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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백화점 모녀와 땅콩회항' '유한양행 유일한', 갑질의 비밀이 보여준 씁쓸한 현주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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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백화점 모녀와 땅콩회항' '유한양행 유일한', 갑질의 비밀이 보여준 씁쓸한 현주소


딘델라 2015. 1. 11. 06:12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하 그알)'는 얼마전 국민들을 공분에 빠트렸던 '백화점 모녀' 사건과 대한항공의 '땅공 회항'을 밀착취재했다. 이 사건들은 한국의 갑질 현실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갑질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으며 그 이유도 다양하지만 그 본질은 똑같았다. 그알은 이런 갑질의 비밀을 통해 우리 사회의 씁쓸한 현주소를 보여줬다.

 

 

백화점 VIP 모녀가 젊은 주차요원들을 무릎 꿇여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게 했던 '백화점 모녀' 사건은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모욕적인 말로 혼이 난 애띤 청년은 몸을 떨며 훌쩍였다고 목격자는 말했다.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기에 이들이 이런 수모를 당해야 했을까? 해당 주차요원의 누나는 애지중지 키운 늦둥이 동생이 그런 모욕을 당한데 사과를 받고 싶다며 분통했다.

 

 

6~7백만원 쓰고 와서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되느냐? 모녀는 억울하다고 했다. 백화점 모녀는 주차요원이 먼저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했다. 그러나 CCTV를 판독한 결과 이는 모녀의 오해 같았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혼자 가볍게 몸을 푸는 행동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오해한 것 때문에 무릎까지 꿇린 것이다. 어쩌면 오해를 그 자리에서 풀 수도 있었으나 이미 입장이 너무나 달랐다.

 

 

모녀는 그것이 사회를 바로잡는 정의로 알았던 갑이었고, 그런 갑의 사회에서 온통 등록금 걱정 뿐이었던 주차요원은 그저 비굴할 수 밖에 없었다. 모욕을 당해도 갑이 아니기에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청년들! 그들을 비굴하게 만든 건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땅콩회항 뿐 아니라 수많은 갑질이 도미노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누가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는지 그알은 '갑질의 비밀'을 땅콩회항을 통해 면밀히 파헤쳤다.

 

 

그알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땅콩 회항에 있었다. 해외토픽에나 등장할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도대체 땅콩이 뭐라고 비행기를 돌려야 했을까? 이때문에 조현아 부사장은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 구속수감 되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끝일까? 그알은 제보자들의 진술로 한국 재벌 사회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제보자가 들려준 녹취록은 충격적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들에 의해 회유를 당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 국토부에서 지금 경위를 파악하는데 우리들 말이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 안되잖아? 그러니까 어떤 이유를 대더라고 그게 부사장님의 지시가 아니라...기장님이 어떤 압력을 받아서 결정한 게 아니고 그 사무장의 의견을 듣고 판단했다고만 하면 되는 거지. 날 믿어 한 달만 있으면 다 잊혀질 건데. 다시 한번 거듭 이야기 하지만 욕이라든지 술이라든지 이런 얘긴 절대 안 나오게 해. 대신에 이번 일이 잘 끝나고 나면 내가 잊지 않을게(녹취록 일부) "

 

조현아 부사장의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한항공의 움직임은 치밀했다. 직원들을 회유 압박해서 거짓증언을 유도하게 만든 증거들이 담긴 녹취록은 오너 일가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대기업들의 씁쓸한 뒷모습이 담겨있었다. 회유를 당하는 이들도 정신적으로 힘든지 흐느껴 울기도 했다. 이 녹취록에는 박창진 사무장의 목소리도 담겨있었다. 국토부 조사를 앞두고 회유를 당한 그는 어쩔 수 없이 폭로한 내용과 다른 말들을 조사 당시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 힘이 없기 때문이었다.

 

 

녹취록을 건 낸 이는 대한항공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으로 하루 이틀 생긴 게 아니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9명의 다른 제보자들도 매일 있는 일이라 언론화 된 게 더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대한민국 재벌을 대변하는 대한항공의 운영은 생각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다. 로열패밀리가 탑승하면 직원들은 초 긴장을 했고, 말없이 내리면 그게 칭찬일 정도였다. 심지어는 오너의 승무원에 대한 외모지적 한마디에 직원을 무릎 꿇여 사과를 시킨 일도 있었다. 그래서 땅콩 회항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였다.

 

그리고 박창진 사무장이 수모를 당한 이유가 어이없었다. 오너 말이 곧 매뉴얼이란 대한항공의 특이한 문화 때문이었다. 동네가게도 아니고 오너 말 하나면 매뉴얼이 수시로 바뀔 수 있었다. 그래서 오너가 지적하면 매뉴얼대로 잘했어도 잘못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박사무장은 매뉴얼을 보여주며 오너 말에 토를 달아서 수모를 당한 것이다. 그만큼 재벌가의 말이 곧 규정이요. 비행기는 내 꺼라는 그들의 상식은 승객의 불편도 항공법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에 취해있었다.

