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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김명민-김상중, 첫방 사로잡은 명품 연기 대결 본문
그간 수목드라마 시청률은 혼전? 또는 고만고만했다. 5~10% 초반대의 시청률을 나눠가지며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래도 필자는 드라마의 다양한 시도만은 시청률 이상의 소득이라 여기며 의외로 재밌는 드라마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수목드라마 라인업이 새로운 드라마들의 시작으로 재편될 조짐이다. '골든크로스'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고, 이제 '쓰리데이즈'가 끝나면 후속 '너희들이 포위됐다'가 준비중이다. 그리고 '앙큼한 돌싱녀' 후속으로 '개과천선'이 첫방송 되었다.
'개과천선'은 '골든타임'과 '산부인과'로 인기를 얻은 최희라 작가가 야심차게 준비한 법정 드라마다. 그간 의학드라마로 전문가 집단의 생생한 현장을 담은 드라마로 호평받았던 최작가는 이번엔 법조계를 중심으로 한남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아내려 한다. 이를 연기할 배우들이 시작부터 주목받았다. 김명민, 김상중, 진이한, 박민영, 채정안이 중심인물로 시청자의 기대를 모았다. 이중에서 단연 김명민과 김상중으로 아우르는 두 카리스마 연기대결이 가장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티저가 나올 때부터 중우하고 낮게 깔린 이들의 보이스만으로도 설레게 했다.
김명민이 맡은 김석주 변호사는 대형로펌의 에이스답게 이기기 위해서라면 감정도 배제시킬 만큼 냉철함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그의 이런 냉정한 면을 드라마는 일본에 강제징용 당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상대로한 재판을 통해서 보여준다. 김석주는 약자 편이 아닌 일본 기업의 편에서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고 이기기 위한 변론을 거침없이 했다. 억울한 이들의 애절한 눈물 따위는 그에겐 중요치 않았다. 다만 돈을 많이 주는 편에게 승리를 안기는게 중요할 뿐이었다.
이렇게 김석주 변호사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나쁜놈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정의롭지 못한 일도 그는 로펌이 정해주면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 매국노짓이라도 상관없었다. 심지어 대기업 전무의 성폭행 혐의도 마다하지 않았다. 분명 강제적인 폭행이 의심되지만 모든 걸 동원해 증거불충분으로 만들면 그만이었다. 더러운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일도 에이스답게 척척 해내기에 다들 김석주 변호사를 찾았다.
이날 그가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인턴 이지윤(박민영)이 가맹본부의 횡포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편의점주의 사건 분석 자료를 외국계 기업의 잠재적 위험 요소에 활용하는 장면이다. 이지윤은 편의점 편에서 이를 분석하며 안타까워 했는데, 김석주는 그저 위험요소라 규정하며 이익의 편에서 활용하는 차가운 면을 보였다. 이는 얼마나 그가 정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인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누군가에겐 돈에 팔린 더러운 변호사, 누군가에겐 무엇이든 이기는 유능한 변호사였다. 이런 인간미 하나 없는 냉혈 캐릭터를 김명민은 멋지게 소화했다. 김명민 특유의 발성과 절도있는 연기는 첫방부터 빛났다. 그런데 기획의도를 보면 이런 김석주 캐릭터가 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김석주가 기억상실에 빠져 완전히 개과천선을 하게 된다고 나와있다. 법에 대한 지식 빼고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린 그는 정의롭지 못했던 과거와 마주하며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앞으로 기대되는 포인트가 바로 이점이다. 악인포스를 풀풀 풍기던 냉혈인간이 기억상실을 기점으로 개과천선을 하게 되는 순간 김명민의 연기변신은 더욱 존재감을 과시할 것 같다.
이런 변신의 포인트가 있는 김명민과 다르게 김상중이 연기하는 차영우 로펌 대표 역할은 진정한 냉혈한이다. 물불 안가리는 그는 돈이 되는 의뢰만 골라서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을 키웠다. 주 고객은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다. 이들이 보통 소송하는 건 당연히 이익을 위한 일들이다. 그리고 그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약자들이 피해보는 건 당연지사다. 법을 다루지만 이익만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법까지 우습게 아는 그는 안되면 법을 고치면 그뿐이란 생각으로 자신의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세우려는 무서운 야망까지 품었다. 그야말로 법과 관련해선 무엇이든 자신의 손아귀에 넣겠다는 참으로 무서운 악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 무죄란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죄가 있는 걸 증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 란 차영우의 차가운 대사는 그의 인생관이 담겨있다. 그리고 '개과천선'이 보여주자 하는 정의롭지 못한 법조인들의 비상식 역시 담겨있다. 죄가 있어서도 증명하지 못하면 무죄라는 소름돋는 생각은 어쩌면 강렬한 현실풍자가 아닌지. 우린 이미 법이란 강자편임을 현실 속 불합리한 판결을 통해서 많이 보았다. 그래서 차영우 캐릭터는 법과 정의란 말이 얼마나 동떨어진 성질의 것인지 잘 나타내는 풍자성 강한 캐릭터였다.
이런 차영우가 굳게 믿고 있는 유능한 에이스 김석주에게 언젠가 뒷통수를 당한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기대된다. 김상중은 역시나 강한 존재감을 보이며 첫방부터 카리스마를 뽐냈다. 얼마전 세월호 사고에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던 따뜻한 인간미의 감상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연기자는 캐릭터에 빙의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이처럼 '개과천선'은 첫방부터 김명민-김상중이란 걸출한 두배우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큰 몰입도를 만들었다. 어려운 법학 용어들이 튀어나와서 걱정했는데 그런 우려를 상쇄해버리는 두 사람의 카리스마 연기만으로도 큰 재미를 주었다. 모든 시청자가 기대하는 대로 '개과천선'을 보는 이유는 결국 김명민- 김상중의 명품 연기대결임을 첫방부터 강렬히 보여준게 아닌가 싶다.
아직 첫방이고 전작이 로코인 '앙큼한 돌싱녀' 후속이라 시청층 흡수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김명민과 김상중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면 수목라인업에 활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완전히 무거운 드라마도 아니였다. 박민영 캐릭터가 이런 분위기를 부드럽고 발랄하게 덮어주며 앞으로 김명민과 새롭게 만들어갈 이야기를 기대하게 했다. 첫방에선 김석주와 이지윤이 악연으로 얽히는 부분이 코믹하게 그려졌다. 나름 두 사람의 케미도 어울렸다.
무겁고 어려워 보이지만 절대로 무겁지만은 않은 새로운 법정드라마 '개과천선'! 최희라 작가의 전작을 생각하면 충분히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 집단의 이야기를 인간미 넘치게 풀어간 작가의 전작을 생각한다면 이번에 그려갈 김석주 변호사의 개과천선도 분명히 특별한 재미를 선사할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개과천선'은 더 두고봐야 하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부분이 컸다. 과연 김석주는 어떤 변호사로 남게 될까? 다음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