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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대한항공 사무장, 현실판 미생 보여준 안타까운 인터뷰


딘델라 2014. 12. 13. 09:22

'땅콩 회항'사건으로 비난에 직면했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사를 위해 국토부에 출두하며 수많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사과를 전했다.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한 조현아는  " 여러분께 심려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 며 승무원 당사자들에게도 직접 사과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조 전 부사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사무장에 대한 욕설과 폭행 주장에 대해선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역시 대한항공 본사에서 언론사들에 둘러쌓여 대국민사과를 했다. " 저의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 번 바랍니다. 조현아를 대한항공 부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대표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 여러분의 용서를 구합니다 " 라며 고개를 숙였다.

 

 

대한항공에 대한 국토부 조사와 압수수색이 벌어지는 등 사건이 더욱 번지자 조현아는 뒤늦게라도 사과의 뜻을 직접 전하며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데 책임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버지까지 딸의 일을 사과하며 여론을 잠재우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생색내기 사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뒤늦게 사과를 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지만, 압수수색 등 압박이 들어오기 전까지 그들이 보여준 사과는 미진하기 그지없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땅콩 서비스 문제로 인해서 오너가 승무원을 질책한 게 아니였다. 본질은 일방적인 도넘은 갑질이다. 회사 측은 승무원의 잘못인 듯 책임 떠넘기기 식의 면피성 사과를 대신 전했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회항할 만큼 서비스의 잘못이 그리 컸던 것일까 따져볼 일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매뉴얼을 안 지켰다는 승무원의 서비스 잘못은 아니라고 새롭게 알려졌다. 승무원은 매뉴얼에 적힌대로 상대의 의사를 물어서 서비스를 한 것으로 해석하면 되었다.

 

결국 질책을 받고 비행기에서 내리게 할 만큼 논란된 땅콩서비스가 중대한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이 황당한 사건에 대해 외신들까지 관심가지며 조롱을 보낸 것이 아닌가 싶다. 비행기 회항은 그야말로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조현아는 재벌의 파워로 항공법도 무시하며 항공기 역사상 유례없는 황당한 일을 저질렀다. 그녀가 오너일가라도 비행기에 탔다면 한명의 승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특권의식에 휩싸여 도넘은 갑질을 하는 동안 승객의 안전과 불편은 무시되었다.

 

 

뒤늦게 사과를 했지만 그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려면 왜 모두가 분노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거대한 항공사를 소유했지만 그들은 소유자가 아닌 진정한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재벌의 한계를 보여주듯 특권과 월권으로 도넘은 처사를 보여주고 말았다.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모두 '을'인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준 갑질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인데, 사회의 리더라는 이들이 보여주는 추태는 오히려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이번 사건으로 제대로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조양호 조현아 부녀의 형식적인 사과보다는 대한항공 사무장의 인터뷰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KBS 취재진들은 기내에서 쫓겨난 사무장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다. 그는 초연하지만 여전히 울분히 쌓인 듯 억울한 심정을 피력했다. 이날 사무장이 털어놓은 핵심 내용은 조현아로부터 폭언은 물론 폭행까지 당했고, 회사 측으로부터 거짓 진술을 강요당했다는 것이었다. 폭로 내용은 그동안 알려진 내용보다 더욱 충격이었다. '내려'라는 외마디 말 이전에 조현아씨는 심한 욕설은 물론 케이스 모서리로 사무장의 손등을 수차례 찔러 상처까지 났다고 했다. " 그 모욕감과 인간적인 치욕, 겪어보지 않은 분은 알 수 없을 겁니다. " 그로 인한 상처난 마음은 여전히 수치심에 떨리는 듯 보였다.

