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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박서준, 케미가 아까운 개연성의 부재


딘델라 2015. 11. 6. 17:27

'그녀는 예뻤다(이하 그예)'가 결말을 앞두고 흥미를 더하고 있지만 어딘가 아쉬움도 크게 느껴졌다. 10회 까지만 해도 올해 드라마 중 시청률과 작품까지 모두 만족시킬 대박 로코가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11회부터 산을 타더니 시청률 폭발과는 다르게 또 용두사미가 아닌가 싶어서 시청자의 호불호도 크게 갈렸다. 결말을 한 회 앞둔 15회까지도 이런 현상이 계속되었으니, 엄청난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용팔이'처럼 불안함을 남겼다. 시청률 대박작들이 연이어 작품성에선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 화제성이 큰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나 어쨌든 드라마의 완성도를 끝까지 유지하며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는 것도 중요하다.

 

 

어쩌다 그예가 이렇게 혼돈의 드라마가 되었을까? 사실 로코는 남여주의 사랑만 개연성있게 잘 표현해도 인기는 보장된다. 그런데 그예가 끝나갈수록 김혜진(황정음)과 지성준(박서준) 캐릭터가 전해준 초반의 흥미로운 설정들이 많이 퇴색이 되고 말았다. 초반 5%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극적으로 역주행시킨 건 황정음이 외모도 포기하고 살려낸 김혜진 캐릭터의 독특성에 있었다. 황정음은 악성곱슬에 주근깨 투성이 홍조띤 얼굴을 하고 촌스럽게 등장했다. 역변한 김혜진을 위해서 변신한 그녀의 노력과 그에 딱 맞는 연기가 극의 흥미를 전했다. 하지만 황정음이 이뻐지고 나서 그녀의 캐릭터까지 변한 느낌이었다. 사실 착한 혜진이는 변한 게 없었다. 다만 김혜진의 극적인 변신을 지나치게 신경쓰다 보니 개연성을 잊은 게 문제였다.

 

 

집이 망해서 자신의 외모도 포기한 채 살아온 혜진이! 어려워진 가정형편의 그녀가 아무리 이뻐진다 한들 매회마다 화려한 옷을 갈아입고 다니는 건 개연성이 떨어졌다. 비정규직의 인턴신분인데, 게다가 아버지의 인쇄기까지 사줘야 하는데 아무리 모스트스러워진다 한들 급격한 변신이다. 마음가짐이 변했다고 갑자기 돈이 어디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그러다 보니 그녀의 과하게 이뻐진 컨셉이 시청자들에겐 공감이 떨어졌다. 이뻐진 과정은 혜진이 캐릭터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를 개연성 없이 표현하다 보니 초반의 혜진이 매력까지 반감시키고 말았다.

 

 

이뻐지고 아니고의 문제보다 개연성있고 촘촘하게 주인공의 감정선을 표현하면 그런 변신도 충분히 공감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렇게 그예는 주인공들의 개연성을 표현하지 못해서 후반부에선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초반 흥미를 끈 건 혜진과 성준의 첫사랑이었다. 비록 거짓말로 진짜 혜진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들의 흥미로운 숨은 그림 찾기에 시청자들은 빨리 서로를 눈치채길 바랬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던, 성준이 진짜 혜진을 알아본 순간은 둘의 감동적인 재회에도 불구하고 민하리의 난으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재회의 감동을 오래 끌지 못한 것도 혜진의 개연성을 외면했기 때문이었다. 초반까지 촘촘히 전개되었던 혜진의 캐릭터가 온통 하리에만 집중하니 성준이는 뭔가 싶었다. 절절한 첫사랑의 사연이 갑자기 퇴색되던 순간이었다.

 

수많은 복선으로 첫사랑을 찾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해왔는데, 여자들의 우정 때문에 모든 것이 다 무용지물이 되다니.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던 퍼즐의 미스터리도 풀지 못한 채 내용은 갑자기 산을 타고 말았다. 빼꼼이 누나 퍼즐이 초반부터 복선과 암시 등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중요한 수단이었는데, 둘의 연결고리가 결말을 앞두고도 하찮은 취급을 당했다. 이렇게 그예는 혜진과 성준의 중요한 포인트를 너무나 허무하게 마무리했다. 11회 이후부터 왜 지금까지 두 사람이 숨은 그림 찾기를 했는지 두 사람의 추억들과 사연들은 갑자기 등한시 되면서 다른 쪽 이야기를 집중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서브 캐릭터와 반전에 공들인 것이다. 그러면서 김혜진과 지성준이 안타깝게도 희생양이 되었다. 둘의 사랑은 내용을 질질 끌면서 이뤄질 듯 아닐 듯 감질나게 흘러갔다. 그러니 지루하다는 반응이 많아졌다.

 

 

둘이 완전히 사랑을 확인하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다짐하는 순간에도 행복은 잠시 뿐이었다. 모스트 1위 압박과 폐간 위기가 전해지며 다들 고비를 맞았다. 특히 지성준이 엄청난 책임감에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지성준의 고민에도 방법은 달리 없었다. 결국 텐의 인터뷰와 회장 아들의 정체가 위기를 반전시킬 카드였다. 텐은 김신혁(최시원)이었고, 회장아들은 효자손 김풍호(안세하)였다.

