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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맹의와 신흥복 죽음이 보여준 소름돋는 현실풍자 본문

Drama

비밀의 문, 맹의와 신흥복 죽음이 보여준 소름돋는 현실풍자


딘델라 2014. 9. 24. 13:10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 2회 역시 매우 흥미진진했다. 영조(한석규)의 선위파동은 일종의 정치적 쇼였다. 영조는 이를 통해 대신들의 충심을 확인하고, 세자 이선(이제훈)에겐 정치력을 가르치며 왕권을 강화했다. 이날 영조가 세자를 꾸짖는 장면은 영조의 정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영조는 세자가 벌인 세책 허용 등이 결국 언로를 푸는 일이라며 종국에는 백성들을 선동하고 불만을 터트리고 정권을 부정하게 할 거라고 말했다. 세자는 정권이 관용적 태도를 보이면 될 거라 했지만, 영조는 관용은 힘있는 자가 갖는다며 불호령을 냈다. '뜻을 관철시키려면 힘을 길러라!' 절대군주를 지향했던 영조를 가장 잘 표현한 대사였다.

 

 

영조는 왜 그토록 힘을 강조했을까? 그것은 영조가 왕위에 오른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노론과 소론의 치열한 정권 다툼 속에서 노론을 등에 업고 왕위에 오른 영조였다. 앞서 경종은 장희빈의 아들이었다. 장희빈이 죽는 데 기여한 노론은 경종이 껄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위약하다, 후손이 없다 등 여러 이유로 경종을 부정하고 숙빈 최씨의 아들 연잉군(영조)을 세자에 책봉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이후 대리청정까지 요구하며 노론의 위세가 심해지니 소론이 이를 반역이라며 반격하게 된다.

 

 

'신임사화'로 노론을 색출하는데 성공한 소론! 경종은 노론을 탄압하면서도 아끼던 아우 연잉군만은 목숨을 살려주었다. 하지만 소론정권은 잠시였다. 경종이 죽고 곧 연잉군이 영조에 등극했다. 영조는 당쟁의 심각한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노론과 소론을 함께 등용하는 탕평책으로 당쟁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동고동락한 노론을 밀어낼 수 없었고, 자신을 위협했던 소론이 마냥 좋을 수는 없었다. 결국 노론정권이 다시 득세했다. 영조는 이런 과정에서 군주의 힘이 얼마나 절실한 지 뼈져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영조의 컴플렉스였다. 출생과 왕에 오른 과정에 대한 그의 컴플렉스는 유명하다. '비밀의 문'은 이를 맹의로서 상징적으로 압축했다. 영조는 경종의 죽음에 대한 의혹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경종이 병약하긴 했으나 갑자기 죽을 정도는 아니였다고. 그래서 경종의 의문스런 죽음에 대해서 독살설 등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비밀의 문' 작가는 이를 맹의로 표현한 듯 싶다. 맹의가 밝혀지면 안된다며 불안에 떠는 영조는 그것이 언제든 자신을 위협할 수 있다고 느꼈다. 결국 맹의란 노론이 다시 정권을 찾기 위해 영조와 힘을 합쳤다는 비밀문서가 아닌가 싶다.

 

영조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맹의 역시 극심한 당쟁의 결과를 상징한다. 정권을 잡기 위한 피튀기는 싸움이 그와 같은 결탁을 이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강한 군주를 꿈꿨던 영조는 맹의를 불태웠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왕권을 강화하고 싶었다. 그러나 노론은 완벽한 노론세상을 구축하기 위해서 맹의가 반드시 필요했다. 신흥복의 죽음은 이런 노론의 야욕을 보여준다. 세자 이선의 벗인 예진화사 신흥복은 맹의 때문에 살해되었다. 그가 발견한 맹의는 영조의 약점이자 노론의 히든카드였다.

