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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뛴다, 응급차 가로막는 씁쓸한 시민의식 경악


딘델라 2014. 1. 29. 07:11

'심장이 뛴다'는 시청률은 낮지만 응급환자를 구조하는 대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프로라고 생각한다. 이날도 '심장이 뛴다'에선 한강에 투신한 청년을 구하는 장면이 나와서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28살의 젊은 청년이 삶이 외롭고 힘들다며 투신을 했다. 추운 강물에 투신할 만큼 청년은 얼마나 고통스러웠던 걸까? 저체온증에 걸리고 충격으로 등이 아프다는 환자를 전혜빈은 진심으로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전혜빈도 극단적인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한다. 안좋은 일들이 겹치며 자해를 경험했다는 걸 모 방송에서 털어놨던 전혜빈! 그래서 청년의 아픔을 공감했고, 그것이 얼마나 후회스러운 일인지도 알았다. 전혜빈은 동생같은 젊은이가 당시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며 다친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 치료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며 위로를 전하던 그녀의 모습에 청년도 마음을 열었다. '막상 뛰어내리려 하니, 살고 싶었다' 라 전하는 청년에게 전혜빈은 '힘내'라는 한마디를 전했다. 어쩌면 외로웠던 청년은 자신을 붙잡아줄 한사람이 간절히 필요했던 걸지도 모른다. 열심히 살겠다는 청년의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한국이 자살율 1위라는 비참한 현실을 청년의 사연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사는게 각박해지면서 인생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픈게 청춘의 특권이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그만큼 버티기 힘든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도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된다. 막다른 골목 앞에서 절망감이 밀려오지만, 그래도 버티고 살아야 희망도 오지 않을까?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전에 먼저 손을 내밀고 희망을 주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전혜빈의 진심에 마음이 다소나마 따뜻했다. 정글여전사에서 이제는 구조대원으로 변신한 그녀의 모습이 시청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희망을 가로막는 건 어쩌면 이기심 때문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장면이 나왔다. 앞서 희망이 필요한 청년의 모습과 비교되는 우리사회의 절망을 대표하는 이기적인 장면에 분통이 터졌다. 바로 '하지절단' 환자의 응급이송에서 보여준 씁쓸한 시민의식이었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응급환자가 헬기로 이송되었다. 먼길을 헬기로 올 만큼 위급한 환자였다. 눈내리는 날 일어난 12중 추돌사고의 결과는 끔찍했다. 하지절단을 당한 환자는 앞서 다친 사람들을 살피려고 차에서 내린 상황에서 더 크게 다쳐서 마음을 아프게 했다.

 

헬기에서 내린 환자는 내내 고통 때문에 비명을 질렀다. 끔찍한 사고를 당한 환자의 골든타임은 6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미 사고발생 5시간이 지나서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촉박한 비상상황에서 환자를 빨리 병원으로 호송하는 것만이 희망이었다. 하지만 다급한 마음을 도로 위의 차들은 알아주지 않았다. 금요일 퇴근길이라서 꽉 막혀버린 도로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구급대원은 차를 운전하며 계속 호소를 했다. 결국 박기웅이 마이크를 들고 응급환자를 위해서 피해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차들은 외침에도 꼼짝을 하지 않았다. 차번호를 몇번이나 외쳐서야 겨우 비켜주면 다행이었다. 그런데 기막힌 상황이 터져나왔다. 길을 비켜주기는 커녕 끼어드는 얌체운전자들의 이기심이다. 겨우 공간을 만들어놨더니 응급차를 가로막고 끼어들다니! 씁쓸한 시민의식에 경악했다.

 

 

함께 탄 남편은 무서움에 떨고 아이스박스에 담긴 절단된 다리는 그녀의 응급상황을 설명해주는데, 도통 간절한 호소에도 길은 열리지 않았다. 박기웅은 울컥한 마음에 존댓말까지 써가며 목이 쉬도록 간곡하게 양보를 외쳤고 겨우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엄마를 걱정하는 자녀들을 위로하는 박기웅의 모습에서 간절함이 묻어나왔다. 이날 박기웅은 소방관의 무거운 책임감을 또 한번 느끼며 두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어머니의 말이 떠오른다며 서울을 " 쓸쓸한 비정한 도시의 모습이었다 "고 표현했다.

 

소방관의 무거운 책임을 덜어주는 것은 시민의식이었다. 1분 1초가 1시간이라 말하는 구급대원들에겐 시민의 도움이 절실했다. 생명을 구하는 일은 소방관의 책무만이 아니였다. 길을 터주는 일처럼 잠깐의 양보가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시민의식 수준은 바닥이었다. 절박한 호소에도 얌체같은 이기심을 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소방관들은 더욱 힘들었다.

 

박기웅의 말처럼 세상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비정함을 보였다. 이날 방송을 보면서 예전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외국 응급차의 홍해가르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저 사이렌만 울리는데도 외국은 홍해가 갈리듯 길을 터주었다. 양보를 호소하며 목놓아 외칠 필요도 없이, 놀라운 시민의식만으로 길이 쩍 갈라졌다. 아무리 퇴근길이라도 분명 조금만 양보하는 마음이라면 우리사회도 홍해길이 열릴 것이다. 응급차에 탄 누군가가 자신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만 공감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날 장면은 우리사회의 이기심이 희망을 좀먹는 이유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었다.

 

 

앞서 박기웅은 소방대원들과 함께 화재사건에 투입되었다. 마찬가지로 소방차를 가로막은 얌체 운전자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도로에 갇히고 말았다. 그것은 특별훈련이었다. '우리집에 불이 났어요'란 체험으로 응급상황의 급박함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앞으로는 소방차나 구급차를 가로막으면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된다 한다. 실제로 응급상황의 절박함을 느끼게 되니, 절대로 과한 정책이 아니였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이기심을 보이는 행위는 정말 살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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