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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아이템 선정 논란, 과도한 시청자 챙기기의 역효과 본문
'무한도전'이 새로운 프로젝트인 '무도를 부탁해'를 방송했습니다. 시청자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도를 기획하겠다는 의미에서 아이디어 공모전을 한 것이죠. 그러나 '무도를 부탁해'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신선한 아이디어에 열광했으나, 정작 뽑힌 사람들이 어디서 본 듯한 식상한 아이템을 가진 팀이라 실망했지요. 이렇게 '무도를 부탁해'는 기획의도와 다른 전개 때문에 아이템 선정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무도를 부탁해'에서 이예준군의 열정 만큼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12살의 어린나이지만 어른들 못지않은..아니 그 이상으로 꿈을 향해 열정을 불태우는 예준군의 놀라운 열의에 감탄했습니다. 이예준은 프레젠테이션에서 놀라운 말빨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른 뺨치는 열정이 드러났던 프레젠테이션으로 이번에 두팀중 한명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렇게 뽑힌 예준군은 수많은 스텝들과 멤버들을 사이에 두고 침착한 지휘로 시선을 잡았습니다. 전혀 떨지 않고 오히려 상기된 모습으로 어른들을 지휘하는 모습은 신선했습니다. 생존게임이란 아이템은 부실했지만 꼼꼼하게 촬영을 위해서 사전조사를 하는 등 준비성도 대단했습니다.
특히나 어린 예준군의 철학이 모두를 놀래켰지요. '한다면 한다' 기획이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부담을 이야기하자, 예준이는 "즐겁게 하라. 하시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라는 침착한 부탁을 했습니다. 이런 여유있는 모습에 유재석이 부담이 되지 않느냐 물어보니 예준이는 기특한 대답을 들려줬습니다. " 너무 즐거워서요. 그게 꿈이었어요. " 꿈을 실현하는 예준이의 즐겁다는 말은 울컥하게 했지요. 이날 예준이는 예상과 다르게 기대이하의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 재촬영은 못하죠. 무리도 있을테고. 최대한 편집으로 재밌게 만들어봐야죠 " 라며 재촬영은 없고 편집으로 살린다는 명쾌한 답으로 멤버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예준이는 모두가 즐겁게 하는 촬영하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며 그래야 참된 웃음이 나온다는 명언을 들려줬습니다. 어리지만 프로들까지 큰 깨달음을 주는 예준이의 열정은 이날 무도의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예준이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TV를 본 시청자들은 혼동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예준이가 던져준 논에서 추어탕 끓이는 생존게임이 어디서 본 내용들이고 너무나 식상한 아이디어였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서 혈액형 아이템과 셜혹홈즈, 설국열차 패러디는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12살 예준이는 무도를 사랑하고 확고한 꿈에 대한 열정은 좋았으나, 아이디어가 다른 출연자에 비해서 밀렸었죠. 이는 함께 뽑힌 안양예고 여고생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고생들은 '무한도전 수학여행'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비슷한 포맷을 여러번 했었기에, 무도MT 컨셉은 신선함이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여고생들의 풋풋함이 끌려서인지 무도는 이들에게 일일PD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처럼 '무도를 부탁해'의 기획취지를 아이디어 선정에 초점을 둔 시청자들은 앞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했기에 예준이나 안양예고생들의 부실한 아이템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이들이 재치를 보여주며 방송분량을 뽑고 큰 재미를 선사했다 500:1의 아이템 선정 기준에 대해서 납득하기 힘들었죠. 기획 컨텐츠가 아닌 일반인이 웃겨야 하는 건 아니였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기획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기획의도가 틀어져서 방송 본 시청자들에게 불친절하게 전달되었기 때문 같았습니다.
무도 애청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뽑아서 무도를 기획하겠다는 의도였다면, 분명 식상한 아이템은 뽑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청자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무도가 직접 기획하는 형태였다면, 아이템 자체만 보고 신선함에 높은 점수를 주는게 당연해겠죠. 그런데 정작 선정된 사람들은 아이디어 외적인 부분이 영향을 줬습니다. 결국 시청자가 일일PD를 하겠다는 취지가 제대로 전달된 적이 없었기에, 부실한 아이디어가 선정이 된 것을 시청자는 이해할 수 없던 것입니다. 이처럼 왜 이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줬는지 분명한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예준이의 열정, 그리고 여고생들의 풋풋한 도전을 두고, PD와 작가가 꿈인 이들의 꿈을 응원하려 했다는 짧은 설명만 있었어도 이런 논란은 줄었을 것입니다.
결국 참가한 시청자의 꿈을 응원하고 띄워주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아이디어를 놓친 무도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뭇매만 맞았습니다. 그래서 안양예고생들의 일본어 소개글을 편집하지 않았다며, 광복절 이후에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받으며 외적인 논란만 더 키웠습니다. 이는 무도가 그동안 해온 시청자와 함께하는 시청자 아이템을 과하게 써온 결과가 부른 역효과지요. 시청자와 소통하는 걸 최고로 여겼던 무도였습니다.
그러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과 소통할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분명 무도제작진은 참가한 시청자의 꿈을 응원한다며 고무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중된 챙기기에 취중했다가 결과적으로 다른 시청자가 느끼는 혼동은 잊어버린 것입니다. 자신들이 본 열정과 풋풋함으로 일일PD의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좀더 친절히 절달했다면 감동과 재미는 그대로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선한 아이디어를 뒤로하고 기획의도를 불친절하게 틀어버리며 추억만들기로 전환이 되었으니 무리수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논란이 커지자, 김태호PD는 트윗에 해명글을 올렸습니다. " 오늘 <무도를 부탁해>에서 선발된 이예준 감독님과 안양예고 감독님들 작품들은 프리젠테이션 이후 2차 기획회의 자리에서도 가장 큰 열정을 보여주셔서 1차로 가볍게 무도를 부탁드렸습니다.. 녹화를 준비하는 모습에서도 저희가 많이 배웠구요.. ㅎㅎ<진격의 혈액형>이나 <셜록특집> 등 제작진도 깜짝 놀란 몇몇 아이템들은 모든 걸 그대로 부탁드리기에는 방송에 옮겨지는 과정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 좀 더 시간과 정성을 좀 더 들여 제작진이 함께 구성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그리고 눈빛이 이상했던 박태민 감독이 제안한 <떡국열차>는.. 솔직히 너무 말이 안돼서.. <설국열차> 패러디 의견을 냈던 다른 참가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추석특집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 뒤늦은 해명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이날 비난을 들어야 하는 건 예준이나 안양여고생들이 아닙니다. 만약 그들에게 돌을 던진다면, 그건 그들만 챙겨준데 따른 어설픈 질투심의 표출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디어 선정의 명확한 기준을 다른 시청자에게 이해시키지 못한 무도 제작진들이 비난을 들어야겠지요. 태호PD의 설명이 맞다면, 차후에 반응이 좋았던 아이템들이 기획될거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진작에 방송에서 아이템 선정 이유를 제대로 전달했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