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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정관용, 신의 한수 캐스팅에 담긴 촌철살인 의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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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정관용, 신의 한수 캐스팅에 담긴 촌철살인 의미


딘델라 2014. 5. 18. 08:21

무도가 보여준 정치풍자는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무한도전은 실제 선거를 방불케하는 리얼한 정치놀음을 그대로 전했다. 후보선정에서 공약발표까지 마친 이들은 전국의 투표소까지 알려주며 진짜 투표를 진행했다. 모든 과정이 진짜 선거와 똑같았기에 시청자들에게 선거 전 모의체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후보들은 지지율을 현실을 확인하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극딜을 했다. 극소수 지지율을 가진 이들은 서로 뭉쳐야 산다며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고, 이들의 지지율을 흡수하기 위한 거대후보들의 물밑작전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유재석이냐 노홍철이냐 가장 높은 지지율을 획득한 이들 틈에서, 극소수지만 투표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극소정당의 움직임이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언제나 예상못한 반전이 판세를 바꾸는 법이다. 물고 물리는 후보경쟁 속에서 결국 소수정당의 단일화로 정형돈 후보가 가나바당의 당대표에 올랐다. 그리고 유재석의 저격수로 통했던 박명수가 오히려 유재석을 지지하는 반전이 펼쳐졌다.

 

 

이날 박명수는 진정 정치풍자의 대부였다. 박명수는 철새 정치인의 야합이 어떤 것인지 신랄하게 풍자하며 빵터지는 웃음을 이끌었다. 극소정당에 발을 담갔다가 노홍철에게도 극딜을 했다가, 결국 유재석 지지선언으로 돌아서며 극적인 반전정치를 보여줬다. 그러나 그의 철새행보는 거기서 끝이 아니였다. 후보들의 이중성을 고발했던 유재석에게 삐져서 막판에 지지철회란 초강수를 던지며 선거판을 요동치게 했다.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한  박명수의 실랄한 풍자는 뼈있는 웃음을 남겼다.

 

 

이처럼 무도는 정치패러디의 진수를 선보였다. 선거 끝까지 종잡을 수 없는 정치인의 행보나, 피튀기는 후보검증 속에서 서로를 향한 비방이 난무하기도 했다. '눈물즙' 같은 실랄한 풍자 자막은 무도가 현실에 얼마나 발맞추는 지 짐작하게 했다. 그러나 이런 뼈있는 풍자들은 단순히 정치인을 까기위한 게 아니였다. 리얼한 선거풍속 속에서 진정한 리더를 가려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마냥 웃기기만 한게 아니라, 그들은 무도의 위기를 진심으로 타개하려는 진정성을 감동있게 전했다.

 

 

노홍철은 사생활 공개가 자극적인 공약으로 비춰지지만, 무도를 살리기 위해서 이만큼 할 수 있다는 최선임을 강조했다. 유재석은 자극적인 공약 난발보다 지금의 공약이라도 잘 지키겠다며, 눈에 보이는 쉬운 것을 찾아가는 건 도전이 아니라는 무도의 기본정신을 설파해 감동을 줬다. 그리고 정형돈의 극소정당은 비록 오글거림은 있었지만, 감동의 마무리 발언이 '선택2014'의 메세지를 가장 잘 담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 저희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키가 큰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몸매가 좋은 사람들도 아니고, 굉장히 부족한 멤버들 뿐이다. 굉장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사회의 절대 다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 평범한 사람들이 '한사람의 카리스마 현란한 말솜씨'가 아닌, 절대 다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 "

 

정형돈의 말은 정말 감동이었다. 선거란 이기기 위한 싸움이지만, 결국 다수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장이다. 절대 다수 평범한 우리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쥐고 있기에 그 힘을 과시하는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될 것이다. 무도가 왜 선거란 키워드를 들고 나왔는지 잘 보여준 정형돈의 한마디는 이날의 주제를 대변했다.

