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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첫방, 위기의 일밤 구할 수 있을까? 본문
설날 큰 화제를 뿌린 '미스터리 음악쇼-복면가왕'이 드디어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정규편성이 되면서 첫 방송을 시작했다. MC 김성주의 진행과 김구라, 김형석, 홍은희, 돈스파이크, 신봉선 등의 패널들! 그리고 새롭게 무대를 빛내주기 위해서 더욱 화려해진 복면을 쓰고 등장한 8명의 스타들이 정규편성에 맞는 멋진 반전무대들을 선보이며 흥미를 끌었다. 첫 방송의 포문은 바로 1대 복면가왕이었던 EXID 솔지의 '마리아' 무대였다. 솔지는 '복면가왕'이 정규편성을 이끌 수 있게 한 장본인 중 하나다.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엄청난 노래실력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솔지! 그녀는 무려 10년간의 무명 설움을 '복면가왕'에 출연하며 풀었다. EXID 자체가 참 사연 많은 그룹이고, 솔지는 그 중에서도 데뷔 10년만에 가창력을 인정받은 짠한 멤버였다. 모두의 편견을 벗기 위해 가면을 쓴 채 오로지 노래만으로 승부를 벌이는 '복면가왕'의 취지에 딱 맞는 솔지의 비상은 뭉클했다. 이날 '마리아'를 열창하던 솔지는 더욱 화려한 날개짓을 보여줬다. 소름돋는 기교와 함께 더욱 열창 가득한 무대를 선보인 솔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아름답게 비상하는 자랑스런 언니의 모습에 같은 멤버 하니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곁에서 솔지의 고생을 지켜본 멤버의 눈물이니 더 공감되었다. 이런 솔지의 성공처럼 제2의 솔지를 재발견시키는 것이 '복면가왕'의 큰 볼거리였다.
과연 이번에는 누가 솔지의 바통을 이을까? 첫방부터 쟁쟁한 실력자들이 포진해서 추리와 듣는 재미를 더했다. 첫라운드 대결은 '집나온 숫사자'와 '앙칼진 백고양이'의 '대낮에 한 이별'이었다. 진한 허스키 보이스 VS 부드러운 감성 보이스의 맞대결은 '앙칼진 백고양이'의 승리로 끝났지만 둘다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줘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놀라운 반전은 '집나온 숫사자'의 정체였다. 최근 예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강균성은 역시 실력파 노을의 멤버다웠다. 뛰어난 예능감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역시 그의 가창력은 최고였다. 그리고 백고양이의 정체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니가 아이비로 추측했는데 듣고보니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이어 '아싸 파랑나비'와 '황금락카 두통썼네'는 YB의 '나는 나비'를 열창해서 큰 박수를 받았다. 둘 다 고음이 쭉쭉뻗는 시원한 가창력을 지녔기에 화려한 기교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정체를 도통 짐작할 수 없었던 두 사람! 그런데 대결에서 진 '아싸 파랑나비'의 정체가 바로 배우 김지우였다. 출산한지 3개월만에 무대에 등장한 그녀는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으로 모두를 놀래켰다. '복면가왕'의 재미 중 하나가 바로 김지우처럼 가수가 아닌 스타들의 깜짝 가창력이다. 나가수나 불명이 가수들의 경연이라면 '복면가왕'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스타들의 경연이라서 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3라운드는 '꽃피는 오골계'와 '감전주의 액션로봇'의 남성대결이었다. 승리는 오골계가 차지했고, 액션로봇은 블랑카로 인기를 끌었던 반가운 개그맨 정철규였다. 그리고 마지막 듀엣 대결은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서(배우 박광현)'와 '날아라 태권소년'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였다. 어려운 노래를 범상치 않은 가창력으로 소화한 태권소년이 승리를 거뒀다. 워낙 독보적인 창법을 가졌기 때문에 왠지 대가의 포스를 풍겼던 태권소년! 김구라는 권인하씨가 분명하다고 자리까지 걸었다. 김구라의 추측이 맞다면 레전드까지 섭외한 제작진의 승부수가 대단하다고 밖에.
벌써부터 복면 속 정체가 궁금하다고 시청자들은 추측하기 바빴다. 작곡자 김형석마저 완전 허당으로 만들며 혼돈에 빠트리는 추리의 재미가 쏠쏠하다. '복면가왕'이 설특집 파일럿에서 정규편성이 될 수 있던 신의 한수가 바로 이점이었다. 과연 복면 속 스타의 정체가 누굴까 하는 엄청난 궁금증이 수많은 가창대결 프로 중 틈새전략으로 통한 것이다. 이들의 정체는 다음주에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엄청난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더 궁금하다.
하지만 쓴소리도 있었다. 패널들의 토크가 너무 많아서 산만하고 질질 끈다는 것이다. 정규편성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패널들의 추리가 더 늘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았다. 섭외에 공들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몇주간의 대결을 보여줘야 하고 분량을 토크로 채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추리가 이 프로의 한 부분이니까 패널들의 추리실력을 엿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아닐까 싶다. 다만 중간 토크를 어떻게 재밌게 살리는 가는 패널들의 재치에 달린 듯 싶었다.
이처럼 약간의 아쉬움과 큰 기대 속에서 첫 스타드를 끊은 '복면가왕'은 현재 큰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다. 바로 위기의 일밤을 살리는냐 마느냐의 실험대라고 볼 수 있다. 육아예능의 부흥을 이끌며 큰 사랑을 받았던 '아빠 어디가'가 끝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며 종영하고, 그 뒤를 이어 방영된 동물예능 '애니멀즈'마저 시청률 3%대라는 처참한 결과로 종영했다. 화려하게 부활했던 일밤이 다시금 위기에 봉착할 조짐이 서서히 비치고 있는 것이다.
3B(Beauty, Baby, Beast)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일밤이 꺼내든 건 바로 '복면가왕'이었다. 파일럿을 곧바로 주말예능으로 정규편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일 것이다. 여기저기 관찰예능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을 지닌 특색있는 예능이 절실했을테고 '복면가왕'은 설특집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얻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나가수3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창대결 프로를 하나더 추가하는 건 모험일지 모른다. 나가수처럼 '복면가왕'도 한계적인 상황이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에 일밤을 구할 별다른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MBC예능은 모험이라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복면가왕'은 당장에는 눈길을 끌 요소가 많은 건 사실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기에 섭외에 있어서도 나가수보다 한결 편하다. 새로운 신인 발굴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제2의 솔지를 기다리는 잠재력 많은 이들이 편견없이 도전할 기회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선 일단 뜻깊다. 이런 특이점을 가진 '복면가왕'이 당장 시청률에선 고전한다 해도 점점 화제성을 뿌리다 보면 추격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선 'K팝스타'가 끝나는 시점부터 사생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비슷한 음악예능이 끝날 때 바짝 추격하지 못한다면 일밤은 더 침체에 빠질테니까. 과연 '복면가왕'은 위기의 일밤을 구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