 

게다가 사무장과 여승무원을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모욕을 줬고 삿대질을 계속하며 기장실 입구까지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 '당장 연락해서 비행기 세워. 나 비행기 못 가게 할 거야' 라는 말을 하는 상황에서 제가 감히 오너의 따님인 그 분의 말을 어길 수..." 그의 흐려진 말처럼 흥분한 오너 딸의 말을 거역하기 힘든 엄청난 압박이 당시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건 회사측의 태도였다. 회사측은 승무원들을 위로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들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했다. 언론에 사건이 알려지자 대한항공 직원 대여섯 명이 거의 매일 집에 찾아와 '사무장인 자신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해 조 부사장이 화를 냈지만, 욕을 한 적은 없고, 자신이 스스로 비행기에서 내린 것'이라고 진술하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또한 국토부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에도 '국토부의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 기장과 사무장! 조사라고 해봐야 회사측과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심리적으로 위축시켰다고 한다. "사과문 발표됐고, 거기엔 전혀 저와 제 동료인 승무원에 대한 배려나 미안함이라든지 품어주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고..." 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처사는 여전히 고압적인 갑질의 연장이었다. 상처난 마음을 위로하는 건 어디에도 없었고 회사는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며 오히려 직원들을 압박하기만 했던 것이다.

 

이처럼 대한항공 사무장의 인터뷰는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그가 당했던 심한 모멸감은 인터뷰에서도 전해졌다. 회사의 압박에도 그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건 어차피 사과를 받는다 한들 회사가 바뀔리는 없을거란 자포자기의 심정이 아닌가 싶다. 회사가 지켜낼 건 오너일가요 결국 직원은 피해를 감수할 대상이란 엇나간 시스템 상에서 억울한 승무원들을 누가 지켜줄 수 있을까 싶었다.

 

 

 

이런 사무장의 인터뷰는 현실판 미생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드라마 '미생'에는 샐러리맨의 애환이 생생히 담겨있다. 그 중에는 상사의 폭언과 폭행에 수치심을 느끼는 직원들의 설움도 나와서 시청자를 분노케했다. 얼마전 미생에선 마부장의 찌르기에 직원들이 항의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자신의 화를 주체못하고 직원들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마부장의 모습에 자원팀 정과장이 " 부장님 저희들 몸에 다시는 손찌검을 하지 말아 주십시오 " 라며 부당함을 표한 것이다. 드라마에선 상사에게 항의라도 할 수 있었지, 현실에선 무릎까지 꿇고 죄인이 된 듯 모든 걸 받아들여야 했다.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하다는 말이 새삼 절실히 느껴졌다.

 

모두가 집에서는 귀하게 자란 자식이고, 집에선 가장으로서 존경받는 아버지일 것이다. 그런데 회사라는 직위체제 안에서 인격모독까지 받으며 부당한 처사를 감수해야 하다니 얼마나 서러웠을까 싶다. 사무장이 더욱 상처받은 건 한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자존심까지 깡그리 무시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돈버는 일이 치사하다고는 하나 그것이 이렇게 노예처럼 부리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세상엔 욕설과 폭행을 받아도 되는 위치란 없다. '을'이란 오너의 마음대로 해도 되는 노예가 아니다. 그럼에도 비상식적인 일들이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21세기라니! 답답함이 밀려온다.

 

현실의 미생들은 위로가 절실하다. 그런데 돌아가는 꼴이 희망만 좀 먹고 있다. 국민들이 이번 사건에 분노한 건 그때문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란 공감대다. 갑질 뒤에 숨겨운 '을'의 슬픔에 국민들은 분노한 것이다. 홀로 남겨진 공항에서 사무장은 얼마나 상처받았겠는지. 그런데 그런 사무장의 고통을 회사측은 알리 없었다. '회사가 모질다' 미생에서 회사는 모질기만 한 차가운 대상으로 표현되었는데 그것이 절대 오버가 아니였다. 그런 잔인한 현실 속에서 직원들은 오너의 딸에게 벌벌 떨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재벌이 크게 달라질거라 생각하는 국민은 몇 없을 것이다. 깊숙히 뿌리내린 한국사회의 비상식적인 시스템이 쉽게 흔들리기엔 여전히 '을'들의 힘이란 미약하다. 그저 재벌 스스로 자식교육을 똑바로 해주기만 바래야 하는 우리네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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