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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994 20회 유연석(칠봉이), 끝까지 응답받지 못한 짠했던 짝사랑 본문
쓰레기(정우)와 삼자대면을 하는 순간, 가장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것은 칠봉이(유연석)였다. 쓰레기를 보자마자 웃고 있던 나정이(고아라)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고, 흔들리던 눈동자는 여전히 쓰레기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쓰레기를 다시 만난 나정이는 또다시 울먹였다. 나레기가 헤어질 수 밖에 없던 이유! 서로의 상처를 감싸는 법을 여전히 오빠 동생사이로 풀어가던 나레기! 아프면 아프다, 솔직하게 터놓을 수 없던 두 사람에겐 진정한 연인으로 성장할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이별의 시간마저 나레기의 성장을 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하염없이 우는 나정이를 문 밖에서 지켜보던 칠봉이의 모습은 애처로울 수 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내비쳤던 나정이의 미소 뒤에는 언제나 쓰레기가 자리잡고 있던 것이다.
이처럼 20회는 나정이와 쓰레기가 헤어진 이유를 통해서, 서로가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시켰다. 나정이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속마음을 감추고 있었지만, 쓰레기를 보기만 해도 눈물이 절로 나오던 그녀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칠봉이의 짝사랑이 가슴 아팠다. 마지막까지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며 처절한 짝사랑의 결말을 깨닫게 된 칠봉이! 안타깝게도 그가 확인한 나정이의 마음은 끝끝내 나레기커플을 이어준 도구 밖에 되지 못했다.
나정이의 일편단심은 칠봉이에게 보여준 무심한 행동이 대변했다.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던 칠봉이 손에 무심하게 포크를 쥐어주는 나정이! 단호한 행동은 칠봉이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만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엘레베이터를 두고 애써 비상계단을 올라왔던 나정이! 쓰레기의 동료들을 만나는 불편한 순간에도 그녀의 귀는 온통 쓰레기가 아프단 말만 들어왔다. 쓰레기가 그립고 여전히 오빠만 사랑한다! 나정이는 온몸으로 쓰레기에 대한 일편단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과 함께하지만 전화만 만지작 거리며 쓰레기만 걱정하고 있는 나정이에게서 칠봉이는 어떤 빈틈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쓰레기로 온통 채워진 나정이를 보면서 칠봉이는 아픈 짝사랑을 끝낼 때란 걸 깨닫고 있었다.
이제는 그녀를 떠나보낼때! 그것을 인정하는 과정은 아팠다. 나정이가 쓰레기를 생각하며 지어놓은 감기약은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나정이의 일편단심을 더욱 명확히 보여줬다. 그렇게 떠올린 나정이와의 추억 속에서 언제나 그녀는 쓰레기만 바라봤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녀에겐 쓰레기의 존재가 최고의 약이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6년동안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알고도 외로움에 더욱 나정이란 끈을 놓지 않았던 건 아니였을까? 칠봉이는 야구에 모든 것을 쏟을 정도로 부모의 이혼 상처를 혼자 극복했던 인물이었다. 나정이는 그런 자신의 20살 외로움을 알려주고 채워준 고마운 존재였다. 그래서 칠봉이의 6년 짝사랑에는 그 외로움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를 인정하며 짝사랑의 종지부를 찍는 칠봉이의 모습은 시청자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사랑을 하면 이기적이게도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칠봉이가 나정이만 바라봤던 것처럼, 사랑이란 오직 한 사람에게만 포커스를 맞추게 하는 신비한 마력이 있다. 그래서 나정이의 프레임에 끝까지 들어올 수 없던 칠봉이의 짝사랑은 더욱 짠했다. 잔인하지만 쑥쑥이의 엄마를 향한 사랑처럼, 나정이의 마음도 처음부터 쓰레기를 벗어날 수 없었다. 아무리 사랑을 쏟아도 해태는 쑥쑥이에게 엄마 이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쑥쑥이가 엄마를 더 사랑하니까 당연한 결과였다. 쓰레기를 사랑하는 나정이의 마음이 그랬다. 쓰레기가 더 좋으니까. 그런 나정이의 마음을 애초에 이길 수는 없던 것이다. 그렇게 칠봉이가 싸웠야했던 건 쓰레기가 아닌 나정이의 변함없는 일편단심이었다. 너무나 단단해서 절대 깨트릴 수 없던 일편단심!
아무리 지극정성을 쏟아도 세상엔 움직일 수 없는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칠봉이는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런 응답받지 못한 짝사랑은 나레기를 응원하던 필자의 마음까지 흔들 만큼, 너무나 아픈 결과였다. 어떻게 보면 그는 남편찾기의 희생양으로 매번 나레기를 이어주던 잔인한 도구였다. 그래서 아픈 짝사랑만 남기고 떠난 칠봉이의 결말은 모두의 가슴에 먹먹하게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짝사랑은 참 아픈 말이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소망하며 내가 그곳에 너와 함께 있었노라고, 너를 바라보며 늘 함께했다고, 그렇게 혼자만 외치는 참 아픈 사랑이다. 칠봉이의 사랑이 그랬다. 아무리 나정이를 외쳐도, 대답없던 그녀를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서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마지막 그가 보여준 짠한 짝사랑은 어떤 사랑보다도 애틋했고 아름다웠다. 아픈 팔을 다 나았다 거짓말하며, 나정이의 마음의 짊을 내려주고 떠난 칠봉이! 뒤늦은 깨달음이었지만, 남자로서 깨끗하게 물러난 모습이 멋졌다. 아마도 짠한 순애보가 있어 앞으로의 그의 사랑은 더 성장해 있지 않을까? 나레기 커플이 완전히 결정난다 해도, 이렇게 큰 여운을 남긴 칠봉이는 끝까지 기억될 것 같다.
6년간 한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만은 진심이었기에 칠봉이의 짝사랑은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20회의 주인공은 칠봉이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칠봉이의 애절한 짝사랑을 배경음악이 절절하게 대변했다. 이승환의 '천일동안'이 흐르며 짝사랑의 종지부를 찍는 순간에는 모두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유연석은 그런 칠봉이의 아픈 사랑을 애절하게 마무리하면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는 칠봉이 역할로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아련한 짝사랑남! 애틋하고 애절한 연기가 설레였고 슬펐기에 그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강한 캐릭터를 단번에 중화시키며, 대중에게 유연석의 색다른 매력을 알렸다. 비록 칠봉이는 응답받지 못했지만, 칠봉이 캐릭터의 진가는 유연석을 재발견하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절대 칠봉이의 짝사랑은 슬프지만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