 

둘의 반전은 흥미를 더했지만, 또 아쉬움도 남겼다. 둘의 반전에 공들인 나머지 남주인 지성준 캐릭터의 개연성은 무시된 것이다. 텐이 김신혁인 걸 알았지만, 고심 끝에 인터뷰를 싣지 않았다. 그러나 김신혁이 반전으로 그의 정체를 밝히며 깜짝 반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모스트 최연소 지부편이 무능력하게 보이고 말았다. 그가 왜 텐의 인터뷰를 싣지 않으려 했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1위를 위해서 노력했던 지부편의 개연성마저 괜히 이상하게 보이게 했으니 아쉬웠다. 이후 텐의 정체가 밝혀진 후 부터는 김신혁이 주인공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남다른 김신혁의 과거사까지 천천히 설명되었다. 그리고 김혜진은 김신혁을 정신없이 찾았다. 김신혁이 마지막 인사를 위해서 혜진을 만났던 장면도 절절히 그려졌다. 귓속말이 미스테리로 궁금증까지 남겼다. 어느 드라마나 서브 캐릭터는 또 나름대로의 매력을 어필하기 마련이고 아련함에 인기를 끈다. 그런데 그예는 남주 캐릭터의 개연성을 그에 반해 너무 불친절하게 그려간 게 문제였다. 하리와 신혁은 과거사나 여러 감정선들이 나름대로 잘 표현되었다. 그에 반해서 혜진과 성준은 초반의 설정만 붙잡고 이후에 나아간게 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후반에선 둘의 러브라인이 연장을 위해서 질질 끄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연장을 한 드라마도 아닌데 이런 느낌이 드는 게 문제였다. 그러니 질질 끄는 러브라인 속에서 밋밋하게 표현된 지성준 캐릭터보다 키다리 역할의 김신혁이 주인공같은 임팩트를 지닌 듯 다가왔다.

 

 

사실 시청자들은 아직도 혜진과 성준의 이야기가 고프다. 처음부터 둘 사이는 흥미로운 사이였으니. 특별한 관계를 강조한 만큼 이들의 사랑도 더 특별했어야 했다. 하지만 혜진 캐릭터가 너무 착한 나머지 하리와 신혁을 대하는 태도가 애절하게 그려가는 만큼 지성준의 기다림을 너무나 몰라준 느낌이 든 게 문제였다. 계속 사랑한다고 말하고 애정표현을 하지만 자꾸만 둘이 새드가 될거란 불안감을 시청자가 느끼는 것도 그만큼 메인 커플에 대한 개연성이 약하다 보니 믿음을 주지 못해서가 아닐지. 그러니 로코 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새드엔딩을 걱정하는 소리까지 터져나왔다. 프로포즈까지 하면서 반지까지 줬는데도 말이다.

 

하필 15회에서도 둘은 또 이별을 앞뒀다. 혜진이 동화작가의 꿈으로 고민했던 것이다. 지성준은 모스트 1위가 자신이 이룬게 아니기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겠다고 했고 혜진이 함께 미국에 가기를 원했다. 그런데 혜진도 자신이 진심으로 이뻐질 동화작가의 꿈이 눈에 밟혔다. 성준은 결국 1년을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프로포즈를 하고 설레는 키스도 했다. 하지만 둘의 이별을 또 목전에 둔 시청자는 허탈했다. 개연성이라도 있다면 모르는데 집안 걱정으로 모스트 정규직을 꿈꿨던 혜진이라서 여러가지가 결말의 해후를 위해서 억지로 떨어뜨린 느낌이 들었다.

 

 

앞서 말했듯이 시청자들은 혜진과 성준의 이야기가 고프다. 아직도 두 사람 사이엔 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다. 왜 지성준이 지랄준이라 불릴 정도로 완벽주의자가 되었는지, 냉장고에 물 밖에 없을 정도로 왜 삭막하게 살아야 했는지. 과연 정변을 한 것인지 죽자고 살을 뺀 것인지. 왜 모스트 1위에 그렇게 집착을 했는지. 심지어 둘의 성장배경을 알 수 있는 밀도있는 가족 사연도 흐지부지다. 지성준의 사연이 조금이라도 밀도있게 설명이 되었다면 성준의 감정선이 불친절하다고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혜진의 감정이 엉뚱한데 소비되어 여주의 매력을 반감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지껏 캐릭터 보는 눈이 기막히다는 황정음이 이번 캐릭터로 엄한 소리까지 듣는 등 그전과는 다른 반응을 얻었던 것도 그녀의 연기가 넘지 못할 개연성의 부재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황정음은 분량이라도 많았지, 박서준은 뒤로 갈수록 분량도 적었다. 그나마 로코연기를 잘해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키스신 말고 지성준의 캐릭터를 살리는 방법은 많았을텐데 박서준을 잘 활용하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서 배우들의 케미가 아깝다. 개연성이 약한 속에도 연기로서 둘의 케미를 이끌었는데, 그런 케미에 개연성도 임팩트있게 담겼다면 시청자도 사이다를 마신듯 속이 뻥 뚫렸을 것이다.

 

이처럼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연결하는 고리들이 끝에 가선 약하다 보니 첫사랑의 애틋함이란 초반의 설정이 허무한 느낌이다. 러브라인이 확실한 로코라면 주인공들의 사랑이 공감이 커야 한다. 굳이 서브캐릭터의 감정선으로 이들 사이를 대신 설명해주지 않아도 혜진과 성준은 충분히 초반부터 소울메이트 느낌이었다. 그런 특별한 관계를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해서 좌지우지 휩쓸려서 깨달아갔다는 게 아쉽다. 어쨌든 지금까지 혜진과 성준의 사랑은 너무나 돌고 돌았다. 황정음과 박서준의 케미가 아깝게 느껴질 만큼 이들의 사랑을 개연성있게 전개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말만 좋다면야 실망도 금방 사그라들 것이다. 예고에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혜진이가 괜히 더 반갑다. 초반 느낌이 돌아온 듯! 그간 미적거렸던 혜진과 성준의 사랑에 촘촘한 개연성으로 유종의 미를 느끼게 했음 좋겠다. 시청률도 마지막은 20%를 돌파해서 고생한 배우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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