 

이런 그들의 사과가 과연 진심이었을까? 그알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직원들을 회유하고(승무원에게 대학교수자리를 약속), 박사무장은 비방 찌라시가 돌았으며, 긴밀한 관계였던 국토부 관계자들까지 포섭하는 그들의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여주며 재벌은 쉽게 변할 수 없는 구조임을 강조했다. 다양한 증거들이 그를 뒷받침하는 데도 조현아 측은 계속 폭언과 폭행을 부인했다. 그들이 믿는 구석은 갑의 힘이자, 힘없는 을의 처지였다. 그만큼 오너일가 구하기는 치밀하고 한마디로 욕나올 정도로 비열했다. 국가 기관인 국토부까지 대한항공과 긴밀한 관계였으니 과연 무서운 게 있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개입이 확인 조현아가 구속이 되었지만, 그녀가 재판까지 간다고 제대로 심판받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이미 수많은 재벌들의 형사사건만 봐도 우리나라가 재벌들에게 얼마나 관대한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알은 20년간 대한민국 재벌들의 형사사건을 조사해서 보여줬다. 씁쓸하게도 실형을 받아야 할 그들은 종국에는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기 일수였다. 집유나 풀려난 이유는 더욱 가관이었다.

 

- 건방진 프라이드 : 전과 없고 술 마신 뒤 우발적으로 폭행한 점 감안!

- 경찰치고 뺑소니 : 불과 4시간만에 풀어주고 피해자 순경이 자질이 부족했다고 두둔

- 아들 보복 폭행 : 아버지의 정을 앞세워 분별력을 잃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걸 고려해야

- 성추행 폭행 기물파손 : 범행을 뉘우치고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따서, 방범창 완전히 파손된게 아니라 다시 붙여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감싸기

- 맺집 폭행 : 집유 사회봉사, 오히려 검찰이 피해자 기소, 기소했던 검사는 당시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음

 

이처럼 재벌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를 받기 일수며, 경제사범도 경제를 살리는 데 매진한다는 핑계로 퍽하면 특별사면을 시켜준다. 오죽하면 삼오법칙이란 말까지 나올까? 그래서 판결이 확정나도 잉크가 마르기 전에 사면받는 황당한 일들이 한국에서 비일비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들이 어찌 갑질에 취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갑질의 비밀은 우리의 씁쓸한 현주소에 있었다. 경제성장을 이유로 재벌들의 편법과 반칙을 눈감아 주었던 한국사회! 돈만 벌면 재벌들의 도덕불감증은 못본척 넘겼던 이들이 재벌들의 무소불위 권력을 만들었다.

 

이는 정치 사법 언론들의 책임이 컸다. 국민들의 편에서 봉사할 이들이 재벌들의 편에서 제 잇속만 챙기려 했으니 사회는 더욱 혼탁해졌다. 재벌이 권력을 등에 업고 갑질에 취하니 수많은 다른 갑들도 상식과 규칙을 무시하는 갑질의 유혹에 빠졌다고 그알은 설명했다. 땅콩회항은 그런 한국사회를 압축해서 보여주었다. 그래서 땅콩회항은 단순하지 않다. 재벌들에게 엄청난 권력을 줄 줄만 알았지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씁쓸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런 현실은 연쇄적으로 반복되서 백화점 모녀 사건과 같은 수많은 갑질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그렇지 못했기에 뿌리까지 썩어들어 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저 씁쓸할 뿐이다. 갑질이란 결국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런 갑질논란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정의로운 선택을 응원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를 제대로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땅콩회항이 그 전환점이 되려면 금방 잊혀질 거란 그들의 기대가 틀려야 할 것이다.

 

그알은 보여준 유일한 박사의 '유한양행' 미담은 그래서 특별했다 " 유한양행 주식 전부를 재단 기증하고, 아들은 대학까지 시켰으니 자신의 길 스스로 개척하라 " 유일한 박사의 유서는 당시에도 파격이었다. 이후 창업주의 가족들은 행방이 묘연할 정도로 경영에 개입이 없었다. " 친척이 있으면 파벌이 형성되고  회사 발전에 지장을 받는다 " 란 이유로 가족들을 자르고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기업은 가족을 위한 게 아니라 민족을 위한 일이다] 그런 기업정신으로 회사를 이끌었기에 정치자금 압박도 이기며 세무조사를 받아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진정한 갑이란 자신들의 파워를 사회를 위해 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상식에 맞는 경영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도넘은 족벌체제는 한계란 걸 땅콩회항은 또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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