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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어묵 피의자 어머니 사과문, 불효자 양성하는 일베 왜 방치하나


딘델라 2015. 2. 16. 16:00

얼마전 일베(일간베스트)에서 벌어진 일베어묵 사건이 네티즌의 공분을 샀습니다. 자신을 단원고 재학생이라고 밝혔던 일베 회원이 교복을 입고 어묵을 먹는 모습을 일베 사이트에 올리며 '친구 먹었다'란 표현을 써서 문제가 되었죠.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일베에선 이를 비하하며 어묵과 오뎅이란 표현을 써서 불쾌감을 선사했습니다. 논란의 네티즌이 의도한 것 역시 그런 세월호 비하였겠지요.

 

 

결국 세월호 유가족과 단원고 측에서 논란의 네티즌을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잡고 보니 더 충격이었습니다. 단원고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인이 그저 관심을 받고 추천을 많이 받고 싶어서 중고 사이트에서 단원고 교복을 사 입고 연출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진정 일베의 심각한 패악이 그대로 반영된 사건이었습니다. 그 놈의 추천이 뭐라고 어쩌다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런 연출까지 하다니. 일베가 사람을 저렇게까지 만드는구나 싶어 황당했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저는 얼마 전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어묵 사진을 올린 김군의 엄마입니다. 제 자식이 한 일인 줄 모르고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저 또한 경악을 하였는데 당사자 분들의 마음은 어떠셨을지 상상을 못하겠습니다. 사건을 알고는 기가 막혔지만 어찌해야 할 지를 몰라 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허둥대다 꽤 많은 시간을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루 빨리 찾아뵙고 사죄드렸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모르는 똑똑치 못한 엄마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제라도 뉘우치는 진심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 또 고민하지만 갈수록 상황은 어려워지고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자라오면서 많은 힘든 일들을 겪었지만 그런 것들을 말씀드리며 핑계 삼지 않겠습니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반듯하게 자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자식을 키운 제 입장에서는 하나 하나 후회되는 일이 너무 많이 떠오릅니다. 아이 아빠와 이혼하며 서로를 비방하고 다투고 하며 어른으로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고 그 후 혼자 키우면서, 하는 일도 없는 아이를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정하게 들여다봐주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는 항상 대화를 원했는데 저는 “그런 소리 말고 제대로 된 소리 좀 해라” 라며 소통을 막아버렸습니다.

우리의 처지를 푸념하며 마음의 부담이나 지워주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스스로가 원망스럽습니다. 부모와 사회에 반항하는 심리를 그렇게 비뚤게 표현한 아이가 처음엔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는 것 같아 더 슬프고 암담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가 정말 달라져서 자신이 한 행동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아이 면회를 갔을 때 “나가게 되면 그 분들께 다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자”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풀려난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며 재판을 기다릴 수 있다는 구속 적부심을 신청하고 혹시라도 받아들여져 나오게 되면 아이와 함께 다시 찾아뵙고 제대로 사과를 드리고 사과문도 쓰게 하려했는데 기각이 되어 그럴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저라도 사죄를 드리자며 계속 찾아 뵜지만 그것 또한 그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란 게 느껴져 더 이상은 막무가내로 찾아뵐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당사자 본인이 찾아뵙지 못하는 상황에서 엄마로서 드리는 반성과 사죄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기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이 글을 어디에 올리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무턱대고 써봅니다. 유가족 분들. 이 일로 상처가 더욱 깊어 질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수많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모두 다 모여계신 자리에 가서 사죄를 드릴 수는 없을까 그렇지 않으면 한분 한분 찾아뵙고 마음을 풀어 드릴 방법은 없을까 정말 많은 생각을 하지만 어렵고 어렵습니다. 이런 일로 방문하게 되었지만 유가족 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가 알던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시고 실업급여로 버티시는 분들. 대출까지 받으며 버티시는 분들 수많은 오해와 외면 속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알리기 위해 팽목까지 힘들게 걸으며 애쓰시는 분들 그 분들이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걸 보면서 스스로는 평소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편이라고 생각 해 왔는데도 알려진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누군가는 ‘자식이 잘못한 걸 부모가 무슨 죄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자식을 잘못 키운 건 부모의 죄가 맞습니다. 저의 부족함이 정말로 큽니다. 탈 많은 남자 아이니 애 아빠 주지 왜 여자 혼자 키우려하냐며 차라리 혼자 살라는 주위의 말도 저에겐 비수였고 그럴수록 아이에겐 저밖에 없다는 생각에 빠져 바깥세상은 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개인적이 되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이렇게 야박하게 보는 세상에 혼자 아이들 거두고 키우는 것 만해도 이만하면 잘하는 것 아니냐며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 선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부모의 덕은 언젠가 자식에게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잘못된 길을 걸을수록 제 탓이 아닌가 자책하게 되는 못난 자식을 둔 못난 엄마입니다만 아이 데리고 변화시키면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한 가정부터 바로 되어야 한다는 걸 절감하며 진심으로 뉘우치고 헤어진 전 남편을 포함해 저희 가족 모두가 달라지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죄 값을 치르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나 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알아보고 새롭게 태어나 열심히 살겠습니다. 건실하게 노력하는 새로운 모습이 되어 다시 찾아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음 아프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글이 되고 말았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시 한 번 가슴 아프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렇게 논란이 컸던 일베 어묵 사건의 피의자 어머니가 올린 사과문이 화제되고 있습니다. 어묵사건 피의자 母의 사과글이 그저 아들을 선처해달라는 늬앙스의 글이었다면 크게 회자되지 않았을 겁니다. 아들의 죄를 선처하길 바라는 글이 아닌 내 죄요 라는 심정으로 아들을 대신해서 상처받은 유가족과 모든 이에게 깊이 사과하는 모습이 더욱 안타까움을 남겼기에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자식이니 감수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이 오죽할까 싶네요. 아들의 잘못을 알고 충격이 컸을 어머니의 모습이 선했습니다. 그럼에도 자식의 죄를 잘못키운 엄마의 죄라고 사과를 하더군요. 홀로 주변의 편견을 이기며 어렵게 아들을 키웠는데 아들이 그렇게 자랐으니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이죠. 그런 피의자의 어머니는 세월호 유가족이 겪는 상황까지 전하며 더욱 미안함을 전했습니다. 어떤 말로도 그들이 받은 상처는 씻을 수 없을테니까요.

