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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허무한 김민정 우승, 눈살찌푸린 노골적인 게스트 배려 본문
게스트가 나오면 런닝맨이 재미없다란 소리는 왜 나올까? 그건 바로 지나친 배려가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이죠. 그래서 매번 게스트가 나올때면 멤버들의 배려가 눈에 띄지 않고 순수하게 활약한 게스트만이 시청자의 호평을 이끌곤 합니다. 사실 게스트가 나오는데 이를 배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런닝맨이 추격전을 기본으로 팽팽한 경쟁을 하는 예능이니 만큼 게스트와 멤버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게임을 하는게 지켜보는 시청자에겐 더 즐거운 일이죠. 그래서 멤버들끼리만 게임을 할때 시청자들이 더 열광하고, 시청률도 반등하는 이유가 있겠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딱히 누굴 챙겨줄 필요없이 멤버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순간이 가장 런닝맨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김민정과 천정명이 출연한 '전설의 책가방'편도 게스트 배려가 오히려 독이 된 편 같습니다. 이들이 출연한 영화 '밤의 여왕'에 컨셉에 맞게 '날라리 레이스'를 펼쳤지만, 멤버들의 배려 속에서 허무하게 우승을 한 김민정을 보면서 여자게스트를 노골적으로 챙겨주는 끝맺음이 재미만 반감시켰죠.
'논두렁 징검다리', '땡땡이 간식타임', '전설의 주먹이 운다' 편까지만 해도 어느정도 팽팽한 게임이 이어지는 듯 했습니다. 김민정은 개리와 김종국과 한편이 되면서 처음부터 막강 전력의 팀을 꾸렸죠. 그래서 마지막 레이스까지 승승장구하면서 여유롭게 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김민정이 비밀경찰이었다는 반전이 시작되면서 승부는 김민정에게 유리하게 돌아갔습니다.
또다른 비밀경찰 이광수가 시작부터 신분을 시청자에게 노출시키며 매번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 달리, 김민정은 모두를 숨기며 비밀임무를 완수한 영특한 스파이로 반전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반전도 이광수와 대비된 의도된 시나리오 같아서 오히려 맥빠졌습니다. 광수처럼 비밀경찰이라 알려주지 않은 것부터가 김민정의 활약을 더 부각하기 위한 것이겠죠. 그런 것이 바로 게스트를 띄우기 위한 일종의 배려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결국 비밀경찰 임무를 완벽히 완수하고 절대가방을 차지한 것도 김민정이었습니다. 김민정은 앞서 이광수가 유재석과 천정명을 제거하고, 송지효가 개리와 하하를 먼저 제거해준 상황에서 어부지리를 얻은 거나 다름이 없었죠. 이광수는 비밀경찰로서 최대한 멤버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머리를 써야했고, 멤버들이 서로 이름표를 제거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유재석의 이름표를 허무하게 뜯게 만들었고, 아웃 당하는 것을 확인시키고 다들 이름표 제거에 몰두하게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막강한 천정명의 이름표까지 떼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에이스 송지효가 거침없이 남은 멤버들을 제거했고, 이광수의 전략대로 멤버들은 하나씩 떨어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광수의 계획대로 승부가 갈릴때까지 김민정의 전략은 신통치 않았죠. 김민정이 한 것은 김종국의 보호만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김종국과 송지효의 보호아래 기회만 노린 김민정이 송지효의 이름표를 제거하는 순간이 너무나 허무했습니다. 매번 서로를 의심하던 멤버들이 등을 내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몰랐을까? 그것도 에이스 송지효가 아무리 동맹을 맺었다해도 등을 내준채 게임에 임한다는 건 평소라면 상상할 수 없지요. 그런데 송지효는 등을 쉽게 내줬고, 김민정은 이름표를 떼고는 '언니 미안해, 이유가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유가 있다! 비밀경찰의 임무를 넌지시 표현한 것이죠.
그렇게 이광수, 지석진, 김종국, 김민정이 남겨진 상황에서 당연히 김종국이 유리할 수 밖에요. 김종국은 한 팀인 김민정을 계속 보호했고, 또 다른 비밀경찰 이광수만 열심히 이름표를 떼기 위해서 애써야 했지요. 결국 이광수는 아쉽게 김종국에게 이름표를 떼이며 신분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도통 비밀경찰이 뭔지 모르는 멤버들은 아무 의심도 없었고, 똑같은 비밀경찰인 김민정만이 아차 싶어서 당황했습니다. 남은 지석진마저 김종국에게 당하고, 팀이 승리했다고 생각한 김종국이 방심한 사이 그의 등에서 이름표를 떼고 우승한 김민정! 지석진이 필사적으로 김민정의 이름표를 떼려고 공격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고, 평소같으면 작은 것도 의심하던 멤버들이 비밀경찰에 대해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않은 것도 너무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멤버들이 이날은 너무 무뎠습니다. 김종국이 마지막이 되서 비밀경찰이 뭐냐고 묻는 순간, 유유히 등의 이름표를 떼는 김민정의 모습이 영화처럼 그려졌죠. 하지만 그런 반전은 시청자에게 그닥 와닿지 않았습니다. 가장 막강한 상대인 김종국이 바보처럼 등을 내주고 당하는 상황이 멤버끼리 라면 가당키나 했을까? 수없이 스파이를 경험한 멤버들이 조금의 의심없이 등을 내주는 상황은 게스트의 우승을 밀어주는 배려 상황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허무한 결말일 것입니다.
이름표떼기에서 큰 활약을 하지 않은 채 멤버들이 쉽게 내준 등의 이름표만 떼면서 우승한 김민정! 그녀는 승리를 만끽했지만, 지켜보던 시청자는 허무한 우승에 허탈할 수 밖에 없었죠. 이렇게 노골적으로 게스트를 배려하는 건 런닝맨을 망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특히나 여자게스트가 나오면 더욱더 멤버들은 여자 출연자를 챙기느라 승부마저 허무하게 끝내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눈살찌푸린 배려는 출연자를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욕먹이는 짓입니다. 적어도 승부에서만은 냉철해야 합니다. 손님이 최대한 게임다운 게임을 하면서 지더라도 절대로 신경쓰지 않고 똑같이 대해주는게 런닝맨의 진짜 손님접대가 되야 얻어가는 것도 있겠죠.
지금까지 런닝맨을 이기고 승리한 게스트들이 수두륵합니다. 그중에서 과연 런닝맨 멤버들이 배려하지 않고 제대로 승부를 봤다며 승리할 수 있는 게스트가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수년간 런닝맨을 했던 달인이 된 멤버들이 죽자고 덤비면 승리를 얻어가는 이들도 적을 것입니다. 때로 노골적으로 봐달라고 하는 게스트까지 있는데, 승리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최선을 다했는지를 보여주는게 런닝맨 출연 이유죠. 이러니 멤버들만 출연할 때가 가장 재밌다는 소리가 나오겠죠. 봐주는 것 없이 무조건 이기려고 기쓰는 멤버들의 모습이 가장 런닝맨 답습니다. 이광수의 우승을 바라는 소녀팬의 응원도 외면하고 첫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던 지석진의 모습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진짜 승부에만 올인하는게 당연하니까요. 그래서 런닝맨이 좀더 게스트를 배려하지 않고 시청자도 편히 즐길 수 있는 명승부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우승하는 순간 만큼 허무한 우승 밀어주기란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