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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델라의 세상보기
무한도전, 장수예능의 비결 보여준 유재석의 한마디 본문
두가지 특집을 동시에 보여주는 건 일종의 모험이 될 수 있다. 하나의 특집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자칫 산만해진 방송이 몰입을 떨어뜨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이런 우려마저 날려버리며 '형 어디가'팀의 감동 제설과 '자메이카'팀의 집념의 볼트 사랑으로 감동과 재미 두마리 토끼를 잡는 남다른 내공을 보여주었다.
'레게먼스'에 공식 초청받은 무도 자메이카팀이 육상스타 우사인 볼트를 드디어 만났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사인 볼트를 만난 사실이 아니였다. 왜 하필 우사인 볼트였냐가 중요했다. 자메이카는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가 아니다. 레게로 유명하지만 관광지 등이 한국에 소개된 것도 드물다. 무도가 우사인 볼트를 공략한 이유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자메이카의 이름을 널리 알린 우사인 볼트는 모국을 더 친숙하게 만든 세계적인 스타다. 자메이카 하면 이제는 우사인 볼트가 떠오를 만큼, 그는 자메이카를 육상 강국으로 알린 장본인이다. 그래서 자메이카팀이 '레게먼스'에 초청받은 진짜 이유를 잠시 제쳐두고, 볼트 사랑에 빠진 건 어쩌면 당연했다. 자메이카 특집을 알차게 꾸미고 좀더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한 일종의 책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사인 볼트를 만나기 위해서 무작정 그의 발자취를 찾아헤맨 건 신의 한수였다. 정해진 틀 없이 무모한 도전으로 이어지며 제대로 된 재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서 우사인 볼트에게 메세지를 남긴 건 자메이카와 레게사랑에 대한 열정을 볼트사랑으로 승화시킨 절묘한 한수였다. 그덕에 멤버들은 우사인 볼트를 만나겠다는 벅찬 꿈을 안고 자메이카 여행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절벽 다이빙을 했던 용기도 누드비치를 방문했던 호기심도, 모두 볼트에게 자신들의 미친 열정을 보이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볼트의 모교까지 방문하며 현지 학생들과 즉석 달리기 시합을 하며 더 큰 재미를 이끌었다. 특히 스컬의 아줌마 달리기가 큰웃음을 주었다. 머리빨과 아줌마 폼으로 제대로 망가지며 뜻하지 않은 예능적 재미가 되었다. 역시나 무도는 게스트의 다양한 매력을 이끌며 누구나 예능인이 되게 했다. 그렇게 볼트를 따라가다 보니 자메이카가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에메랄드 빛의 아름다운 해변도 눈에 들어왔고, 육상 꿈나무의 순수한 열정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미친 볼트사랑이 곧 자메이카를 알고자 한 노력이었다. 그래서 우사인 볼트를 만났던 순간이 더 짜릿함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자메이카'팀의 열정 만큼 '형 어디가'팀의 열정도 만만치 않았다. '형 어디가'팀의 출발 목적은 바로 제설작업에 있었다. 폭설이 내린 강원도 오지마을의 눈을 치우는 일이었다. 무한도전은 강원도의 폭설 피해를 생생하게 담았다. 강원도에 진입하자 마자 어른 키만한 눈들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산골 오지는 더욱 심했다. 비닐하우스도 논밭도 모두 눈에 파묻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겨우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만 파내는 일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무도 멤버들은 산골 어르신들을 위해서 눈치우기에 나섰다. 집안 입구까지 산처럼 쌓인 눈으로 피해가 심각했다. 홀로계신 어르신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눈내리는 하늘만 쳐다볼 뿐이었다. 무도 멤버들과 함께 스텝들까지 나서서 열심히 눈을 치우니 길이 겨우 뚫렸다. 특히 유재석은 고소공포증도 잊고 지붕 위에 올라가서 눈을 치웠다. 커다란 눈덩이가 할머니들을 위험하게 할까 걱정하며 열심히 눈을 치웠다. 결국 무게 때문에 안열리던 문까지 스르륵 열리자, 멤버들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자연의 무서운 힘 앞에서는 그런 사소한 일까지 감동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유재석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지붕을 치우다 겨우 숨을 돌린 유재석과 멤버들은 짧은 몸개그로 자신들의 분량을 겨우 채웠다. 유재석은 재미를 포기한 자신들을 양념에 빗대며 " 여러분 우린 양념이예요! 열심히 일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여러분 주인공이 아니였습니다. 어르신들 도와드리고 가면 되요 " 라고 말했다. 자신들을 양념에 빗대며 그저 일하면 된다는 그 한마디가 무한도전이 왜 장수예능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사실 두가지 특집의 진짜 메인디쉬는 자메이카 팀이다. 공식 초청이 들어온 자메이카팀의 분량만 봐도 월등하다. 그에 반해 '형 어디가'는 초청 인원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꾸려진 땜빵 팀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을 양념이라고 말했다. 번지점프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소소한 재미만 뽑아내도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하지만 양념들은 범상치 않은 주제로 메인요리를 더욱 빛나게 했다. 폭설 피해를 정면으로 조명한 것이다. 올 겨울 눈과 관련된 예능의 키워드는 소치 올림픽이었다. 동계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려 예능들이 바쁘게 소치로 날아갔다. 그런 속에서 무도는 다른 감동을 이끌었다. 눈 속에서 벌어지는 환희가 아닌, 눈의 무서움에 아파하는 이들을 보듬으며 훈훈한 인정을 베픈 것이다.
무도가 장수할 수 있던 것은 바로 이런 점이 아닌가 싶다. 예능적인 재미도 중요하지만 때론 강한 주제의식을 내포하며 감동을 이끄는 것이다. 만약 '자메이카'팀과 '형 어디가'팀이 그저 웃음을 경쟁삼으려 했다면, 이런 뜻하지 않은 감동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메이카를 왜 가야하는지 그 이유도 마냥 이해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늘 탁월한 현실 속 문제를 잊지 않고 한번쯤 집어주는 무도의 센스가 대단했다. 이처럼 어떤 양념을 치느냐에 따라서 무도의 색은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무도는 늘 양념이 필요할 때마다 감동이란 양념으로 프로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래서 묵묵히 일한 그들은 주인공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르신들을 조금이라도 웃게한 양념들의 땀방울이야 말로 무도가 롱런하게 된 이유가 아닌가 싶다.
남아있는 멤버를 알차게 활용하는 방법도 남달랐던 무한도전! 제설작업을 보면서 다시 한번 김태호pd를 칭찬하고 싶었다. 눈의 축제에 모두가 환호할때 이런 눈의 아픔을 꼬집어주는 예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이처럼 자메이카와 제설작업! 참으로 극과 극의 이질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한쪽은 재미를 한쪽은 감동이란 확연한 주제의식으로 이절적인 그림을 한 곳에 조화롭게 담아냈다. 다음주 무도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