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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LP소년 육성재 기권, 생방송 한계 보여준 최악의 방송사고 본문
예능과 생방송의 궁합은? 안타깝게도 예능을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건 여러모로 리스크가 큰 것 같다. 나가수 생방송에서도 느꼈지만, 아무리 프로그램의 한계가 있다 해도 생방송은 준비성도 배로 들고 더욱이 편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돌발상황에 대처하기가 힘들다. 이런 생방송의 문제점을 복면가왕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으니, 2015 DMC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기획된 '특별 생방송 여러분의 선택! 복면가왕'은 시도는 좋았으나 생방송의 단점만 고스란히 드러내는 최악의 결과를 보여줬다.
그동안 복면가왕에서 실력자들이 아쉽게 탈락할 때마다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시청자는 편집된 영상만 보게되니까 연예인판정단과 방청객이 뽑은 결과를 모두 수긍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간의 아쉬움을 떨치기 위해서 특집 겸 시도된 복면가왕 생방송! 시청자들이 실시간 문자투표를 하는 만큼 공정성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아쉽게 탈락했던 복면가왕 출연자들이 새로운 가면을 쓰고 가왕에 도전했다.
그런데 준비가 미흡한 생방송은 최악의 방송사고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만들고 말았다. 1라운드/2라운드 무대들이 이어졌는데, 아쉽게도 기존 복면가왕보다 음향 면에서 최악이었다. 가뜩이나 야외무대의 음향이 기존 음방 수준으로 처참하니 출연자들의 라이브도 천차만별이었다. 라이브를 그대로 내보내고 후보정을 못하니까 몇몇 출연자들은 아쉬운 실력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부족한 음향을 뚫고 멋진 라이브를 보여준 이들도 있었으니, 생방송은 가수들의 라이브 실력차이만 적나라하게 확인시켰다.
게다가 매끄러운 진행도 힘들었다. 패널들의 쓸데없는 토크도 편집할 수 없으니, 몇몇 패널들은 시청자의 비난만 들었다. 이렇게 혼돈의 진행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MC 김성주다. 김성주가 유연하고 센스있는 입담으로 혼란스런 상황을 수습했으니 망정이지 그마저 없었다면 더욱 최악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이런 김성주를 진땀 빼게 만들었던 최악의 사태는 바로 기계오류에 의한 판정번복이었다. 1라운드 듀엣무대의 결과가 기계오류에 의해서 잘못 발표되어 2라운드에 진출한 '대답 없는 거울공주'와 탈락하며 이미 솔로무대를 끝마쳤던 '카리스마 LP소년' 육성재의 결과가 번복된 것이다. 듀엣무대의 승리자는 알고보니 육성재였다. 그래서 이미 얼굴까지 공개했던 육성재는 다시 가면을 쓰고 2라운드에 진출했고, 거울공주는 다시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며 솔로무대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거울공주는 바로 장혜진이었다. 장혜진은 탈락의 아쉬움을 날리는 뛰어난 라이브 무대를 보여줘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처럼 장혜진과 육성재의 희비가 갈렸지만, 둘 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결과를 번복하며 다시 가면을 쓰게 된 육성재나, 승리한 줄 알았는데 뒤늦게 가면을 벗게 된 장혜진이나 정말 황당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웃을 수 없었던 어이없는 방송사고로 출연자들이 코미디 같은 상황을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재탕해야 했으니 얼마나 곤혹스러웠을까? 김성주는 진땀을 빼며 수습하느라 애썼지만, 이미 엎어진 분위기를 혼자서 감당하기는 벅차보였다. 결국 2라운드에 진출한 육성재가 스스로 기권을 선언하면서 방송사고를 매듭지었다. 그는 3라운드에서 부를 노래를 2라운드에서 열창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가 공개된 점이 공정한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며 자진 탈락을 했다.
" 정말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복면가왕' 특성상 얼굴이 공개된 상황에서 공정한 투표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죄송스럽지만 많은 분들이 들어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2라운드에서 기권하겠다 " 방송의 공정성을 생각하는 육성재의 깊은 배려가 최악의 파장을 막았다. 그 역시 방송사고의 피해자였는데, 사태를 수습하려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이 참 대견했다. 그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분명 말이 많았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부담이 컸을텐데 차분한 대처를 보여줘서 개념돌이란 호감을 샀다.
하지만 제작진의 실수를 출연자들이 책임진 건 너무나 씁쓸했다. 아무리 생방송의 묘미라고 둘러대도 이런 엄청난 실수는 마냥 웃어넘길 수 없다. 최선의 무대를 보여주고자 노력했을 출연자들이 생방송 준비가 부족한 뒷감당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발음향문제와 기계오류는 충분한 준비만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기계오류는 너무 심했다. 문자투표로 결과발표를 하려했다면 기본적으로 세심하게 신경써야 하는 게 집계다. 한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생방송이니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했다. 그럼에도 기계오류로 승자번복을 하는 초유의 사태를 낳았으니 이는 역대급 방송사고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전적으로 제작진의 실수다. 이런 기본적인 돌발상황도 체크하지 않은 채 무작정 생방송을 기획했다면 욕먹어도 싸다.
이처럼 장혜진의 탈락번복과 육성재의 기권으로 복면가왕 생방송은 최악의 결과만 보여줬다. 예능에서 생방송은 역시 큰 무리수였다.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해도 어떤 돌발상황이 터질지 모르는데, 가뜩이나 승패를 갈라야 하는 음악예능에선 여러 한계를 보여줄 수 밖에 없다. 문자투표 자체도 완전히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데 이런 방송사고까지 터진다면 더욱 혼란만 초래될 뿐이다. 역시 예능은 아무리 말이 많아도 편집의 힘이 크다. 깔끔한 구성과 예능적인 재미를 편집으로 살려내는 면이 크다. 음악방송은 더 할 것이다. 방송사들이 지금까지 완벽한 생방음향을 구현하는 걸 본적이 없기에 항상 생방송은 발음향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예능에서 라이브를 추구하는 건 독이다. 다른 부차적인 문제를 신경쓰지 않고 온전히 음악감상에 몰입해서 큰 감동을 얻으려면 녹화방송이 제격이다.
이번 방송사고로 복면가왕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절대로 생방송을 하면 안된다는 걸 말이다. 굳이 예능에서 현장의 생생함까지 느낄 필요가 있을지. 깔끔하지 못한 생방송을 불안함으로 지켜보느니, 예능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녹화방송의 묘미를 맘 편히 보는 게 낫다. 항간에는 복가 제작진이 아닌 다른 팀이 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본방 제작진들은 속상함이 클 것 같다. 잘 나가는 포맷으로 겨우 이런 참담한 결과만 만들어 오점을 남겼으니 다시는 생방송은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 같다. 하여튼 복면가왕이 최고의 윈윈 프로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생방송은 오히려 그런 장점을 가리고 말았다. 괜한 생방송으로 취지와 달리 편견만 쌓이게 했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역시 초기 포맷이 관심을 끌었다면 아무리 말이 많아도 그것을 쭉 유지하는 게 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