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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한글특집, 방송사고도 잠재운 공익성의 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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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한글특집, 방송사고도 잠재운 공익성의 힘


딘델라 2014. 10. 12. 08:09

곤장 3호가 발동될까? '무한도전' 한글특집 도중 꽤 큰 방송사고가 났다. 벌칙수행으로 정준하가 받아쓰기를 하던 장면에서 갑자기 검은 화면과 격자 화면이 나타나더니 지난주 정형돈의 라디오스타 장면이  등장한 것이다. 아무래도 편집실수 같았다. 그런데 편집이 어긋난 방송사고는 한번이 아니였다. 뒤이어 노홍철의 벌칙수행에서도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준하 부분에서 방송사고가 나간 이후 엔딩까지 장장 8분간 효과음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효과음이 없으니 확실히 방송분위기가 어수선해 보였다.

 

 

아무리 재밌는 무도라도 이런 엄청난 방송사고로 편집이 뚝뚝 끊기니까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시금 편집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무한도전은 방송사고 직후 트위터를 통해 " 10월 11일 방송 도중 편집상의 실수로 발생한 사고로 시청에 불편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고 공식사과했다. 이처럼 이날의 방송사고는 무도 역사상 최악의 방송사고였다. 400회 특집을 앞두고 제대로 액땜을 하는 것일까? 무도도 이런 방송사고를 내는구나 싶어,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론 김태호pd의 곤장이 먼저 떠올랐다.

 

 

그동안 무도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어긋난 게 있다면 곤장을 맞겠다며 실천해왔다. 일종의 옴브즈맨처럼 시청자의 불만을 외면하지 않고 처리하는 무도만의 기발한 방편이었다. 유재석의 엉뚱한 아이디어는 곤란한 상황을 시청자와 웃으며 풀 수 있는 유용한 장치가 되었다. 그래서 이날 방송사고를 대하는 시청자 반응도 무도다웠다. 큰 방송사고였음에도 시청자들은 마냥 질타를 하기에 앞서 농담반 진담반 곤장3호 발동을 외쳤다. 제작진의 불찰은 맞지만 그것을 두고 마냥 무도를 비난하기보다 시청자들도 위트있게 풀기를 원한 것이다.

 

 

시청자들이 이렇게 무도에게 관대할 수 있던 건 무한도전이 가진 공익성의 힘이 크다. 애초에 '곤장' 역시 시청자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초심을 되찾고자 마련한 '선택2014'란 공익성 기획에서 탄생했다. 시청자들의 불만사항을 이렇게 귀담아 듣고 그것을 곤장을 맞으며 실천하려 애쓰는 방송은 흔치 않다. 더욱이 예능이 아니던가?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미 무도에 대한 두터운 믿음을 가질 수 있었고, 이런 방송사고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날 방송된 한글특집 자체도 공익성 기획이었다. 한글날을 기념해서 우리의 언어파괴 실태를 되돌아 보자는 기획이라서 반향도 컸다. 초반 10대의 심각한 줄임말 현실을 재밌게 구성해서 보여줬는데, 한글이 요상한 은어들로 변질되는 게 씁씁했다. 또한 멤버들의 깜짝 몰카로 드러난 심각한 은어 비속어 사용실태는 한글파괴가 단순히 10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대가 고민해야할 문제임을 실랄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무도 멤버들은 외국인 수준에서 대학교 수준까지 단계별 언어능력 평가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대학 수준까지 접근한 멤버는 없었다. 정형돈은 외국인 어학당을 방문했고, 유재석과 노홍철은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그들의 굴욕이 어디 그들의 것일 뿐일까? 평소 필자도 빠르게 글을 쓰다보면 오타가 난무해서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많았다. 한글은 쉽지만 그것의 바탕이 되는 우리말은 참으로 어렵다. 맞춤법을 잘 알고 있다 장담해도 쓰다보면 헷갈리기 일수인게 한국어다. 그래서 '널빤지', '어쭙잖게', '빌려', '통째로' 같은 무도에 등장한 단어들이 포털의 실시간을 도배했었다. 

 

이날 멤버들의 굴욕 장면이 큰 웃음을 주면서도 한편으론 어린 세대들에게 좀 더 이쁜 말을 써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낄 수 있었다. 순수한 아이들은 어른들의 부끄러운 언어파괴를 실랄하게 꼬집었다. 동심의 눈에 비친 TV프로들은 자극적인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불쾌한 존재였고, 부부싸움을 하면서 무심결에 내뱉는 말을 아이들은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간식을 먹으며 '위하여'를 외치는 충격적인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했다. 아이들 앞에선 찬물도 못 마신다더니 정말 아이들은 어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따라했다. 어른들의 거울이라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언어생활에 힘써야 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무한도전은 한글특집을 통해서 우리의 언어파괴 현실을 절실히 깨닫게 했다. 한글특집이 공익성과 재미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시청자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었기에 이날의 방송사고도 쉽게 잠재울 수 있었다. 무도가 지향하는 공익예능은 시청자에게 큰 공감을 준다. 예능이기에 분명 재미도 추구하지만 재미와 동시에 시청자에게 깨달음도 전하고 있다. 무도가 국민예능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런 공익성에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무도의 실수가 전부인냥 속단하지 않고 다시금 믿음을 보내는 것이다. 실수로 비난만 받기에는 무도가 주는 감동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얼마전 발표된 무도의 기부현황만 봐도 그렇다. 최근 4년간 MBC 기부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60%에 육박하는 27억원의 기부금이 무도에게서 나왔다고 한다. 무도는 달력판매 및 기타 여러 공익행사를 통해서 꾸준히 기부를 실천해왔다. 무도가 MBC의 절반이 넘는 기부액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왜 국민예능이라 불리는 지 알 수 있다. 끝없이 소통하고 기부하고 그런 결과로 9년이나 변함없이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이런 자료가 국회 방통위 소속 의원을 통해서 발표된 것도 이례적이다. 방송의 모범사례라는 뜻이다. 이처럼 무도가 꾸준히 지향해 온 공익성은 위기도 헤쳐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하여튼 이번 방송사고를 발판으로 무도가 더욱 노력했음 좋겠다. 또 노력할 것을 알기에 혹여 김태호pd가 곤장을 맞더라도 웃으며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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