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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11회, 불길한 허준대사에 담긴 의미 본문

Drama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11회, 불길한 허준대사에 담긴 의미


딘델라 2014. 1. 23. 07:58

별에서 온 그대 11회는 너무 짠했다. " 네가 싫어 " 마음에도 소리로 천송이(전지현)의 마음에 상처를 준 도민준(김수현)! 천하의 천송이가 지금 차인거야? 천송이는 도민준의 차가운 말에 펑펑 울었다. 그러나 왠지 천송이는 도민준의 말이 거짓말 같았다. 매번 자신을 구하러 오면서, 어디에서든 위험하다면 귀신처럼 나타나면서! 어떻게 싫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그래서 더욱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천송이는 고백에서 차인게 아니였다. 이날 에필로그는 도민준의 진짜 속마음을 반전키스로 알려주었다. 천송이에게 모진말을 해놓고, 마음이 아픈 도민준은 순간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을 썼다. 울며 돌아선 천송이와 눈이 내리던 세상이 멈췄다. 도민준은 천송이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입을 맞추었다. 한순간도 천송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럼에도 도민준은 애써 천송이를 밀어낸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던, 도민준의 애잔한 사랑이 너무나 짠했다.

 

 

 

이렇게 반전키스 때문에 도민준이 미래를 알고도 차사고를 당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재경(신성록)은 도민준의 보호로 천송이를 공격할 수 없자, 천송이 엄마를 볼모로 삼았다. USB를 거래하러 이재경을 만나러 가는길, 왠지 그 상황이 낯설지 않다. 도민준이 USB를 만지며 예지몽을 떠올렸지만,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은 금방 풀렸다. 결국 도민준은 사고를 당했다.

 

도민준의 초능력이 무력화된 건 아마도 천송이와의 키스 때문이 아닐까? 천송이가 돌아가고 춥다고 했던 도민준! 몰래 키스가 이런 여파를 지속한게 아닌지. 물론 차 사고에 대해서 일부러 그랬다는 의견도 있다. 천송이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의 미끼로 던졌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도민준이 사고를 당했기에 그동안 용의선상에 올랐던 일은 면피하게 될 것 같다. 천송이까지 유세미에게 도민준의 정체를 듣게 되었으니, 두 사람의 관계변화가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날 반전키스가 더욱 짠했던 이유는 다름아닌 도민준의 가슴아픈 한마디 때문이다. " 같이 늙어가고 싶습니다. " 천송이를 매몰차게 거부했으면서 실제로는 깜짝 키스를 했고, 같이 늙고 싶다는 진짜 속마음까지 장변호사에게 나마 간접고백을 한 것이다. 하지만 도민준은 천송이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릴 수가 없었다. 도민준이 천송이를 밀어낼 수 밖에 없었던 자세한 이유를 11회에선 허준의 등장으로 넌지시 들려줬다.

 

비소가 중독되어 죽어가던 도민준을 400년전 구해주었던 구암 허준은 인간과 다른 그가 외계에서 왔다는 걸 믿게 된다. 그런 허준은 도민준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해줬다. " ...인체는 음양오행과 통한다. 무엇 하나 천지와 상응하지 못하면 생명이 유지될 수가 없다. 우주의 근원 역시 생명의 근원과 마찬가지다. 통즉불통 불통즉통!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게 돼 있다. 그런데 천지의 기운이 통하지 않는 생명의 토대에서 선비님이 언제까지 상생할 수 있을지요. 언젠가는 기가 모두 쇠하는 날이 올텐데! 부디 그 기가 쇠하기 전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시길 바랄 뿐입니다."

 

허준의 대사는 불길했다.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건, 타액만 들어와도 앓아눕는 도민준의 모습이다. 지구와 무엇 하나 맞지 않으면 결국 기력이 쇠해서 언젠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도민준은 자신이 매번 춥고 하는 것이 허준이 말한 한계치같다고 했다. 그래서 순리를 거스르면서 지구에 남으면, 자신도 오래지 않아 죽을 수 있다는 불길한 말을 했다. 그것은 천송이와의 사랑이 이뤄지기 힘들고,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새드를 암시하는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너무 대놓고 새드를 암시하고 있어서, 오히려 그것이 역복선이 아닌가 싶었다. 허준의 말은 겉보기에 불길한 운명을 암시하나, 자세히 보면 역으로 도민준의 인간화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도민준이 떠나도 새드요. 남아도 천송이 혼자 늙어 죽으면 또한 새드다. 완전한 해피엔딩을 위해서라면 도민준이 천송이와 함께 늙어야 한다. 11회는 의미심장하게도 도민준이 늙고 싶다는 말을 했고, 허준도 지구와 완전히 통해야만 살 수 있다고 했다.

 

허준의 대사에서 통한다는 건 지구에 적응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도민준은 지구에 살면서 중력도 물도 음식도 적응했다. 허준이 무엇 하나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을 했으니, 지구의 모든 것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가 적응하지 않은 것은 아직도 아프게 하는 인간의 타액정도일 것이다. 그는 인간과의 교류를 극도로 제한했고, 그러니 인간과의 사랑이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인체가 음양오행과 통한다 했으니, 그가 정복하지 않은 건 인간 그 자체가 아닐까? 그래서 천송이를 만나 사랑한다는 의미는 그가 완전히 지구에 적응하고 통하기 위한 과정같다. 천송이를 만나 겸상을 하고 키스를 하니 춥고 아팠다. 인간이 느끼는 그런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능력도 점점 사라졌다.

 

이런 변화들이 그의 기가 쇠해지는게 아니라 지구에 완전히 통한 인간화의 뜻이 아닐까? 진화하는 것처럼! 그래서 허준의 말은 도민준의 인간화를 위한 일종의 밑밥같다. 또한 도민준은 자신의 별이 지구와 환경이 유사하다고 했다. 이런 복선들이 도민준이 지구에 적응하면 지구에서 살 수 있다는 걸 넌지시 암시하는 것 같다. 그래서 차 사고가 진짜로 초능력이 안통해서 일어난 일이라면, 그의 능력이 인간화로 없어진다는 것을 보여준게 아닌가 싶었다. 어찌되었건 도민준이 오래지 않아 죽을 수 있다는 건, 다른 의미로 인간처럼 죽을 수 있다는 말도 된다. 400년간 불사신처럼 살았던 도민준이 인간처럼 늙어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이런 별그대를 보면 슈퍼맨 이야기를 비튼 느낌이다. 영화 '맨오브스틸'을 보면 슈퍼맨이 지구인과 다른 최강 인간으로 거듭난 건, 지구의 젊은 기운을 흡수해서 모든 게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퍼맨은 크립톤 행성의 것을 만나면 인간처럼 약해진다. 반면 도민준의 초능력과 늙지 않는 건, 그가 외계인으로서 가진 것들이다. 그래서 슈퍼맨과 다르게 지구에 완전히 적응하면 본래의 능력이 약화되고 인간처럼 되는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하여튼 11회에서 분명했던 건 도민준이 천송이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고향별을 그리워하는 마음보다 천송이와 늙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다는 것은 지구에 남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도민준의 꿈이 꼭 이뤄지면 좋겠다. 새드가 되기엔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 깊다. 그리고 도민준의 사랑이 너무 짠하다. 400년을 지구에 외롭게 남았던 그 이유가 분명 사랑이리라. 박지은 작가가 지금까지 해피엔딩을 주로 담았기에 이번에도 꼭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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