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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 성동일-유아인, 김태희 연기력 논란 잠재울 유일한 두 희망 본문
SBS 야심작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방송되었습니다. 악녀로 표현된 장옥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장옥정은 마치 해품달을 닮은 퓨전사극 뺨치는 전개와 비주얼을 보여줬지요. 그러나 초반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아무래도 장옥정이 화제가 된 것은 김태희 때문이죠. 김태희의 첫사극인 점, 과연 김태희가 장희빈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역시 김태희의 연기력은 도마에 올랐습니다. 첫회에서 김태희는 발성에선 사극을 위한 노력이 보였지만, 여전히 특유의 표정에서 아쉬움을 남겼지요. 빛난 외모의 그녀였지만, 고질적인 김태희표 표정연기는 벗을 수 없는 문제 같았습니다. 가뜩이나 이번에 선보이는 장희빈 역할은 사랑에 헌신한 정치적인 희생녀로 그려질 예정이었죠. 새로운 해석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 연기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연기력은 초반부터 논란만 될뿐 극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장옥정은 정통사극에서 다뤘던 장희빈 이야기를 해품달처럼 퓨전느낌으로 다루고 있지요. 장옥정이 패션디자이너란 설정으로 화려한 패션쇼 장면을 파격적으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2회에서 아역들의 사랑이야기가 해품달의 그것과 유사하게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주얼에만 치우진 연출은 오히려 장옥정에선 독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해품달을 의식한 듯한 전개와 연출이 과연 장희빈 이야기를 대중에게 녹아내기에 적절한 것인지 문제였죠.
우리가 대다수 알고 있는 장희빈과 숙종의 이야기들은 정통사극 속에서 녹아났기에 중장년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산뜻한 멜로로 포장하기엔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따라서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만큼 재해석하는 장희빈을 대중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이 더 큰 문제 같았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마냥 해품달같은 퓨전 멜로로 녹아낼게 아니라 정치적인 희생량임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문에 2회를 지나면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다름아닌 유아인과 성동일이었습니다.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을 잠재울 비장의 카드는 멜로와 정치를 절묘하게 이어주며 장옥정의 해석에 당위성을 부여할 숙종과 장현의 캐릭터였지요. 다행히 성동일과 유아인은 연기력 논란 속에서 초반 고전하는 장옥정에서 명연기로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장옥정, 사랑에 살다' 시작전부터 가장 기대된 배우는 유아인이었습니다. 장희빈의 재해석만큼 숙종의 재탄생도 큰 축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숙종은 여인들의 치마폭에 쌓인 유약한 인물로 그려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집권을 해낸 그가 유약한 상태로 반세기를 버티며 정치를 했을리가 없겠죠. 서인과 남인으로 갈린 지금과 비슷한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그는 두 세력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을 죽여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숙종이 치적은 약하지만 마냥 약한 왕은 절대 아니라는 해석이 궁금증을 더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유아인은 첫 등장부터 세자 이순의 강단과 혈기를 과시했지요. 기득권 사대부를 대표하는 서인의 수장과 대립하며 " 야합의 정치는 배우고 싶지 않다. 왕이 될자는 왕의 방식으로 생각할 뿐, 신하들의 정치는 배울 필요가 없다 " 라며 확고한 절대군주를 꿈꿨습니다. 당시 서인과 남인으로 갈린 정치판은 왕에게 대립의 정치만 보여주고 희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순은 세자빈 간택 역시 '나의 비장의 카드'라 말할 만큼 정치적 이해타산이라 여길 뿐이었죠. 2회 엔딩에서 서인의 딸인 인현(홍수현)의 간택지를 향해 " 그리 나의 빈이 되고자 한다면 어디한번 되보라지 " 라며 카리스마를 뿜은 얼굴로 그들의 정치술수에 맞서는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이처럼 유아인은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정치적인 고뇌에 휩싸인 숙종을 그려냈습니다. 