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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닥터, 곽도원의 무서운 꼼수 '영리병원' 본문
'굿닥터'에는 곽도원이 연기하는 미스테리한 인물 부원장 강현태가 등장하지요.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강현태의 진짜 속셈에 대해서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강현태는 초반 고과장을 부추겨 최우석 원장(천호진)을 내쫓기 위한 정치모략을 뒤에서 조종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고과장이 일을 그르치기만 하자, 오히려 최원장과 박시온(주원)을 감싸는 이상한 행동을 하지요. 그렇게 무언가 꿍꿍이가 있지만, 김도한(주상욱)과 최원장까지 포섭하려는 그가 과연 누구의 편인지 미스테리했습니다.
강현태 부원장은 김도한과 최원장에게 달콤한 제안서를 내밀었습니다. 최원장에게 박시온이 계속 병원에 있을 수 있게 하면서 병원의 발전도 도모하고 소아외과도 성장시키는 혹할만한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원장은 어떤 반문도 없이 당장 병원을 떠나라고 했습니다. 앞서 강현태는 소아외과에 대한 병원의 지원이 줄어드는데 불만을 가진 김도한을 접촉해서 비슷한 제안을 했습니다. 최고의 소아병원을 만들게 도와주겠다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테니 함께하자는 것이죠. 소아외과가 점점 외면받는 현실에서 김도한은 그의 제안에 흔들렸습니다. 그러나 박시온을 장애를 극복한 천재의사란 타이틀로 엄청난 홍보에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그의 진의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강현태 부원장은 겉으로는 소아외과의 발전을 위한다 했지만, 느물거리는 그의 미소는 믿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최고의 소아의들을 모아서 좋은 시설을 투자하고 국내 최고의 소아병동을 만든다는 계획은 누가 들어도 그럴싸한 멋진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계획을 두고 최원장이 단칼에 병원을 떠나라고 한 것은 강현태가 가진 꼼수 때문이었죠. 바로 현재의 성원대학병원을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강현태가 성원병원에 들어온 것은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병원을 물색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현재 성원병원은 국내에서 알아주는 소아병동이 있고 의료진들이 있었습니다. 병원장인 최우석까지 그 분야에서 더망이 높으니, 이들을 포섭해서 병원을 인수하고 영리병원을 설립하려 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병원! 너무나 달콤한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보험제도 안에서 소아병원을 꿈꾸는 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무모한 도전이었죠. 그래서 설령 소아병원을 만든다해도 그건 공공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어느정도 희생이 동반되는 모험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강부원장이 제안한건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영리병원이라면 소아병원으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투자의 개념이었죠. 최우석은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 우선은 현 병원체제를 유지하며 때를 기다린다. 언제가 영리병원이 전면적으로 허용될때까지. 아이들을 상대로한 의료비는 성인을 뛰어넘는다. 수술 약재 장비 특진 모두 아이들에게 맞춰져 모두 비용이 늘어나고, 민간 보험은 아이들을 이윤의 대상으로 생각할거다. " 이렇게 의료비가 상승해도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 늘어난 비용을 감수하고 병원에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의료서비스란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없기에 치료를 위해서라면 부모들은 병원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소아외과 현실은 더욱 척박했지요. '굿닥터'에선 소아외과가 외면받고 투자 받지 못하는 현실, 전문의마저 부족한 현실을 민이의 죽음으로 잘 보여줬습니다. 그랬기에 이런 척박한 현실을 역이용해서 전국의 저명한 소아의들을 포섭해서 독과점이 가능한 소아병원을 만든다면 수술을 받기 위해서라도 비싼 의료비를 감수하고 영리병원으로 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법제화만 된다면 척박한 소아외과의 상황은 180도 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곽도원의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병원은 철저하게 영리만을 위한 소아병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달콤한 말 역시 영리병원이란 허울 좋은 껍데기를 위한 미끼일뿐이었죠. 그래서 그는 김도한과 박시온의 능력을 철저하게 이익으로 계산하고 있던 것입니다. 소아외과 전문의로 젊지만 명성을 날리고 있던 김도한과 천재적인 능력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박시온의 가치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할 생각만 한 것이죠. 이처럼 김도한 박시온처럼 향후 소아외과를 빛낼 인재를 전부 싹쓸이한 후 공공성을 배제한채 자신들의 병원을 대한민국 최고의 소아병원으로 키운다는 생각은 철저한 민영화의 논리였습니다. 이익만 따르는 영리병원으로 점점 공공서비스로서의 정체성을 흔들려는 속셈은 참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물론 현재도 병원들이 이익을 따지는 건 마찬가지지만, 공공보허미란 최소한의 보호망이 존재하기에 아직은 공공의료란 큰 틀이 깨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나둘씩 안전망이 풀려버리면, 결국 의료서비스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철저한 자본논리 속으로 들어가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도 민영화된 자신들의 의료현실을 좀더 개선하고자 한국의 공공보험 사례를 언급했던 것이죠. 미국에 난다 긴다는 유명한 영리병원들을 제쳐두고 교포들이 한국으로 들어와서 치료를 하는 이유만 봐도 공공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낍니다. 하물며 아이들의 위한 소아병동마저 철저한 자본의 논리로 흔들어버린다면 그 심각성은 더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커서 어른이 되는 걸 보고 싶다던 박시온이 순수한 꿈도 깨져버리는 것이죠.
현재도 겉으로는 공공의료보험은 확대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리병원 추진등 민영화를 위한 움직임은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국민들이 관심을 두지 않을때마다 더 큰 돈을 벌기위해서 필수적인 공공성을 헤치려는 움직임이 있어왔습니다. 영리병원을 민영화의 전초전이라 보는 건, 그것이 현재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흔들기 때문이죠. 현재 영리병원 설립을 논의하며 외국투자를 받는 곳들이 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을 받지 않는 병원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민영화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비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더 나은 의료서비를 위한다고! 곽도원이 김도한에게 내민 달콤한 이야기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포장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일이 아닌 그들의 돈벌이에 지나지 않는다면, 의사로서 정체성을 절대 흔들지 않겠다던 김도한처럼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굿닥터일 것입니다.
이처럼 '굿닥터'는 우리나라 의료현실을 꼬집는 동시에 영리병원을 꿈꾸는 자본의 추악한 두얼굴도 꼬집었습니다. 소아외과란 특수한 상황이라서 더 실감난 풍자였습니다. 아이들의 미래가 돈벌이에 이용당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미래는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곽도원의 감춰진 무서운 속셈이 잔잔한 얼굴사이로 들어날때 더욱 소름이 돋았습니다. 결국 그가 포장한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병원은 겉만 번지르한 빛좋은 개살구였습니다. 박시온의 순수한 머리로는 아픈 아이를 돈으로 환산하는 꼼수 따위는 전혀 이해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래서 박시온이 중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순수하게 의사의 소명만 따르는 박시온! 모든 것을 다 암기했지만,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박시온! 사람들은 박시온을 바보라며 소통도 못한다고 하지만, 박시온이 보기엔 당연한 거에 꼼수만 가득한 우리들 세상이 바보고 먹통이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