 

이런 절절한 심정이 담긴 사과글을 읽고 있으니 더욱 화가 났습니다. 일베야 말로 진정 불효자를 양성하는 유해사이트구나 싶었죠. 자식 대신 죄인이 된 부모의 모습은 안타깝더군요. 일은 자식이 저질렀는데 사죄는 왜 부모가 저렇게 해야 되는지! 그것이 일베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사회적물의를 일으킨 일베 사건들의 결말은 항상 이런식이었습니다. 논란이 커지고 고소를 당하게 되면 결국 그들은 떳떳치 못한 일에 고개를 숙이고 부모들에게 불효자가 되었습니다. 부모들은 자식의 일로 사과하며 죄인의 심정으로 자식을 감싸야 했지요.

 

일베 회원들의 부모들도 대부분은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일 겁니다. 자식 위해 헌신했는데 자식이 일베로 인해 남들이 불편할 일을 아무 거리낌없이 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과문에서 피의자 어머니는 모든 게 자신 탓이라고 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에서 부모의 잘못 보다 제일 큰 원흉은 일베 자체라고 봅니다.

 

 

형편과 환경이 나쁘다고 다 엇나가는 건 아니지요. 모든 인간에겐 열등감이나 불안이 존재합니다. 그런 인간의 열등감을 어떤 식으로 치유시키는 가가 참으로 중요한 데 일베는 그런 열등감을 도리어 타인을 혐오하도록 선동하고 있어서 큰 문제입니다. 심각한 여성혐오와 지역비하 그리고 인종차별에 다양한 역사왜곡까지. 상식에 반하는 일을 일베라는 틀에서 정당화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무방비하게 노출된 탓에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컸습니다. 실제로 논란을 일으킨 일베 회원 중에는 어린 청소년들도 많았습니다. 이번 어묵사건 피의자도 20살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아직은 미성숙한 이들이 경험하지도 않은 문제를 일베를 통해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기며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보여줬지만 일베 추천을 받기 위해서 더욱 자극적인 글을 올린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사이트의 성향에 기반한 자극적인 글을 재밌다고 올렸습니다. 타인을 혐오하는 걸 재밌다고 생각하는 건 단순한 게 아니죠. 문제의 심각성을 일베를 통해서 점점 느끼지 않게 되다 보면 종국에는 고소를 당하고 부모에게 불효만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베는 같은 일베회원이라고 논란을 감싸며 사건의 당사자들을 더욱 엇나가게 하고 있습니다.

 

고소를 당했는데 영웅이 된 듯 자랑삼아 올리는 이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이들를 감싸며 영웅취급 하는 일베는 그야말로 부모의 속도 모르는 철부지 같지요. 과연 그들의 부모가 그런 일베를 잘한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베가 아니였으면 적어도 엇나간 행동을 옮기지는 않고 평범하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회원의 일탈을 찬양하는 일베의 모습은 의리가 아니라 심각한 방조지요. 진심으로 의리를 보인다면 누군가의 부모를 수없이 죄인처럼 만들고도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자신들의 부추김이 누군가를 불효자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장면에 일베를 바라보는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데도 일베를 방치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묻고 있습니다. 일베의 유해성은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닌데 언제까지 일베를 그대로 둬야 하는지 말이죠. 이쯤되면 부모들은 죄인이 되었다 고개만 숙일 게 아니라 엇나간 아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일베에 항변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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