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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11회 개연성 제로, 황당했던 억지 운명론 만들기 본문
'신의 선물' 11회는 허술한 전개 때문에 더욱 짜증났던 회였다. 마치 모든 상황들이 샛별이는 납치될 운명임을 말하려는 듯 샛별이(김유빈)와 김수현(이보영)을 위험에 빠트리는 쪽으로 흘러갔다. '신의 선물'은 초반부터 운명은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걸 강조했다. 김수현(이보영)이 타임슬립을 하면서 딸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고군분투했지만, 그녀의 개입에도 일어날 일은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거스를 수 없는 운명론도 개연성이 있어야 공감이 갈 것이다. 지난주 무진사건의 비밀에 접근해가는 이야기처럼 어느정도 극의 흐름에 도움이 되는 전개라면 시청자도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1회에선 뜬금없는 스토리 전개로 드라마가 산으로 가면서 샛별이는 결국 납치되고 말았다.
김수현(이보영)의 집을 침입한 범인은 다름아닌 한지훈(김태우)의 불륜녀 민아작가였다. 민아작가는 샛별이를 위협하며 유산 당한 앙갚음을 하려했다. 민아작가의 등장은 짜증나는 스토리의 시작이었다. 그녀의 자해소동을 경찰은 김수현의 짓이라 여겼다. 뒤늦게 나타난 한지훈 역시 김수현을 믿지 못하고 샛별이를 빼앗아 갔다. 다짜고짜 김수현이 한 짓이라고 단정짓는 장면이 얼마나 어이없던지. 경찰은 그렇다 쳐도 남편 한지훈의 행동은 더 황당했다. 상간녀가 꾸민 일임을 알고 있었으면 오해를 풀어줘도 모자란데, 그는 김수현이 경찰에 연행된 후에야 상간녀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다그쳤다.
이처럼 이날 최고의 민폐 캐릭터는 한지훈이었다. 상간녀를 유산시키며 그 모든 폐해가 가족에게 돌아갔음에도 그는 김수현에게 미안함을 드러내기는 커녕 완전히 미친 취급했다. 김수현 모녀가 민폐로 등극했지만, 이들이 이토록 운명에 맞서 싸우게 된 모든 원인제공은 한지훈이었다. 민아작가와의 불륜사실, 그리고 과거 사건을 들추며 벌어진 협박! 모두 한지훈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는 협박당하는 상황을 뻔히 알고도 무작정 김수현을 믿지 않고,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고 증거만 찾으러 다녔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그놈의 신념이 우선인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간녀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꿈꾸는 세상을 이루려고 한다는 말조차 참 위선적으로 들렸다.
가족을 건드리면 가만 안둔다며 협박범에게 당당히 말했지만, 그 순간에도 김수현 모녀는 납치 위협을 당하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모든 걸 알았다면, 가장으로서 가족의 안위를 지키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런데 한지훈은 김수현이 가져간 반지와 귀걸이를 찾는데만 열중했다. 그것이 협박범들이 찾는 중요한 물건이라고 해도, 굳이 김수현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찾아야 했는지! 결국 자신의 행동으로 샛별이는 더 큰 위협에 놓이게 되었다. 인권변호사로서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 행동했지만, 자신의 불륜을 끝까지 감추면서 김수현을 위기에 몰아넣는 모습이 정말 기막했다. 다 너를 위한 일이라며 김수현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지만, 엄마와 떨어진 샛별이는 이후 냉동차에 갇히며 더한 위험에 처했다. 이렇게 김수현 가족 전부를 민폐로 만들어 버리는 작가의 한계가 아쉬웠다.
이렇게 11회에선 김수현과 샛별이를 갈라놓기 위해서 작가의 억지 전개가 판을 쳤다. 상간녀의 자해소동을 김수현이 뒤집어 쓰며, 경찰에 연행되다 문신남의 위협에 놓이고! 경찰로 위장한 문신남이 벌인 일을 모두 기동찬(조승우) 일행이 뒤집어 쓰면서 경찰서에 갇혔다.(호국 형사가 기동찬 일행을 빼주던 상황도 얼마나 개연성이 없던지. 경찰이 정말 호구였다.) 겨우 빠져나와 대면대면하는 친엄마를 찾아 강릉에 내려간 김수현은 남편이 보낸 정신병원에 갇히고! 엄마와 떨어진 샛별이는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조폭들에게 쫓기다 할머니와 함께 냉동차에 갇혔다.(냉동차를 탄 상황도 황당한데, 오징어 먹물로 탈출하는 장면은 더욱 기막혔다. 말도 안되는 작가의 필력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이처럼 기동찬과 김수현 그리고 샛별이를 강제로 갈라놓기 위한 작가의 개연성 없는 억지 스토리가 시청자의 혈압만 올렸다.
사방이 적이다! 그것은 11회 내용의 김수현 모녀가 처한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비글 모녀라는 소리를 듣던 김수현과 샛별이도 모자라, 이제는 사방이 샛별이 납치를 돕기 위해서 애쓰는 듯 보였다. 결국 샛별이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납치 당일 입었던 옷을 갈아입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김수현이 샛별이 옷을 태워버리지 않고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릴 때부터 이런 비극은 예고되었던 것이다. 정말 한지훈이 번뜩하고 쓰레기 봉투에 담긴 옷을 기억하는데 황당하기만 했다.
이렇게 모든 아귀는 샛별이가 반드시 납치되는 운명론에 맞춰졌다. 그러나 그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샛별이가 냉동차를 타는 설정부터 그것이 왜 일어나는 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저 샛별이를 방송국에 보내기 위한 억지 설정이었다. 그리고 냉동차에서 샛별이의 옷이 젖어 버리니 쓰레기 봉투의 옷을 갈아 입는다는 황당한 끼워맞춤이었다. 개연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무조건 납치된 그 상황으로 몰아넣기 위해서 모두 억지로 끼워맞춘 상황들이었다.
이런 전개는 지금까지 왜 샛별이 납치범을 찾느라 고생했는지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결국 샛별이는 납치될 운명이었고, 마치 김수현이 헛짓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비글 모녀 소리를 들으며 배우들의 열연마저 묻히게 했다면, 적어도 김수현의 고생에 적당한 명분이라도 줘야했다. 이런 '신의 선물'을 보면 드라마 '49일'이 떠오른다. 눈물 찾기를 실컷 해놓고 눈물 찾는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황당한 결말로 시청자의 원성을 샀던 '49일'처럼, '신의 선물'도 주인공이 타임슬립을 해서 벌였던 그간의 사건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초반까지는 그간의 복선과 사건들이 흥미를 끌었는데, 이제는 꼬이고 꼬인 수많은 이야기들을 풀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11회의 억지 같은 전개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납치된 샛별이를 찾는 과정이라도 개연성있게 마무리했음 좋겠다. 샛별이까지 납치된 마당에 이젠 김수현이 미친취급 받을 상황도 없어졌으니, 기동찬과 함께 납치된 샛별이를 찾는 일이라도 몰입도 있게 그려냈음 좋겠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기동찬 캐릭터마저 없었다면, 더욱 아쉬웠을 것이다. 김수현이 제발 이번에는 비글미를 과시하지 않고, 기동찬의 추리에 순순히 따라갔음 좋겠다. 과연 샛별이는 살 수 있을까? 이젠 샛별이의 납치 진범을 찾을 게 아니라 샛별이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수없이 던진 떡밥을 회수할 타이밍이다. 다음 회차는 실망스럽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