로 중심을 잡아줄거라 믿었지요. 그러나 춘화관의 우두머리 기생 천수련(정혜영)의 등장은 상상을 깼습니다. 바로 정혜영의 어색한 사극톤 연기때문입니다. 정혜영은 기품있는 차분한 연기에선 상관없지만, 감정이 격해지고 대노하는 부분에선 홀딱깨는 발성으로 실소터지게 했습니다.

 

이날 역모죄를 끌려온 윤서화가 절대 기방 문턱을 넘을 수 없다며 항변하는 장면에서, 노한 천수련은 서화를 따끔하게 혼내고 기를 꺾으려 옷을 벗겨 나무에 메다는 장면이 나오지요. 사흘밤낮을 먹지도 못하고 정신을 잃은 서화는 기어코 기방에 들어왔습니다. 깨어난 서화는 관기가 되느니 죽느게 낫다 버텼고, 대노하던 천수련은 서화의 남동생을 볼모로 뜻을 꺽었습니다. 이런 대면장면에서 정혜영은 국어책을 읽는 듯한 딱딱한 어조로 어색한 사극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닳고 닳은 독한 기방 행수로 연기변신을 선보인 정혜영은 힘이 들어간 연기가 지나쳐 어색함만 더했습니다. 카라스마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힘을 준 목소리 톤은 사극에는 안어울렸습니다. 정혜영이 연기를 못하는 연기자도 아니였고, 그동안 현대극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라서 충격이 컸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복귀해서 캐릭터에 대한 과한 욕심을 부린 것인지...믿었던 정혜영의 연기가 더 눈에 들어와서 상대적으로 이연희가 더욱 돋보일 정도였죠. 이날 차분하게 감정연기를 이어간 이연희였기에 더욱 정혜영의 연기가 극과 극으로 다가왔습니다. 더우기 불쌍하게 죽은 담이나 서화의 남동생이 눈물 쏙빼는 연기를 선보였고, 이성재도 욕이 절로 나오는 악역을 막힘없이 펼쳤기에 정혜영의 연기가 더 거슬렸습니다.

 

 

이처럼 '구가의서'에서 우려를 낳았던 이연희는 의외의 선전을 보여줬고, 기대한 정혜영은 어색한 연기로 첫방의 옥에 티를 남기며 반전아닌 반전을 보여줬습니다. 아무래도 이연희는 특별출연이었기에 좀더 힘을 빼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그에 비해 정혜영은 오랜만의 출연에 너무 과하게 힘을 준게 독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자연스런 연기변신이란 시청자들이 편하게 공감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정혜영씨가 좀더 힘을 빼고 편안한 연기를 위해 노력해주기 바랍니다.

 

'구가의서' 첫방은 연출과 극전개에서 완성도 높은 면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이승기와 수지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연희의 사극연기는 대중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충분한 이슈로 이왕이면 호연해야 더없이 '구가의서'의 완성도에 도움이 되지요. 그런면에선 첫방치고 시청률도 잘나왔고, 이런 기대감이 이승기와 수지에게 넘어가며 더욱 탄력을 받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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