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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18화, 스토리 개연성 모두 망친 최악의 방송사고 본문

Drama

응답하라 1994 18화, 스토리 개연성 모두 망친 최악의 방송사고


딘델라 2013. 12. 21. 07:35

'응답하라 1994'가 최악의 방송사고로 시청자의 뭇매를 맞았다. 아마도 방송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역대급 방송사고가 아닌가 싶다. 응사 시작 전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였다. 방송 전부터 약 10분가량 '코미디 빅리그'가 전파를 탄 것이다. 그래서 응사는 10분 늦춰진 8시 50분에 방송이 되었다. 이렇게 10분 늦은 지연 방송도 모자라 방송 중간 또다시 방송사고가 터졌다. 취직으로 해외에 나갔던 성나정이 한국으로 돌아왔을 무렵, 또 10분여를 '코미디 빅리그', 여타 예고와 광고들이 계속 무한반복된 것이다. 

 

 

제작진들은 방송사고에 대해서 공식사과를 했지만, 그 이유가 더 기막혔다. 바로 18화 편집이 지연되어 테입 입고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18회 내내 시청자를 불안하게 한 방송사고는 초생방을 인증한 셈이다. 초반 넉넉하게 사전제작을 시작했다는 응사마저 생방촬영이 문제라하니 한국드라마의 현실이 더욱 씁쓸하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방송사고는 막았어야 했다. 차라리 '꽃보다 누나'와 시간대를 바꾸는 것이 더 나았다. 지상파라면 몰라도 tvn에선 얼마든지 시간조율이 가능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응사의 방송사고로 뒷시간대 프로들이 줄줄히 1시간씩 지연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났다. 편집도 늦은 회차를 무리하게 감행하다가 여러 시청자에게 불쾌감만 남기고 말았다. 어떤 공지도 없이 갑자기 일어난 방송사고에서 최고의 피해자는 시청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인기있는 프로라 해도 시청자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가뜩이나 케이블 방송은 중간광고가 많아서 시청자의 인내가 요하는 부분이 크다. 그걸 감수한 시청자들이 애정을 보여준다면, 더욱 완벽한 방송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날 방송사고는 응사의 스토리와 얽혀서 더욱 시청자의 짜증을 부추겼다. 지난주 프로포즈를 한 나레기 커플이 IMF와 맞물린 여러 이유로 이별을 한 것이다. 성동일부부가 대박을 바라고 투자한 씨티폰이 망하며 가계가 어려워졌고, 한국경제는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아시아의 용에서 지렁이로 추락했다. 찬란한 X세대가 저주받은 세대로 급락하면서 나레기 커플도 위기가 찾아왔다. 두 사람은 결혼날짜까지 잡고 청첩장까지 돌렸다. 하지만 우울한 경제로 인해서 나정이는 당장의 결혼보다 어려워진 취직을 더 걱정해야 했다.

 

그렇게 사회생활 시작부터 IMF 직격탄으로 인생의 쓴잔을 맛본 나정이는 물불가릴 처지가 못되었다. 그래서 어렵게 얻은 취직의 기회를 붙잡기 위해서 호주 해외파트 근무를 자청해야 했다. 결국 성나정은 결혼을 2년간 미루자고 쓰레기에게 청했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 그 물리적 거리에서 오는 불안감을 떨치려 청혼한 쓰레기는 그보다 더 큰 시련앞에 '그렇게 하라'고 선뜻 말할 수 없었다. 나정이에게 취직이 인생이 걸린 일인 것처럼, 결혼은 쓰레기의 인생이 걸린 문제였다. " 그냥 있어라. 내가 벌면 된다 " 쓰레기의 조급한 말은 나정이에게 상처가 되었다. 결국 쓰레기는 나정이의 뜻을 불안함 마음으로 따르기로 했다. 최선을 다해서 2년을 버티자! 모든 것은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절박한 선택은 이별이란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 우린 헤어지지 않은채 헤어졌다 " 이별을 고하는 나정이의 나레이션이 씁쓸하게 들려왔다. 20년을 오누이처럼 지낸 각별함, 힘겨운 짝사랑도 견뎌낸 절실함, 한달 앞둔 결혼을 미루고 장거리 연애를 선택한 든든함들이 물리적 거리와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무뎌진 것이다. 아주 특별한 연인에서 그저 평범한 연인으로 거듭나는 그 모습이 빠른 타임워프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짠내나는 이별의 시간을 그리는 개연성이 너무 약했다. IMF가 이별의 도화선이 된 것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현실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서로가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하는 것도 엇갈려 가고, 그래서 언제부턴가 이별이 되었다는 그 전개를 납득시키기엔 너무나 나레기가 쌓은 감정들이 견고했다. 그만큼 20년을 쌓아온 감정선을 3분의 타임워프로 처리한 것은 설득력을 떨어뜨렸다. 그런 어설픈 이별을 한순간에 이해하는 건 일종의 강요다. 차라리 이별의 순간을 제대로 담아내고 그 과정을 좀더 디테일하게 그려냈다면 억지라고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레이션이 더 길었던게 아닌가 싶다. 말로라도 이들의 이별을 정당화시킬 필요가 있던 것이다. 하지만 '헤어지지 않은채 헤어졌다'는 말장난같은 여지를 여전히 남기며 또한번 씁쓸한 낚시에 파닥거려야 했다.

