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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기자 반성문, 공영방송의 씁쓸한 현주소


딘델라 2014. 5. 8. 14:07

KBS 막내 기자들이 작성한 '반성문'이 이슈다. 2012년에서 2013년에 입사한 1,3년차 촬영 취재기자들이 사내시스템에 '반성합니다' 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에는 세월호 침몰사고를 취재하며 느낀 심정들이 담겨있고, 그것은 공정한 취재를 했는지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었다.

 

 

유가족들이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우리는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었습니다 / 우수한 인력과 장비는 정부 발표를 비판하라고 국민들로부터 받은 것 아닌가요? 왜 우리 뉴스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건가요? / '기레기(기자+쓰레기)'로 전락했다. / 매 맞는 것이 두려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기사를 썼습니다. 우리는 현장이 없는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으며 냉철한 저널리스트 흉내만 냈습니다./ 욕을 듣고 맞는 것도 참을 수 있습니다. 다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10kg이 넘는 무게를 어깨에 메고 견디는 이유는 우리가 사실을 기록하고 전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 / 대통령 방문 당시 혼란스러움 과 분노를 다루지 않았다. 육성이 아닌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된 대통령의 위로와 당부만 있었다 / 내부적으로 이번 특보체제에 대한 성공적인 평가가 있어 더더욱 혼란스럽다 / 따라가는 데 급급해 얄팍한 취재를 하다 보니 기획보도를 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9시뉴스'를 통해 전달하고, 잘못된 부분은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한다

 

언론에 공개된 막내기자들의 반성문은 충격적이었다. 이들의 반성문은 일종의 고해성사나 다름이 없었다. 그간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도하는 공중파 언론들을 가리켜 앵무새라고 했던 부분들이 일절 맞다고 인정한 샘이다. 피해자 가족들이 현장과 언론보도가 너무 다르다며 구조상황에 불만을 터트릴 때 이를 제대로 전한 공중파 방송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SBS가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한 기획취재로 이를 확인시켜줬을 뿐이다.

 

 

이런 미흡한 보도에 대해서 KBS 기자들은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적었으며, 심지어는 사고현장의 가족들조차 만나지 않고 기사를 썼다는 충격적인 취재행태를 적나라하게 실토했다. 이때문에 현장의 소리를 외면한 채 정부의 목소리만 대변한다는 소리가 터져나왔던 것이다. 그것을 반성문에서 확인시켜주니 더욱더 공중파 언론들이 언론이 맞기는 한지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대통령의 방문 당시를 CG처리 했다는 것도 충격적이기 마찬가지였다. 현장에서 보여지는 분노를 가린채 내보낸 건 그야말로 현정부에 해가 될 부분을 언론 스스로 편집했다는 뜻이다. 그것은  대표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국민이 아닌 정부의 충실한 기관지 역할만 했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KBS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기자들이 내뱉은 반성의 소리는 상당히 무겁게 들린다. 40명이 동의해서 10명이 작성했다는 반성문은 방송인의 꿈을 안고 KBS에 들어온 젊은 기자들이 세월호 참사로 생생하게 느낀 KBS 보도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스스로 KBS 기자임이 부끄럽다는 반성문은 그것 자체로 공영방송 KBS가 얼마나 공정성과는 거리가 먼 언론사로 변질되었는지 보여준다.

 

국가적인 재난을 보도함에 있어서 이미 종편방송보다 못하다는 소리가 터져나온 건 KBS를 비롯 공중파 방송사들의 굴욕적인 현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언론장악의 무서운 단면을 보여준다. 시사 보도기능의 약화로 정부의 눈치보기가 심해진 공중파 방송사들은 특별기획취재로 특종을 터트리는 것도 매우 드물어졌다. 그리고 정부를 향한 비판의 소리는 더욱 찾기 힘들었다. 언론이란 국민을 대신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함에도 비판적인 시각은 배체한 채 최대한 정부가 주장하는 걸 그대로 담아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앵무새 방송이란 오명은 더욱 깊어졌다.

 

 

그러나 이런 비난에도 KBS는 그저 수신료 인상에만 신경쓰고 있다. KBS의 수신료 인상안을 반대하는 주장 중엔 항상 공정한 보도도 못하는 KBS가 수신료를 인상할 자격이 있냐는 비난이 뒤따른다. 국민의 시청료로 만들어진다며 그래서 국민을 위한 좋은 방송을 만든다는 자화자찬으로 수신료 인상을 정당화 하지만, 이에 동의하며 인상을 찬성하는 이들은 드물다. 국민의 시청료로 만들어진다면 더욱 국민의 편에서 뉴스를 보도해야 함에도 KBS가 눈치보는 이들은 권력층이다. 이처럼 뉴스 하나도 정부의 눈치보기 급급한 KBS가 수신료는 반드시 올리겠다는 배짱이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날 KBS기자들의 반성문에 대해서 KBS 보도국장은 " 후배들의 이런 글은 대자보 정치다. 부장이 후배들과 대화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럼 KBS가 실종자 가족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 하나? " 란 충격적인 응수를 보여줬다. 보도국장의 기막힌 생각이 반성문처럼 부끄러운 KBS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하는 듯했다. KBS가 실종자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누가 들어주는가? 그것이 시청료 받는 KBS 국장이 할 소린지 정말 한심했다.

 

국민이 내는 시청료는 당연하고, 국민의 소리를 대변하는 건 당연하지 않다는 건 그들 스스로 수신료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수신료를 받는 자체가 국민이 주인이란 소린데, KBS는 돈은 국민에게 받고 엉뚱한 사람들에게 고개숙이는 짓을 하는 것이다. 이런 꽉 막힌 선배들이 후배들과 토론을 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썩어빠진 이들이 자라나는 새싹의 기만 죽이고 말겠지. 매번 논란만 되면 엉뚱한 해명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내부에서 이런 소리가 터져나온 이유를 KBS는 진심으로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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