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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딸 하나 정은우-박한별, 유치함도 잊게 한 케미커플 본문

Drama

잘 키운 딸 하나 정은우-박한별, 유치함도 잊게 한 케미커플


딘델라 2014. 2. 5. 09:44

SBS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잘 키운 딸 하나'를 보게 되었다. 박한별이 남장여자 연기를 선보인다 하니 왠지 눈길이 갔다. 남장여자는 이미 드라마에서 흔해진 설정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왕 남장여자를 할 거라면 비주얼이라도 어울렸음 하는 게 시청자의 바램 정도?

 

사실 박한별의 남장여자는 이쁘고 곱상하다. 누가봐도 여자인데 다들 남자라고 하는 게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박한별이 한 어떤 역할보다 장은성 역할이 가장 잘 어울렸다. 짧게 친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에도 오히려 더 이쁜 비주얼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번에 남장여자란 특이한 설정에서 보여주는 연기가 노력이 엿보였다.

 

 

사실 '잘 키운 딸 하나'는 유치함이 큰 드라마다. 일일극의 남장여자라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 빼고는 고만 고만한 막장드라마와 비슷한 구조다. 어떻게 보면 더욱 단편적인 스토리가 중심이 되서 오글거림도 크다. 그 중심에는 바로 라공라희 가족이 있다. 이들 가족들이 벌이는 유치한 장은성 괴롭히기는 뻔뻔함의 극치다. 황소간장의 대표가 되려면 대령숙수가 되야 하는데, 장자라는 특권으로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장은성을 이기려 악다구니를 떤다. 시험내용을 빼돌리는 것은 물론, 변칙으로 외부인에게 자문을 구하는등 자력이 아닌 꼼수로 대령숙수가 되려 했다. 그 과정이 매번 반복되는 라공엄마와 할머니의 유치한 도돌이표 악행이 짜증을 불렀다.

 

 

다행히 이런 악행들은 뭐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었다. 이들이 악다구니를 떨면 떨수록 늘 최악의 결과만 탄생했다. 대령숙수가 되는 관문마다 장은성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다. 주변의 어떤 방해에도 자력으로 대령숙수가 되고, 회사를 물려받게 된다는 전개 하나는 마음에 든다. 만약 유치함 속에서 주인공이 늘 당하는 스토리까지 얹었다면 시청자는 더욱 짜증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잘 키운 딸 하나'는 고정관념을 깨고 장은성이 대령숙수의 자리까지 올라간다. 사실은 여자라는 비밀을 간직한 채 말이다.

 

 

장은성의 불안한 승승장구가 걱정되지만, 당장 능력과 인성만으로 모두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설정이 여자라 밝혀지고 나서도 황소간장을 이어받을 사람은 그녀 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래서 나름 장은성이 모든 관문을 통과하고 대령숙수가 되었을때는 통쾌한 반전을 보여줬다. 그리고 라공이네 가족이 자신들의 꾀에 발목이 잡혀서 스스로 집안에서 내쫓겨 단칸방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도 통쾌했다. 사필귀정! 그리고 뿌린대로 거둔다는 교훈을 너무나 바르게 실천하는 전개내용이 마치 전래동화처럼 유치했지만, 주인공만 당하고 처절하게 고통받는 스토리로 질질 끄는 것보다는 나아보였다.

 

물론 황소간장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아직도 남아있고, 장은성이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더욱더 라공이네 가족이 난리 치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전개대로라면 장은성은 어떤 고난도 헤쳐나갈 하늘이 점찍은 진정한 황소간장의 주인이었다. 어찌보면 '잘 키운 딸 하나'에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21세기에도 여전한 '남아 선호 사상'으로 손녀들을 방치한 할아버지였다. 반드시 남자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지 못해서, 하나가 남자라는 극단적인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종국에는 할아버지의 편견을 깨는 일이 장은성의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황소간장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참으로 고루하고 유치한 스토리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런 전개에도 불구하고 '잘 키운 딸 하나'에는 흥미를 끄는 재밌는 러브라인이 존재한다. 바로 장은성(박한별)과 설도현(정은우) 커플이다. 황소간장 스토리가 막장 요소로 짜증을 유발한다면, 도현과 은성의 러브라인은 180도 다른 분위기로 마치 로코를 보는 듯하다. 현재 장은성은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그저 이쁘고 착한 도련님으로 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은성이 여자란 진실은 윤찬(이태곤)과 은성가족 빼곤 아무도 모른다. 겉보기엔 여자같아서 의심 정도는 해볼텐데, 그렇다면 드라마가 전개될 수 없으니 시청자가 눈감아줄 수 밖에...