 

 

노론은 신흥복을 죽이고 실족사로 처리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그러나 신흥복의 사채가 사라지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신흥복의 사채는 의릉(경종의 능)의 우물에서 발견되었다. 이를 목격한 영조와 세자는 큰 충격에 빠졌다. 왕실을 능멸하기 위해 누군가 벌인 일이었다. 영조가 노발대발하는 장면에선 한석규의 연기력이 빛났다. 영조가 미친듯이 분개한 것은 아마도 경종의 능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이 자신을 향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경종이 죽고 왕에 올랐지만 노론을 등에 업고 어딘가 떳떳할 수 없었던 영조는 경종의 능에서 벌어진 사건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과연 누가 신흥복의 사채를 옮겼을까? 신흥복을 죽인 건 노론이지만 왠지 그의 사채를 옮긴 건 소론쪽이 아닐까 싶다. 이래저래 신흥복은 당쟁의 불쌍한 희생양처럼 보였다. 그런 신흥복이 자신을 대신한 재물이라며 안타까워한 세자의 말이 그래서 짠했다. 이선은 벗의 죽음을 철저히 파헤치기를 원했다. 하지만 노론과 소론은 당파의 이익에 따라 수사권 확보에만 열을 올렸다. 신흥복의 죽음이 노론의 약점을 잡을 수 있다 여기는 소론은 한성부가 수사권을 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루 빨리 사건을 덮고 싶은 노론 역시 신흥복을 역적으로 의금부의 수사권을 주장했다.

 

시끄러운 말싸움이 오가며 서로 자신들이 수사하겠다는 난장판은 절로 혈압이 올랐다. 세자는 진실은 외면한 채 당쟁에 여념없는 대신들을 향해 일침을 날리며 분개했다. " 이 사람의 눈에는 그대들 모두가 역도요 !지금이시각 우리가 가장 중요히 여겨야 할것은 힘없는 백성 하나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겁니다. 그진실은 관심이 없고 오직 당리와 주도권 다툼에만 여념이 없는 자들. 이자들이 역도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역도란 말입니까? "

 

 

이선의 말은 참으로 울컥하게 했다. 나 잘났다 소리치며 수사권 다툼에 여념없는 그들의 모습은 현실정치를 빼다 박았다. 조선으로 배경을 옮겨 놓았을 뿐 현실의 상황을 그대로 베낀 듯 똑같은 행태들이 소름돋을 정도였다. 이선의 말대로 권력만 바라며 당쟁만 일삼는 이들이야 말로 역도였다. 선량한 백성이 죽었는데 그들은 각자의 이익만 따르며 주도권만 움켜쥐려 했다. 그래야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비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신흥복의 죽음은 희생양을 삼을 아주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것 없는 정치상황! 그래서 흡사 세월호 정권을 보는 듯하다는 평도 있었다. 오죽하면 사극까지 현실을 투영한 듯 보일까? 그것은 우리의 굴욕이다. 그만큼 현실정치가 과거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발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런 정치상황에서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영조가 히스테리를 부리는 모습도 미치지 않고선 버틸 수 없는 당시의 상황을 빗댄게 아닐까 싶다. 그런 영조도 결국 맹의 때문에 노론의 편을 들 수 밖에 없었다. 노론인 세자의 장인을 이유들어 수사권을 의금부에 주라고 조언했다. 세자는 더욱 복잡했다. 노론과 소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신흥복이 죽어야 했는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소론인 스승 박문수는 그런 세자에게 중립적인 인물(홍계희)로 특별검험을 꾸리라 조언했다. 포도대장 홍계희는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하며 특검팀을 진두지휘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찬 포부를 밝힌 홍계희도 결국 권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맹의의 존재를 영원히 묻고 싶은 영조는 노론과 함께 홍계희를 옥죄고 신흥복의 죽음을 자살로 결론짓게 했다. 신흥복의 죽음을 은폐시킨 영조의 일은 훗날 이선과의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성역없는 수사가 좌초되는 모습 역시 어딘가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에서 수없이 봐왔던 일이다. 이처럼 권력을 향한 성역없는 수사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권력을 지키고야 말겠다는 이들의 의지를 꺾는 건 어려웠다. 이렇게 '비밀의 문' 2회는 소름돋는 현실풍자가 압권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산 권력에 의해서 모든 진실은 조작되고 은폐되었다. 깝깝한 현실을 마주한 세자 이선의 심정이 우리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맹의 그리고 신흥복의 죽음! 정권의 치명적 약점을 둘러싼 엄청난 미스테리는 결국 정치가 그 몫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그들의 정치는 백성이 아닌 노론과 소론이란 자신의 권력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 강한 군주를 꿈꾼 왕조차 이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비극을 부른 역사가 보여준 교훈은 정치가 무엇을 향하는 가가 아닌지. '비밀의 문'이 상징적으로 담아내는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그래서 흥미로웠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이런 복잡한 사건들의 몰입도를 높이며 방송 2회만에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다음주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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