 

 

아마도 작가나 제작진은 나레기의 짠내폭발로 좀더 남편찾기를 끌어보자는 심산이 큰 것 같다. 이별을 시키고 곧바로 1999년 12월 31일 칠봉이와 나정이의 밀레니엄 만남을 만든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주변에 결혼한다 알리고 청첩장까지 돌렸던 나레기가 부부가 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나정이와 쓰레기, 칠봉이의 모습은 막장이 따로없을 것이다. 편집마저 널뛰기 해서 나정이가 한국에 돌아와서도 쓰레기를 잊은듯 생활하는 모습은 개연성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에게 나정이는 어장관리녀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그것은 나정이의 심리를 불친절하게 그린 개연성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칠봉이는 어떤가? 어찌되었든 헤어지지 않은채 헤어졌다는 것은 곧 마음이 정리되서 이별한게 아니라는 의미고, 그렇다면 또다시 칠봉이는 낚시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이쯤되면 칠봉이는 남편찾기 희생량이나 다름이 없다.

 

이렇게 개연성이 부족함에도 쓰레기는 남편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 감정선이 여전히 나레기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빙그레가 쓰레기에게도 밀레니엄 파티를 이야기했고, 그것을 달력에 표시한 쓰레기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날짜를 기억해도 쓰레기가 일부러 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쓰레기 마음이 여전히 나정이를 향해서 현재 진행형이란 뜻이다. 거기에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으며, 하숙집 친구들과도 연락을 안한다는 것은 쓰레기의 심리를 보여준다. 저렇게 짠내나는 시간을 가지며 주변과 연락을 끊는데, 어떻게 하하호호 웃으며 나정이와 현재처럼 지낼 수 있냐는 것이다. 그만큼 단호한 쓰레기의 심지로 나정이와의 이별은 곧 영원한 헤어짐이란 여지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 남편이 쓰레기가 아니고선 결혼식 들러리 사진 속 쓰레기의 해맑은 모습과 집들이에서의 쓰레기의 모습이 납득이 안가는 것이다.

 

 

이처럼 제작진의 남편찾기 밀당은 방송사고가 터지는 순간과 맞불려 더욱 짜증을 부추겼다. 쓰레기가 남편이 아니라기엔 여러가지가 여전히 의문점을 남기게 했고, 그래서 더욱 어설픈 이별이 아쉬웠다. 또한 개연성 부족으로 캐릭터의 감정선마저 불친절한데, 방송사고로 스토리 몰입까지 떨어지게 했다. 응사의 호평이 이런 문제들로 흠집이 난 것이 시청자로서 너무나 아쉽게 다가왔다. 이런 18회 총체적 난국을 입증하듯 예고마저 여전히 낚시였고, 거기에 초생방의 흔적까지 선명하게 남겼다. 2년만의 삼자대면 장면에서 황당한 옥에티가 나왔다. 엘레베이터문에 비친 스텝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내용적인 불친절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옥에티로 생방이란 티를 낸다면 시청자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걱정할 것이다. 유종의 미를 위해서 제작진들이 좀더 끝까지 완성도에 힘을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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