 

하여튼 장은성을 남자라 알고있는 설도현이 이쁘장한 은성에게 빠지면서 스토리는 마치 '커피프린스'를 떠올리게 흘러갔다. 보일러실에서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된 은성을 보자 이상하게 설레기 시작했고! 그때 이후로 은성이 여자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에 들어간 것이다. 결국 설도현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실을 부정하며 몸부림쳤지만, 은성에 빠진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못했다. 은성 역시 생명의 은인이라 부르는 도현에게 여자로서 끌리는 마음을 인정했다. 그래서 자신이 황소간장을 위해서 남자의 길을 선택한 걸 심각하게 고민했다.

 

처음으로 여자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싶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래서 언니의 도움으로 이쁜 드레스까지 입고 설도현 앞에 나타나는 모험도 해봤다. 눈치 빵점인 도현은 그녀가 은성임을 알지 못하고 또 한번 반했다. 도현은 은성이 여자처럼 이뻐서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남자라도 상관없이 좋아하는 건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결국 은성에게 이런 심정을 고백하며 남자라도 상관없다으니 '사귀자'는 말까지 남긴 설도현의 기막힌 러브스토리가 빵터진다.

 

니가 외계인이든 남자든 상관없다던 커피프린스처럼, 과감한 고백을 이어간 도현의 설레는 사랑이 흥미롭다. 하지만 자신의 비밀로 인해 도현이 불쌍하게 정체성까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른 상황을 두고 은성은 마냥 좋아할 수 없다. 도현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여자란 비밀을 털어놓아야 했다. 하지만 은성이 비밀을 털어놓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짜증나게도 라희의 방해공작이 이제부터 시작될 조짐이다.

 

 

이처럼 장은성이 남자로 살면서 최대난관은 바로 사랑에 있었다.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고자 남자가 되었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자신이 여자일 수 밖에 없다는 걸 은성은 사랑으로 더욱 확인했다. '잘 키운 딸 하나'는 이런 은성과 도현의 사랑을 완전히 로코처럼 그렸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유치했지만, 워낙 두 사람의 케미가 좋아서 러브라인만 나오면 몰입이 컸다. 그만큼 도현이 은성에게 흔들리는 과정을 의외로 탄탄한 개연성을 부여하며 감정선을 잘 살렸다. 물론 유치한 작가의 속성상 대사들이 직설적이고 때론 평면적이었지만, 정은우와 박한별의 연기합이 좋아서 이런 유치함도 금방 잊게 했다. 특히 정은우의 연기가 다소 오글거리는 상황도 셀레는 로맨스로 둔갑시켰다. 그러다보니 황소간장 스토리와 별도로 두 사람만 나오면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착각을 일으켰다.

 

이렇게 '잘 키운 딸 하나'는 코로같은 로맨스와 진부한 황소간장 스토리의 극과 극의 재미가 공존하는 게 특이했다. 그래서 '못난이 주의보'처럼 남여 배우들의 좋은 합이 로맨스의 달달함 만큼은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요즘 '케미'란 말이 드라마 애청자 사이에서 자주 쓰인다. 배우들의 비주얼과 연기합이 통해서 시청자에게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어쩔 수 없이 케미가 좋은 커플이 꼭 필요하다. 아무리 억지같은 상황을 줘도 배우들이 귀신같이 로맨스를 살려야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다. 특히 남장여자란 설정은 로코에서 가장 많이 써먹는 설정이라서, 더욱 배우들의 케미가 좋아야 했다. 딱봐도 여자인데 그걸 모르냐고 황당해 하지만, 사실상 여배우가 남장을 해도 이뻐야 남자가 반하는 설정이 공감가고 여자가 된 이후의 스토리도 펼쳐질 수 있다.

 

그래서 로코에 어울리는 박한별이 캐스팅 될 때부터 러브라인도 로코처럼 흐르지 않을까 싶었다. 예상대로 박한별과 더욱 어울림이 좋은 정은우가 로맨스의 중심으로 흘렀다. 이태곤이 또 다른 남주로 등장하지만, 사극을 보는 듯 무거운 연기톤으로 로맨스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아마도 이태곤은 그냥 키다리 아저씨로 남지 않을까 싶다. 보통 남장여자 스토리에서 답답하지만 상대방 남자는 가장 늦게 여자임을 알게 된다. 그래야 이야기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질질 끌면 짜증나기 마련이다. 은성이 대령숙수가 된 이후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여자임을 밝혀야 한다. '잘 키운 딸 하나'의 타이틀처럼 이제는 장은성이 여자로서의 인생을 찾을 타이밍인 것이다. 은성이 여자임을 고백하는 시점이 '잘 키운 딸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이런 로맨스가 어느 정도 통해서 인지, '못난이 주의보' 이후 닐슨 기준 12%의 시청률 상승세를 유지중이다. 과연 '잘키운 딸 하나'가 침체였던 SBS 일일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워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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