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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김수현, 연기 어색하게 보인 이유 본문
해를 품은 달 김수현, 연기 어색하게 보인 이유
어린 아역들이 그리는 해품달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워낙에 연기를 찰떡같이 입맛에 맞게 메끄럽게 해놓은 아역들의 아성이 있기에, 성인 연기자들의 부담은 지금쯤 엄청날 것입니다. 아역들의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성인배우들이 얼마나 해품달을 잘 이끌지에 대한 호기심은 엄청난 것 같습니다. 그만큼 해품달의 기대감이 이제 성인 연기자들로 제대로 옮겨갔다는 소리죠. 그것을 반영하듯 시청률이 더 상승해 30%를 돌파했습니다. 근래들어 30% 돌파는 엄청난 수치가 되었죠. 그만큼 해품달에 대한 기대치와 사랑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연기는 좋은데 어색해보여?
6회 중반 절절한 심정으로 연우를 떠나보내며 보슬비를 맞는 세자 이훤의 모습은, 장성한 성인이 되어 조선의 주인이 된 이훤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변함없이 보슬비를 맞으며 연우를 그리워하는 그 연정을 품은 채, 이훤 역을 하는 김수현이 새롭게 등장하게 됩니다. 말끔한 외모에 여진구의 굴직한 선과 대비되는 자그마한 얼굴에 조밀조밀한 외형이 여진구의 비주얼과 갭을 보였습니다. 그래도 장성한 모습에 없던 쌍꺼풀이 갑자기 생겨서 기겁하게 만든 외형변화가 아니라면 이정도의 비주얼은 대만족입니다.
아역시절 부터 다져놓은 연기력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성인 연기에 이제 막 입문한 김수현, 그래서 일까요? 김수현의 연기가 좀 힘이 들어간 듯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아역시절의 연기 무게감과 지금의 무게감은 크게 다르겠죠. 뭔가 더 보여줘야 겠다는 부담때문이겠죠. 그래도 김수현의 연기력은 변화된 성인연기자 중 가장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연기력과 별개로, 여진구가 연기한 이훤의 모습과 성장한 이훤의 성격등 캐릭터가 변했다며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갑자기 성장한 이훤의 성격이 너무나 달라져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김수현의 연기마저 어색했다 반응이 있더군요. 사실 연기력 자체만으로 김수현의 이날 연기는 짧은 30분이지만 강력한 인상을 줬습니다. 물론 그 캐릭터가 변한 것 때문에 어색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연기력마저 폄하할 만큼의 연기가 아니였죠. 그럼에도 아역과의 갭을 느끼며 그 간극에 아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달라진 이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본격적인 성인연기의 첫 도전, 여진구와 김수현의 서로 다른 캐릭터 분석
인정받는 아역연기자 출신 김수현이 같은 길을 가는 아역 여진구의 캐릭터로 인해서 첫 성인 연기의 발목이 잡힐거라고는 예상 못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죠. 성인배우들의 초반 배역을 이끌며 성인배우들 마저 긴장하게 만들던 김수현이 말이죠. 이는 그가 이제 제대로 성인 무대로 발을 들여놓았다는 반증입니다. 아역들의 경우 초반 회차를 연기하며 성인들보다 앞서 캐릭터를 접하고 만들기에 비교우위의 캐릭터가 없죠.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캐릭터를 먼저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인배우들은 비교우위가 확고하죠, 바로 아역들이 만들어놓은 캐릭터입니다. 아역이 만든 캐릭터가 시청자를 휘어잡았다면, 그 그림자는 쉽게 아역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합니다. 비주얼의 어울림도 문제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죠. 늘 앞서 캐릭터를 보여준 김수현이 이제는 그 아역이 만든 캐릭터를 뛰어 넘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입니다.
이제 김수현은 아역이 만든 캐릭터를 넘어 성인캐릭터를 스스로 구축할 위치에 왔습니다. 그것으로 치자면 김수현은 성인연기로 데뷔하는 초짜인 입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수현은 나름대로 캐릭터 분석을 많이 했을 것입니다. 이날 연기하는 김수현의 연기에는 그 노력의 흔적이 상당히 보입니다.
할머니 대왕대비의 힘을 넘기위해 외척과 대신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비꼬는 모습은, 이전에 연산군등 광기를 보이는 캐릭터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조선을 세우기 위해 번민하는 젊은 왕의 캐릭터를 잡기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똘끼와 비슷한 설정입니다. 이런 캐릭터 변화는 그만큼 사랑하는 연우를 잊고 차갑고 시퍼런 권력들 앞에서 살아남기위해 변해야 하는 이훤이라면 당연히 이럴수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청춘 사극을 표방하는 해품달 속 젊은 왕, 그간 사극에서 왕들의 연령대는 아무리 젊어도 30대 이상의 연기자들이 연기하기 일수 였죠. 이번처럼 젊은 왕이 주인공이 되어 사극 전반을 이끄는 경우가 드물기에, 김수현은 딱히 롤모델을 삼을 대상이 적었을 것입니다. 처음 제작보고회가 있을 당시 김수현이 젊은 왕의 롤모델로 최근 화제를 모은 뿌리깊은 나무의 송중기를 예로 든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그가 롤모델로 마땅히 찾을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소리입니다. 그렇기에 눈에 띄고 강한 매력을 가진 젊은 왕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김수현이 처음부터 무리하다 싶이 변화된 캐릭터를 선보인 것이 한편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것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여진구가 그려놓은 이훤만 봤기에 어색해 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우를 잃고 방황하고 외로웠을 이훤을 생각한다면, 제정신으로 온전히 그대로 따뜻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더 어색할 것입니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 권력과 부를 다 얻으나 내 마음은 얻지 못할 것이다 " 말하는 이훤의 현재 상태는 말그대로 차가움 그 자체죠. 어디하나 기댈때 없는 이훤이 차가운 궁에서 믿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변한 이훤이 월이로 분한 연우를 다시 만난 다면 다시 이전의 이훤으로 깨어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의 흐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김수현이 그런 것을 염두했다면, 지금의 오버된 변화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런 이훤이 우연하게 연우랑 조우하며 옛 모습을 찾는다면 그 보다 설레이는 것이 없겠죠.
김수현이 첫 촬영한 날이 지난 달 말부터라고 하니, 여진구가 먼저 그려놓은 캐릭터와 자신이 그려놓은 캐릭터의 갭은 어쩔수 없을 것입니다. 따로 일관된 캐릭터를 유지하고 아역의 캐릭터를 분석해서 나올수가 없을 것이고, 그러니 각자 자신이 맡은 분량에서 느끼는 배역의 상황에 따라 캐릭터를 설정하고 연기하는 것이죠. 여진구는 풋풋하게 연정을 만난 소년 시절을 그렸기에, 그에 맞는 상황에 따라 개구지기도 애뜻하기도 하고 절절하게 울기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연우가 죽고 세월이 흘러 성장한 이훤은 어린날과 다른 환경에 처해있죠. 그런 상황에 맞게 김수현은 김수현만의 이훤을 그렸다고 봅니다.
시청자들이 느끼는 어색함이라 느끼는 그 느낌을 날리기 위해 김수현은 이제부터 여진구가 그린 이훤을 넘어 새로운 이훤을 그려내야 합니다. 이것이 앞으로 김수현이 해야할 과제입니다. 물론 그 시작이 워낙 여진구가 그려놓은 그림자가 짙기에 아직 초반이라 의견이 분분하지만, 단 30분의 등장으로 아직 김수현이 그린 이훤을 다 아는듯 연기를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