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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김희선 끝없는 독의 수난, 시청자 허무하게 만든 반전 본문
신의가 결말만을 남겨두고 있어서 참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만족스런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를 따라주지 못한 엉성한 전개들이 아쉬움으로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23회, 독에 중독된 은수가 해결 방법을 찾은 장면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어렵게 구해낸 배양액이 단사관때문에 깨져버리자 시청자들은 멘붕이 되었고, 은수도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며 절망을 했었죠. 죽더라도 최영 곁에 남겠다는 은수의 애절한 눈물때문에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더기에 의해서 독을 치료할 방법을 찾게 됩니다. 바로 장선생이 남긴 책에서 독으로 독을 이긴다는 동종요법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이었습니다.
어렵게 배양액도 만들고 게다가 도성을 다 뒤져서 해독제를 구하려 별짓을 다했는데, 결국 찾은 곳이 장빈의 책이라니...어이없게 수술도구를 치우다가 발견한 책과 몇장 넘기지 않고 바로 힌트를 발견한 더기의 모습들이 너무 엉성했습니다. 이렇게 무성의하고 허무하게 발견될거면 그 고생을 왜 했을까 참 허탈했습니다. 아무래도 이필립이 빠지는 바람에 엉성하게 처리된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더 맥빠지는 것은 하필 찾은 해독법이 또다시 독을 쓰는 방법이었습니다. 독의 수난도 아니고 결국 또 독을 써서 은수를 고생시킬거면 여지껏 은수가 왜 그 고생을 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내 치료마저 독을 쓴다는 반전에 허무하기까지 했습니다.
독한 독을 써서 독을 이기는 방법은 한마디로 죽음을 각오해야하는 위험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배우들의 감정연기는 참 애절했습니다. 은수는 꼭 최영과 함께 하겠다는 믿음으로 독을 썼고, 독을 이기는 은수를 지켜준 최영의 모습은 안타까웠지요. 하지만 이런 배우들의 절절한 감정연기가 좋으면 좋을수록 그것을 뒷받침 해주지 못한 전개때문에 도리어 미안함만 들게 했습니다.
해독제로 선택한 최후의 방법으로 독을 썼기에 이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마치 했던 것 또하듯 도돌이표 전개에 힘이 빠지며 흥미가 뚝 떨어졌습니다. 가뜩이나 지겨운 독이야기가 태반인 신의였는데, 해독마저 독으로 끝이 나는 것을 보니 드라마의 정체성마저 혼돈이 되었죠. 주인공이 독인 드라마도 아니고 은수가 독때문에 고생만 하다가 또 독을 써서 치료를 하다니 너무 지겹게 만든 것입니다. 고려에 독퍼레이드 하려고 온 것도 아닐텐데 독에만 빠지다가 끝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독에 관련되서 고생한 은수와 최영의 이야기가 태반을 넘긴 신의를 보면서, 신의의 최대의 적은 바로 그놈의 독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덕흥군은 은수만 독의 수렁에 빠트리고 결말에는 종적을 감추고 사라졌고, 뭔가 깊은 뜻이 있을 것 같던 단사관도 물음표만 남기고 사라졌지요. 결국 은수는 해독제를 찾지 못해서 종종거리다가 끝내 독으로 또 고생하며 스스로 독을 이기고 눈을 떴습니다.
이처럼 독에 의한 반전은 그간 했던 모든 것이 다 낚시인듯 더 허탈하게만 했습니다. 배양액과 해독제 그리고 화타의 유물은 결국 은수의 치료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힘겹게 치료제를 만들려 것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짓이 되어버렸습니다. 뭔가 대단한게 있을 것 같았던 부분들을 이렇게 한순간에 퉁쳐서 끝을 내니 시청자가 허무할 수 밖에 없지요. 모두를 놀라게 하는 반전도 아닌 하필 지긋지굿한 독이니 더욱 지겨운 반전의 도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아스피린을 은수의 입에 키스하듯 먹이는 달달한 장면도 뜬금없이 느껴지며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매회마다 아름다운 장면들은 하나 하나 때어놓고 보면 연기도 좋고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한편으로 놓고 봤을때 극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만큼 연출의 아쉬움과 극본의 아쉬움이 참 크게 다가왔습니다. 어차피 판타지에 개연성을 운운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야기를 좀더 촘촘하게 전개했었다면 분명히 더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벌려놓은 이야기들은 참 많은데 그것을 수습하지 못하고 매번 퉁쳐서 엉성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공허한 독치료와 천혈까지 가기위한 지리한 도돌이표 전개가 계속될거면 의술과 정치 그리고 노국공주와 공민왕을 좀더 보강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어느하나 제대로 완성되지 못하고 끝내는 것 같아서 아쉽니다. 그래서 유종의 미를 바랬던 시청자들에게 23회는 다소 아쉬움이 컸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 될 이야기들이 여전히 많은데 그런 이야기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듯 했으니까요. 그래서 결말에 그런 궁금한 이야기들을 다 풀어낼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게 했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배우들의 연기와 비주얼로 달랠 수 있었지만, 그래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배우들의 애절한 연기가 후반부로 들어가면서 제대로 터졌지요. 최영과 함께하고 싶어하는 은수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해준 김희선이었죠. 오랜만에 나온 김희선의 애절한 감정연기가 후반에서 더욱 빛났기에 더 안타까웠습니다. 오로지 최영만을 위해서 죽을 각오한 은수의 심정을 애절한 연기로 잘 표현해줬습니다. 이민호 역시 최영장군을 멋진 캐릭터로 거릅나게 만들었고, 그 비주얼만으로도 시청자를 버티게 했습니다. 이런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을 더 멋지게 펼쳐내지 못한 완성도가 정말 아쉽습니다. 좋은 배우와 캐릭터를 좀더 살릴 수 있었을텐데 결말이 다가올수록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급마무리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방법이 어찌되었든 은수가 지긋지긋한 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생겼습니다. 결국 은수가 살아야 최영도 살 수 있고, 고려에 남아서 해피엔딩이 될 수 있습니다. 그 한 과정이 끝날 조짐이 보인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기철의 발악을 잠재우는 것이겠죠. 차라리 천혈로 보내고 싶을 만큼 아직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한 기철의 끈질긴 발악이 이제는 귀여울 정도입니다.
은수와 최영이 독에서 벗어나게 되면, 기철만 처리하면 두 사람앞에 해피엔딩만 남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독의 수난을 겪은 은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진짜 허무함이 너무 클 것 같습니다. 적어도 신의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서 달려왔는지, 그것은 최영과 은수의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궁금했던 화타의 유물도 결판이 나겠죠. 남겨진 결말에서라도 지금까지의 아쉬움을 날리며 유종의 미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