 

 

이런 무도의 메세지는 정관용의 캐스팅에도 느껴진다. '선택2014' 최종토론회의 진행자로 정관용이 등장할 때 멤버들 만큼 시청자도 놀랐다. 시사평론가로 활약하는 정관용은 최근 세월호 침몰사고를 전하며 진심 담긴 눈물로 화제를 뿌렸었다. JTBC에서 보여준 손석희와 정관용의 이같은 인간미가 국민들에게 위로로 다가왔었다. 그는 풍부한 지식과 통찰력으로 각종 시사문제를 진단평가하고, 이런 경험으로 다수의 토론회를 이끈 대쪽 진행으로 유명하다. KBS ‘일요진단’, ‘생방송 심야토론’, ‘KBS 열린토론’도 했었고, 최근에는 MBC ‘100분 토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JTBC ‘정관용 라이브’를 진행했다.

 

그런 그가 예능인 무도에 캐스팅된 자체만으로 진정한 신의 한수였다. 정관용은 무도에서도 깔금한 진행솜씨를 과시함은 물론 정곡찌른 말들로 빵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진지함으로 임했지만 무도의 가벼움에 웃음을 참을 수 없던 그는 '이 선거를 꼭 해야하냐?'는 솔직함으로 좌중을 웃게 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멤버들의 실갱이도 똑부러지게 정리해서 대쪽진행의 진수를 선사했다. 특히 박명수와의 궁합이 돋보였다. 정관용의 팬을 자처한 박명수는 유재석의 지지철회 후 시민논객으로 분했다. 이를 본 정관용은 퇴장시켜도 되냐는 돌직구를 날려 박명수를 당황시켰다. 이어 박명수와 시민논객의 전화통화까지 진지하게 패러디하며 빵터지게 했다.

 

 

그의 투입은 자칫 가볍게만 느껴질 수 있던 토론회의 무게감을 주었다. 이는 공익과 예능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래서 정관용의 투입은 그 자체로 무도가 전하는 촌철살인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시사프로 진행자의 대표격인 그를 예능에 투입시킨 건 단순히 토론을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만약 무도가 예능만을 강조하려 했다면 자사의 엠씨나 예능감이 뛰어난 전문MC를 얼마든지 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도는 정관용이란 예능과는 거리가 먼 시사평론가를 애써 불러서 진지함을 더했다. 그것은 그가 가진 무게감으로 공익성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클 것이다.

 

이처럼 정관용의 캐스팅은 무도가 '선택 2014'로 표방하는  웃음보다 그 웃음으로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절대로 가볍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그것은 정형돈의 발언에도 담겨있 듯이 바로 선거의 의미를 좀더 진지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제작진들의 의지일 것이다. 그래서 한바탕 호탕한 웃음이 지나가고, 웃음 뒤 그가 남긴 진지하고도 또렷한 메세지는  어느때보다 강렬히 들렸다. " 더불어서 다가오는 6.4 지방선거,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선거입니다...여러분들의 소중한 한표 반드시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

 

이렇게 무도는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신랄한 풍자와 패러디를 했다. 그리고 모의선거까지 직접 실행하며 시청자를 선거에 더욱 다가가게 했다. 심지어 딱딱하게 느껴졌던 시사평론가도 예능적인 재미로 승화시키며 정치를 친숙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걸 통해서 강조하고 싶은 건 투표의 중요성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를 위해서 선거를 해야 한다는 걸 무도의 차세대 리더를 통해서 강조했다. 무엇보다 무도가 더욱 어필하고 싶은 건 젊은층의 참여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무도의 전국 투표구에 가장 열의를 가지고 참여하는 이들은 20,30대라고 한다. 심지어 아직 투표권이 없는 10대들도 미리 선거를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분명 정치는 무도가 보여준 것처럼 복잡하고 시끄럽다. 하지만 정치 만큼 우리 삶에 밀접한 것도 없기에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힘을 투표로서 보여줘야 한다. 때론 그 결과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희망마저 사라지게 하는 건 정치에 무관심한 일이다. 이런 촌철살인을 담아낸 무한도전 '선택2014'는 무도가 절대 위기가 아님을 제대로 보여준 레전드였다. 거대한 선거풍자인 동시에 철저한 자기반성을 담고 있는 뼈있는 기획은 무도니까 가능한 국민예능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줬다. 시기적절한 통렬한 풍자는 씁쓸한 현실에 위로가 되었다. 묵직한 무도의 메세지처럼 미래를 결정지을 소중한 한표를 모두가 행사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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