초반부터 그는 안정되고 깊이있는 사극발성과 편안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이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걸오앓이를 탄생시킨 그는 역시 사극과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무엇보다 옥정과 첫만남에서 떨리는 멜로를 보여준 유아인은 러브라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지요. 정치와 사랑앞에서 고뇌하게 될 그의 아픈 연기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젊은 연기자 중 연기력 만큼은 확실히 인정받은 그이기에 김태희보다 유아인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2회가 어설픈 아역멜로로 집중도를 떨어뜨렸음에도 1분도 채 안되는 엔딩에서 유아인이 보여준 카리스마는 엄청났습니다. 이렇게 유아인은 캐릭터를 살려내는 좋은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단연 화제의 배우는 성동일입니다. 장옥정의 당숙으로 나오는 성동일은 신분에 대한 열등감을 엄청난 재물을 모으며 털어내는 대단한 야심가지요. 재산으로 치면 당대 최고인 역관 출신 장현은 조선이란 신분사회에 도전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이용할 만큼 욕망이 컸습니다. 성은 입으려 궁녀가 된 딸이 다른 이를 연모해 죽음에 이르자, 그는 복수심과 야욕이 합해져 더 큰 계획을 옥정에게서 풀고자 했습니다. " 내가 너와 함께 도모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조선을 함께 삼켜보지 않겠느냐...너는 니 치마폭에 나는 내 아가리에..." 옥정의 앞에 엄청난 야망을 드러낸 장현의 연기는 성동일에 의해서 소름돋게 표현되었죠.
성동일은 추노와 전우치에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이번 역시 철저한 장사치이자 시커먼 속내로 조선을 자신의 것으로 삼고자 한 장현 캐릭터를 기막힌 연기로 살려냈습니다. 요즘 준이 아버지로 '아빠어디가'에서 웃음을 담당하며 대세인데도, 연기만 하면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완전 딴 사람이 되서 놀라게 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거지꼴이 아닌 재물과 권력을 탐하는 야심가인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였습니다. 낮게 깔리는 목소리에 사람을 꿰뚫을 것 같은 뱀같은 장현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성동일의 변신이 감탄스럽습니다.
장옥정이 사랑과 정치에 치여 희생량이 된다는 설정때문에 악행은 장현이 담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옥정을 얻기 위해서 그는 그녀의 어머니와 스승마저 희생시켰습니다. 남인의 돈줄인 장현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옥정을 최고의 자리에 올리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성동일은 초반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습니다. 장옥정에게서 땔 수 없는 남인을 대변하는 존재기때문에 성동일의 존재감은 회를 거듭할 수록 커갈 수 밖에 없겠죠. 멜로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정치기 때문에 중장년층을 겨냥하기 위해서는 성동일 같은 중견배우의 역할이 매우 클 것입니다.
이렇게 '장옥정, 사랑에 살다' 는 초반 주연 김태희의 아쉬움을 유아인과 성동일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존재감으로 메꿀 수 있었습니다. 이는 김태희표 장희빈이란 타이틀에 비하면 아쉬운 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3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가 되면 이들의 활약과 함께 극의 재미를 더할거라 기대합니다. 어쩌면 김태희의 연기력이 더욱 아쉬운 이유는 새로운 장옥정이 아직은 잘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유아인과 성동일이 만들어가는 숙종과 장현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더할 수록 왜 장옥정이 그리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것을 잘 납득시킨다면 점점 괴도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장희빈을 멜로로 표현하는 것은 큰 도전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시각에서 장희빈을 둘러싼 다른 인물들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합니다. 장희빈이 인기있던 것은 정치적인 이해를 암투로 풀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치적인 희생량이란 것을 잘 풀어가며 정통사극의 인기요인을 이어가야 중장년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마 이때문에 아역에 대한 미련없이 1회만에 아역분량을 짧게 해치운 것 같습니다. 김태희와 유아인이 전면에 나와 정치풍랑 속에 힘겨운 사랑이 그려지고, 김태희의 청조한 외모만큼 새로운 장옥정이 진가를 잘 드러내는게 성공의 열쇠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