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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 눈살 찌푸린 억지 요리왕 만들기


딘델라 2014. 3. 29. 07:34

그동안 꽃보다 시리즈를 재밌게 봤는데, 유독 스페인편에선 아쉬운 점이 눈에 띄였다. 그것은 너무나 억지스런 설정과 자막들이다. 꽃할배의 재미는 할배들과 짐꾼의 개성을 자연스럽게 이끌며 적당히 제작진의 편집센스가 이를 돋보이게 하는데 있었다. 그런데 스페인편에 들어서 제작진들의 무리한 설정들이 과욕처럼 느껴졌다.

 

 

일섭할배의 캐릭터를 오버스럽게 강조하는 면이 그렇다. 지난 주에도 몬주익 언덕을 오르는 일섭할배를 그리던 제작진이 참 아쉬었다. 아무리 백일섭이 투정많은 막내 캐릭터로 떳다고 해도, 특별하게 하지도 않은 행동까지 오버스럽게 추측하고, 또 폭발하겠지 이서진이 눈치를 보겠지라는 등으로 몰아가는게 별로였다. 그가 서운함을 드러내긴 했지만, 열심히 따라갈려고 노력하는 것까지 굳이 토라졌다는 식으로 단정지으니 넷상에서 백일섭을 비난하는 글이 넘치는 게 아닌지.

 

 

4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이 많은 어르신에게 좁은 기차여행이 힘에 부치는 건 당연하다. 예상보다 잘 버티던 백일섭의 달라진 모습보다 자꾸만 그가 불만이 많을거라 지레짐작하는 자막들이 불편했다. 이서진과 술을 마시던 장면에서도 묵묵히 술만 마시던 백일섭을 이서진이 눈치를 본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정작 백일섭은 술에 취해 잠자던 이서진의 이불을 덮어주고 챙겨주었다.

 

또한 좁은 호텔방을 확인한 백일섭이 별말 없이 서있기만 해도, 마치 기분 나쁜 것처럼 자막들은 몰아갔다. 시즌1에서야 여행이 익숙치 않으니 그런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느껴졌지만, 이번 여행에서 백일섭은 나름 준비해선지 딱히 힘들다는 표현도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의례적으로 백일섭만 등장하면 비장한 자막으로 분노를 장전한 듯 표현했다. 아무리 분량을 뽑아야 한다 해도 이런식으로 억지스럽게 캐릭터를 강조하는 건 불편할 뿐이다.

 

 

억지스런 캐릭터 만들기는 짐꾼 이서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제작진과 이서진의 밀당과 투닥거림이 재밌다 해도, 그것이 억지스럽게 반복되면 재미를 반감시킨다. 빠듯한 일정으로 할배들에게 별다른 반응을 이끌지 못해서인지, 제작진은 유독 이서진으로 분량을 채우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탄생한게 바로 요리왕 이서진이다.

 

 

지난주 1년만에 요리하는 이서진이 대주작가를 노예처럼 부리던 모습이 웃음을 줬다. 그런데 이러한 '이서진 요리시키기'가 너무 욕심이 앞서다 보니, 이번 4회에서는 눈살 찌푸린 장면들이 등장했다. 조리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호텔방에서 무리하게 된장찌게를 끓이던 장면이었다. 이서진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가져온 재료들을 다듬었다. 그리고 손질된 재료를 호텔방으로 가져온 뒤 휴대용기에 넣어서 끓였다.

 

조리실이 따로 있어서 요리해 먹는다면 별 문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좁은 호텔방에서 버젓이 조리도구를 가져다가 무리하게 조리하던 모습은 눈살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파급력 큰 방송에서 이래도 된다고 홍보하는 것도 아니고! 제작진들이 이를 허락받았다 하더라도 이런식으로 따라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유익한 배낭여행을 전달한다는 방송취지에도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아무리 재미를 추구한다지만 매너도 함께 동반되야 할 것이다.

 

 

제작진은 서툴지만 멋지게 해내는 이서진을 요리왕으로 추켜세웠다. 하지만 억지스럽게 이서진에게 요리왕 캐릭터를 강조하던 모습 역시 별로였다. 이서진은 요리에 자신이 없다는 걸 몇번이나 강조했다. 게다가 일정도 상당히 빠듯했다. 아무리 짐꾼이라지만 그 역시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이서진 어머니가 손수 보낸 반찬이 한가득이었음에도 제작진은 야멸차게 조금만 남기고 다 가져갔다. 그런 설정들이 재미를 위한 제작진의 꼼수겠지만, 예능적 재미 이전에 이서진도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

 

그가 짐꾼이지만 노예는 아니지 않는가? 가이드도 충전을 해야 본분에 충실할 수 있다. 관광을 즐길틈 없이 일정을 걱정하는 이서진에게 요리왕까지 강요하는 건 지나친 짐이다. 그래서 요리하고 수발들고 피곤해 뻗은 이서진에게 다음 예약을 했는지 독촉하던 나pd의 모습이 이날 더 독해보였다. 더욱이 그것이 끝이 아니였으니, 요리왕 캐릭터로 뽕을 뽑으려는 제작진은 갑자기 이서진을 불러 김치전을 해달라고 했다. 비가 오니 김치전이 먹고싶다고...기차에서 겨우 숨돌린 이서진에게 또 요리를 하라니! 아무리 애정하는 나pd라도 정말 얄미워 보였다.

 

 

이날 이서진의 말이 정말 공감되었다. " 스페인에서 무슨 전을 부쳐. 스페인 음식도 먹고 해야지. " 여행의 즐거움은 그 나라를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다. 배낭여행으로 다른 경비를 줄이는 것도 그 나라의 경취와 풍물을 더 여유롭게 즐기려는 게 아닐까? 그런데 스페인편에선 고생만 있지, 스페인을 제대로 즐기는 모습이 덜 보여서 안타깝다. 소소한 재미라도 자연스런 웃음과 감동이 더 와닿는다. 시키지 않아도 여행자의 휠체어를 들어준 이서진의 따뜻함이나, 후배의 초행길 운전이 걱정되서 리스본을 포기하던 할배들의 배려라든가! 이와같은 자연스런 경험들이 무리하게 짜여진 설정보다 더 인상깊었다.

 

할배들이 말수가 적어진 건 중급 일정이 그들에겐 힘에 부친 탓도 있다. 이를 만회하려 억지 설정이 더 빈번해지는 것 같다. 제작진들은 말수 많은 큰 꽃누나가 그리운지 꽃누나랑 할배들을 자주 비교했다. 어디 할배들이 말이 적어 재미없던 분들인가? 나이가 많은 분들에겐 작은 변화가 큰 변수가 된다. 그렇다 해도 재미 때문에 억지로 분량을 만들 필요는 없다. 꽃할배가 인기를 얻은 건 망고빙수 하나에도 해맑게 웃던 할배들처럼, 그 나라의 작은 것 하나도 즐겁게 경험하던 모습 때문이다. 독해진 꽃할배도 나름 재밌지만, 출연자의 배려를 통해서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작진 몫이 아닐까? 다음에는 좀더 즐거운 여행을 볼 수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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