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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정 쌀롱 故신해철, 가슴 뭉클했던 마왕의 존재감


딘델라 2014. 11. 3. 15:29

JTBC '속사정 쌀롱' 첫회가 방송되었다. 알다시피 '속사정 쌀롱' 첫회는 마왕 신해철의 출연분이다. 아마 제작진들도 이를 방영하는 여부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신해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은 유가족들에게 혹시나 누가 되지나 않을지 말이다. 다행히 유가족들은 신해철의 마지막을 수많은 팬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다. 그런 어려운 결정이 너무나 고마울 정도로 신해철의 마지막은 여전히 신해철다운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의 소신이 담긴 발언들은 끝까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속사정 쌀롱'은 시작부터 신해철의 명곡 '그대에게'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했다. 그렇게 방송 중간 중간 신해철의 히트곡들을 적절하게 배경음악으로 쓰면서 그를 추모했다. 이날 방송은 단순한 추모방송이 아니라 '속사정 쌀롱'이 어떤 프로인지 제대로 알려주고 멤버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재치있는 입담을 첫방부터 과감없이 보여주는 1회 방송분 그대로였다. 그래서 더욱 더 MC 신해철의 존재감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신해철하면 화려한 입담을 꼽는다. 그래서 섭외 1순위가 신해철이었을 만큼 제작진이 가졌던 기대감도 컸었다. 이날 유쾌하면서도 해박한 언변을 뽑냈던 신해철을 보면서 제작진들이 더욱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그만큼 신해철은 방송 1시간 내내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는 대세 MC들과 전혀 어색함없이 조화를 이뤄서 멋진 방송을 이끌었다.

 

 

방송 후 신해철이 남긴 어록들이 화제였다. 그의 말은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실제 방송에서도 MC들은 신해철이 말을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엄청 집중했다. 어렵지 않으며 힘있고 조리있게 들리는 그의 말들은 공감을 이끄는 힘이있었다. 그런 신해철이 아내 윤원희씨를 언급해서 찡했다.

 

" 내가 가장 쉽게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 은 일을 해줘도 행복하다 말해주고, 작은 노력에도 웃어주는 여자! 저는 그런 사람과 결혼했어요 " 신해철에게 아내는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었다. 작은 행복에도 웃어줄 수 있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전해져서 더욱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남겨진 아내도 떠나간 마왕도 애틋한 사랑을 품고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싶어서 이장면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후광효과'을 논하는 자리에서 윤종신은 자신도 후광을 입은 것 같다며 신해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실수투성이 데뷔 첫 무대를 신해철과 함께 했었다는 윤종신! 무대를 망치고 데뷔하자 마자 끝나는 가 싶어 절망할 때 그의 등을 두드려주며 위로를 건낸 게 다름아닌 신해철이라고 전했다. 그때 신해철은 " 전쟁터에서 죽는 건 창피한 게 아닌데, 등을 돌리고 등에 칼을 맞으면 창피하다 " 라는 말로 윤종신을 무대로 이끌었다고!

 

음악인으로서 한 길을 함께 걸어오며 두 사람이 나눴던 우정이 뭉클했다. 아마도 윤종신은 그의 사망소식에 더욱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발인식까지 끝까지 함께 했던 윤종신은 신해철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그의 부검 등을 다른 동료들과 결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찾고자 노력했다. 신해철과 함께 MC가 되서 기대도 컸을텐데 안타까웠다.

 

 

방송 내내 신해철의 해박함을 다시금 느꼈다. 그는 단순히 입담이 좋은 게 아니라 정말 아는 것도 많은 참 논리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어록들은 더욱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 같다. 무엇보다 상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강남이 후광효과에 대해 이해를 못하자 그것을 쉽게 풀어주기도 했다. 젊은이들이 신해철을 더욱 좋아하는 건 신해철이 누구보다 타인의 입장을 잘 대변해주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참는다'란 특별한 코너에서 신해철은 청년 취업을 대변하며 자신의 남다른 소신을 밝혀서 눈길을 끌었다.

 

" 젊은 사람들이 직장이 없다고 난리를 치면서도 막상 힘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그걸 젊은이들의 정신력 문제만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상태에서 땀을 흘리는 것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흘리는 땀은 다르다. 1m 앞이 절벽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어둠 속의 청춘들에게 다그치듯 [ 그거라도 해라. 지금상황에서] 라고 내뱉게 되는데, 사실 몸이 힘들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미래가)보이지가 않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

 

미래가 없는 노동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은 공감이 컸다. 또 자신과 다른 의견이 오가자 마지막으로 천천히 소신을 정리했다. " 운전하다가 기름이 떨어졌을 때 보험사에서 최소한 주유소까지 향하는 기름을 넣어주는 최악의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복지다. 환경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백수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순 없다. 내가 아무런 수입 없이 가족들에게 민폐만 끼치면서 곡 작업만 한다고 가정하자. 나부터 힘들고 죽을 것 같을 거다. 뭐라도 일을 하면 생계에 도움이 될 것은 같은데, 차마 작업실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까봐 그런 것이다. 정당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몰아세우지는 말자 " 라며 마지막까지 방황하는 청춘들을 대변해주었다.

 

 

 

이런 신해철의 어록 때문에 더욱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이날 제작진들이 준비한 추모영상 속에도 있지만 '신해철은 내가 부모님과 선생님, 어른들에게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유일하게 해줬던 사람이었다' 란 네티즌의 글처럼, 강자보다 약자 그리고 어른이 아닌 청춘들의 편에서 그들이 듣고 싶은 말들을 많이 해준 아티스트였다. 제작진들이 신해철을 섭외하려 했던 이유도 이처럼 다양한 시각에서 공감대를 높이는 발언들로 방송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신해철의 공백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는 마지막 방송에서도 마왕 신해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뽑내며 방송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여전히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자신만의 철학이 많았던 참 아까운 사람이었다. 갑작스런 죽음은 이러한 신해철의 열정을 앗아간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아쉽고 슬프다. 엔딩에서 제작진들이 준비한 진심어린 추모영상이 정말 가슴 뭉클했다. 수많은 팬들이 신해철을 그리워하며 남긴 글들 속에는 왜 우리가 신해철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지 그 이유들이 절절히 담겨있었다. 그의 열정은 끝까지 아름다웠다. 그는 마지막까지 마왕다운 유쾌함을 던지며 모두를 즐겁게 했다. 그의 행복한 미소를 영원히 추억할 수 있게 한 '속사정 쌀롱'도 선전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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