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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햅번 아들 '세월호 기억의 숲', 지겹다 반응 부끄럽게 만든 선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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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햅번 아들 '세월호 기억의 숲', 지겹다 반응 부끄럽게 만든 선행


딘델라 2015. 4. 10. 08:33

너무나 가슴 아팠던 세월호 참사가 벌써 1주기(4월 16일)를 맞게 된다. 아직도 그날의 아픔과 충격이 생생히 기억나는 데 가족들의 슬픔을 온전히 위로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친 바다 속에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실종된 자식이 다시 부모품으로 돌아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부모의 끝모를 기다림이 아직도 존재한다. 그래서 추모 1주기는 더 아픈 날일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해외에서 뜻하지 않은 손님들이 방문했다. 바로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 오드리햅번의 아들과 그의 가족들이다. 오드리햅번은 외적 내적으로 모두 아름다운 배우로 기억된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영화배우 이후의 모습에서 더 인상깊게 기록되었다. 그녀는 죽는 날까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 봉사하며 살아갔다. 그런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오드리 헵번 어린이재단'을 설립하며 아름다운 선행을 실천하고 있는 오드리햅번일가! 그 아들 숀 헵번 퍼레어가 이번에 선택한 나라는 한국 그리고 비극적이었던 세월호 사건이었다.

 

 

햅번의 아들 숀이 직접 제안해서 추진되는 '세월호 기억의 숲' 프로젝트를 위해 그는 가족들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유니셰프 등을 후원했던 어머니의 뜻을 따라 세월호 사고자들을 기리고 가족을 위로하고 싶다며 트리플래닛 측에 먼저 연락을 해 팽목항 인근에 세월호 기억의 숲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3000㎡ 규모의 세월호 기억의 숲에는 희생 및 실종된 아이들을 영원히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노랗게 물들을 은행나무가 심어질 예정이다. 전남 진도군에 부지가 마련되며 조성재원은 햅번가족의 기부금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또한 건축가 양수인 교수의 재능기부로 '세월호 기억의 방'이란 추모 시설물도 건립된다. 그곳에는 희생자와 실종자의 이름과 세월호 사건을 기억할 메세지와 상징성이 담기게 된다.  

 

 

1주기를 추모하러 먼 이국에서 날아온 이들의 행보는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인데 우리가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을 우리보다 먼저 적극적인 관심으로 추진해갔다. 그런 햅번 가족들은 기자들 앞에 정중한 모습으로 등장해서 또 한번 감동을 주었다. 저마다 노란색 상징물을 몸에 지난채 말이다. 노란 리본, 스카프, 장갑을 몸에 두른 이들의 모습은 매우 진중했고 정숙했다. 1주기를 맞으며 많은 이들이 노란리본을 잊고 있을 때 이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다시금 노란리본을 새겨주었다. 그런 모습들은 타국의 아픔마저 진심으로 공감하며 위로를 보내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자체도 너무나 감사한 일인데 세월호의 아픔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그들의 말과 행동은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했다.

 

 

세월호 비극을 접하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는 그는 하루에도 수만명의 어린이 사망자가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던 원인으로 죽어간다고 했다. 세월호가 더욱 가슴 아팠던 건 그 비극 속에 채 꽃피지 못한 어린 생명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수백의 어린 목숨들이 어른들의 욕심과 이기심에 허망하게 졌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이점을 강조했다. 숲을 볼 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그리고 가족들이 편안한 안식처에서 위로받을 수 있기를 그는 간절히 바랬다. 특히 세월호 사건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에 일침이 되는 발언도 남겼다.

 

"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탐욕이 있고, 선원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않는 상황에서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권의 문제다. 추모 분위기가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를 잃었다고 생각해봐야 한다.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할 법한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 미국이나 한국은 기술 수준이 발전한 나라지만, 세월호 참사처럼 개도국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출처:한겨레 인터뷰)"

 

충분히 지킬 수 있던 목숨들이 우리 사회의 불안한 시스템으로 죽어갔다. 외부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일은 그랬다.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우린 이를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정치적으로 편가르기를 하면서 오히려 세월호 가족에게 두번 세번의 상처를 주며 왜곡시켰다. 1년을 돌아보면 세월호 가족의 깊은 상처에 우리의 불편한 시선들이 더 깊은 상처를 보탠 시간들이었다. 가족들이 원한 건 진정한 진상조사인데 엉뚱한데 관심돌리고 심지어는 조롱을 보내기도 했다.

 

가족이 죽은 것도 서러운데 어떻게 그렇게 모질 수 있을까? 타국에서 온 이도 이런 비극은 누구나 공감할 일이라며 어떤 편견도 없이 이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우린 모진 1년을 보내며 어떤 것도 변한 게 없었다. 심지어 부끄럽게도 지겹다고 말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세월호 사건이 지겹다고. 어떻게 사람이 죽어갔는데 지겹다고 할 수 있을까? 외국인도 여전히 가슴 아픈 일이라며 영원히 기억하고 잊지 말자고 하는데 말이다. 그의 말처럼 내 아이를 잃었다고 생각하면 그 측은지심의 마음이 통해야 마땅한 일이다.

 

 

일전에 맹자도 인간의 선한 본성을 가리키며 측은지심을 강조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어린아이가 우물가를 기어다니다 우물에 빠지는 것을 보면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이라며, 그런 측은한 마음이 없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사람이 아니길 자청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중에는 정치인도 있었다. 국민이 허무하게 죽어간 일에 책임을 느끼기는 커녕 빨리 잊혀지기만을 기다리며 괜한 피로감만 쌓이도록 엉뚱한 식으로 호도하고 분탕질한 이들이 정치인들이었다. 모 정치인은 심지어 인양을 하지 말자고 아이는 가슴에 묻는 거라는 당당히 말하는 비정함까지 보여줬다. 그런 정치인의 수준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게 진짜 비극이었다.

 

또한 그런 이들의 주장에 맞장구치며 비정한 말들로 세월호가족을 모함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후손들이 살아갈 나라가 이토록 부실한 데 어떻게 남의 일처럼 비수를 꽂을까? 책임지는 게 두려워 근 1년을 끌어오면서도 제대로 매듭짓고 결정난 게 없다는 것이 씁쓸한 일이다. 세월호 사건을 두고도 이런데 다른 일들은 뻔하다. 그것이 곧 남의 일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나에게도 그와 같은 일이 닥치면 과연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인지. 결국 그 모자란 행동이 자신을 향할 때는 아차해도 늦을 것이다.

 

 

 

1년을 보내며 우린 무엇을 제대로 했을까? 그저 빨리 지우고 싶어 지겹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보내며 여전히 세월호 사건을 공감하지 않으려 했다. 외국인도 먼저 찾아와 은행나무를 심자고 두손두발 걷어붙였는데 한나라 정치인이라는 사람들마저 측은지심이 부족했다. 벌써 1년,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 1년이나 되었는데 바뀐 게 없다는 것이 더 비참한 것 아닌가? 그런데 어찌 잊으라고만 하는지!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세월호 사건을 또 다시 금방 잊는다면 그런 비극은 또 반복될 건 뻔하다.

 

오드리햅번 일가의 손에는 여전히 노란 물결이 넘쳤다. 그들은 수많은 은행나무를 통해 이 비극을 잊지 말고 되풀이 말자고 당부했다. 심지어 우리의 미래까지 걱정하면서 말이다. 진정한 선행을 베푸는 데 다른 수식어는 필요치 않았다. 그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안타까움이 그들을 한국까지 오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런 너른 인류애가 전하는 바는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우리의 비극을 스스로 치유할 수 없다면 더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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