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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룡이 간다 결말, 진태현의 재발견, 해피엔딩보다 빛난 존재감 본문
'오자룡이 간다'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오자룡의 결말은 그야말로 훈훈한 가족모임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모든 막장드라마가 그렇듯 결말에는 모두다 해피엔딩을 그리며 가장 행복한 모습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나진주(서현진)와 나공주(오연서) 자매의 임신 장면은 빵터졌습니다. 2년의 시간이 흐른뒤, 공주도 만삭의 임산부가 되었고, 강인국(정찬)을 따라 미국으로 갔던 진주 역시 임신을 했습니다. 입양문제까지 나왔던 불임의 진주마저 임신을 하다니 황당했습니다. 역시 끝까지 개연성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오자룡도 결말에는 모두 임신하고 끝난다는 출산장려의 모습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더욱 빵터진 것은 장백로의 여전한 사위사랑이었죠. 진용석 대신 강인국을 큰 사위로 맞게 된 백로는 또다시 인국에게 회사를 맡아달라며 부탁했습니다. 사위없으면 회사가 안굴러가는지 또다시 사위병이 도진 장백로의 한결같은 모습이 참 기막히면서도 미워할 수 없었습니다. '오자룡이 간다'가 아니라 'AT그룹 사위들이 간다'라고 해도 될 정도였죠. 이제는 착한 사위들 속에서 행복한 백로를 보니 다행이었지만, 끝까지 장백로 캐릭터는 코믹 막장스러웠습니다.
결국 찰스왕의 집선물로 함께 살게 된 오자룡 가족들! 새로운 가족이 늘면서 오자룡의 인생이 드디어 꽃을 피웠습니다. 이처럼 오자룡의 결말은 너무나 뻔하고 통속적인 전형적인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사건사고 많고 막장이 난무했어도 결말 만큼은 이상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이미 예상된 뻔한 결말이었죠. 급하게 마무리하며 억지스런 면이 보였지만, 이제는 답답한 시간끌기를 보지 않아도 되니 속시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피엔딩이 주인공 오자룡을 연기한 이장우의 해피엔딩은 되지 못했습니다. 오자룡은 결말까지 존재감이 미비했지요. 특히나 최종회에서 자룡의 분량은 진짜 최악이었습니다. ' 아버지' '네' ' 하하하' '장모님', 이런 고정멘트를 빼놓고는 마지막까지 큰 활약이 없었죠. 아무래도 작가는 오자룡의 매력을 살려내는 걸 포기한 듯 보였습니다. 오죽하면 자룡 할머니가 막판 주인공 같았습니다. 권성징악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가족모임까지 진두지휘하며 가장 많은 분량을 소화했습니다. 이처럼 이장우는 주인공임에도 적은 비중으로 굴욕을 당했습니다.
이장우로서는 주인공을 했음에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아쉬운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캐릭터가 산으로가서 존재감이 약해진 것도 있지만, 이장우 본인의 천편일륜적인 어색 연기도 한몫했지요. 이장우가 주연으로서 계속 성장하고 위해서는 연기발전이 급선무 같았습니다. 그래서 오자룡이 주인공다운 포스를 끝까지 발휘하지 못하는 동안, 결말까지 존재감이 컸던 건 진용석을 열연한 진태현이었습니다.
이날 진용석은 마리의 죽음으로 드디어 개과천선을 했습니다. 교통사고로 김마리마저 희생시킨 작가의 노림수는 역시나 진용석의 개과천선이었습니다. 그렇게 악랄하게 악행을 저지른 용석이 한순간에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억지였죠. 인간의 본성이 쉽게 변할 수 없기에 짧은 순간 180도 변하는 진용석의 모습은 참 기막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억지스런 용석의 개과천선을 용서하게 만든 것은 진태현의 명연기였습니다.
진태현은 죽어가는 마리를 통해서 잘못을 늬우치는 진용석의 감정변화를 오로지 연기로 극복했습니다. 마리를 붙잡고 오열하는 진태현의 연기가 너무 실감나서 괜히 슬퍼지더군요. 작가의 급속 마무리로 개연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진태현의 서러운 눈물연기 하나는 끝까지 빛났습니다. 치떨릴 정도로 뻔뻔한 악인연기를 실감나게 보여줬던 진태현은 모든 것을 다 잃고 후회만 남은 악인의 최후를 끝까지 잘 표현했습니다. 악랄한 악인에서 깊은 반성과 후회로 새사람이 되는 그 갑작스런 변화를 연기력으로 이해시킨 진태현이 대단했습니다.
개과천선 스토리는 진용석의 악행을 생각하면 그렇게 통쾌한 결말은 아니였지만, 그런 식상한 전개마저 몰입하게 만드는 진태현의 연기력이 어느때보다 돋보였습니다. 결국 '오자룡이 간다'의 진정한 해피엔딩은 재발견된 배우 진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답답한 전개로 막장드라마란 원성이 자자했던 '오자룡이 간다'를 지금까지 이끌어 온 것은 다름아닌 진용석 캐릭터였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았던 악인의 포스를 제대로 살려낸 것은 진태현의 연기력이었습니다.
불사신처럼 매순간 부활하던 짜증나는 스토리마저 몰입하게 만드는 진태현의 연기력이 있었기에, 시청자들이 악인에 애착을 가지고 관심을 보였습니다. '진용석이 간다'라는 농담같은 말도 결국은 진태현이 연기를 잘해서 몰입을 이끈 결과입니다. 그래서 '오자룡이 간다'의 식상한 해피엔딩보다 더욱 빛난 것은 배우 진태현의 존재감이었습니다. 임성한 뺨치는 또하나의 막장드라마란 평가를 들었지만, 진태현의 연기력은 막장 속에서도 진가를 드러내며 연기만은 명품임을 보여줬습니다.
최근 진태현은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진용석과 완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같은 사람이 맞냐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진태현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요. 수많은 작품을 거치면서 발전시킨 연기력은 언제고 시청자의 인정을 받기 마련입니다. 이런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재발견은 드라마를 보는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진용석 캐릭터로 확실히 각인된 그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이렇게 욕하면서도 매일 챙겨보게 만들었던 '오자룡이 간다'는 MBC드라마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드라마 전반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지만, 시청률 20%를 거뜬히 넘기며 드라마 왕국 MBC의 명성을 되찾는데 일조했습니다. 오자룡이 가고 임성한의 '오로라공주'가 온다고 하니, 또 얼마나 기막힌 막장드라마가 탄생할지 기대됩니다. 진태현처럼 새롭게 조명되는 배우도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