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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연필 정체 소냐? 결정적 증거 두가지 본문
MBC '복면가왕'의 빅재미는 단연코 출연자들의 노래 자체에 있다. 그래서 선곡이 참 중요하다. 자신의 실력과 보이스 매력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최선의 선곡이 승패를 좌우한다. 특히 최근 출연자의 선곡대결이 흥미롭다. 지난주 김동욱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김광석)'와 포스트맨 성재와 커피의 듀엣곡 '숨소리'가 출연자들의 매력과 절묘하게 어울려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주도 2라운드에 진출한 출연자들의 선곡 역시 최고였다. 가장 인상 깊은 선곡을 보여준 건 상남자와 연필 그리고 커피였다. '상남자 터프가이'의 정체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였다. 그는 2라운드에서 나비부인 서영은을 이기고 3라운드에 올라가 '사의 찬미(윤심덕 원곡)'를 불렀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남다른 선곡! 나라를 잃은 슬픔과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절망이 그려진 '사의 찬미'는 임형주의 뚝심이 느껴지는 선곡이었다. 임형주의 성악창법으로 애절하게 표현된 노래는 진정성이 담겨 큰 감동을 주었다. 그래서 선곡 자체만으로도 그가 정체를 숨기는 것을 포기했다는 걸 느꼈다. 출연에 의의를 다한 멋진 선곡은 복면가왕의 품격을 높였다.
그리고 '아이 러브 커피'와 '사랑을 연필로 쓰세요'의 2라운드 대결은 정말 흥미로웠다. 둘 다 가왕에 올라가도 손색없는 실력으로 시청자들은 완전히 사로잡았다. 워낙 출중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라 누가 올라가도 가왕에 등극하겠구나 싶었다. 역시나 이들 중에서 가왕이 나왔다. 하와이 홍지민을 꺾고 가왕에 등극한 건 연필이었다.
우선 아쉽게 3라운드에서 탈락한 커피는 베스티 유지였다. 아이돌가수일거라 예상했는데 역시나 숨겨진 실력자 베스티 유지였다. 그녀가 노래를 잘한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잘할줄은 몰랐다. 2라운드에서 거미의 '기억상실'을 열창하며 놀라운 내공으로 또 한번 모두를 놀래켰다. 그녀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 멋진 선곡이었다. 쉬운 곡이 아닌데 자신의 곡인냥 완벽히 소화하다니, 정말 대진표가 아까울 정도였다.
가면을 벗은 유지는 비록 아쉽게 탈락했지만 비로소 대중에게 실력을 어필할 기회를 얻었다. 알고보니 그녀에겐 특별한 이력까지 있었서 더욱 짠했다. 하니 효린 송지은과 한팀으로 데뷔를 할 수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함께 연습했던 친구들은 다 뜨고 말았다. 당연히 속상한 맘도 컸을 것이다. 심지어 데뷔를 한 연예인임에도 연예인지망생이냐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그녀는 인지도가 약했다. 하지만 언젠가 노력한 댓가들이 빛날 날이 올 것이다. 이제라도 보석 같은 실력을 알렸으니 좋은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날 최고의 선곡은 연필의 '진달래꽃'이 아닌가 싶다. 커피의 만만치 않은 기세를 누르고 2라운드 대결의 승자가 된 것은 그녀가 부른 '진달래꽃'의 임팩트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연필의 정체를 두고 자두라는 추측이 많았다. 자두 창법과 몸짓을 그대로 재현해서 깜빡 속을 뻔했다. 하지만 이번 무대로 자두는 전혀 아니란 걸 느꼈다. 발랄한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능숙하게 락창법으로 변주한 목소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녀는 가녀린 음색과 파워풀한 허스키 창법까지 오가는 변화무쌍한 창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뛰어난 실력은 가수가 아니면 대박사건이 아닐까? 그래서 끼가 남달라 개그우먼이 아닐까 싶었는데 전혀 아닌 듯했다. 패널 이청아는 노래 잘하는 배우 라미란을 강력 추천했으나 라미란의 음색과도 다른 듯하여 진정 가수가 아닐지.
연필은 3라운드에서도 '유리창엔 비'를 절절한 발라드 감성으로 멋지게 표현했다. 이 역시 이전 무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담았다. 그러다 보니 김형석은 클레오파트라 김연우처럼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소유한 가수라고 평가했다. 완벽한 기교와 폭발적인 성량까지 겸비한 디바형 여자가수가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부 네티즌들은 그녀의 정체를 소냐라고 추측했다. 필자도 이정도의 실력을 보여줄 가수는 손에 꼽기에 여러 후보들 중 소냐가 유력해 보였다. 우선 쏘냐인 이유는 특유의 창법에서 느껴진다. 소냐는 미성일 때는 완전히 여린 음색을 보여주지만, 고음을 부를 때는 뮤지컬 가수처럼 힘있는 창법이 인상적이다. 흑인처럼 깊은 소울까지 갖춘 그녀는 혼혈가수로서 풍부한 재능을 물려받았다. 그래서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소냐의 특징이 묻어나는 것 같아 더욱 소냐임을 확신케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습관에 있다. 마이크를 쥐는 손모양과 노래를 부를 때마다 특유의 손동작이 평소 소냐의 습관과 일치한다. 가수들이 아무리 정체를 숨기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게 이런 특징적인 몸동작이다. 그녀가 열린음악회 등 여러 무대에서 보여준 몸짓을 살펴보면 연필과 매우 닮아 보였다. 습관은 좀처럼 버릴 수 없기에 노래가 절정을 향할수록 반복적인 몸동작이 튀어나왔다. 무엇보다 체형도 비슷하고 여러가지가 소냐를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연필이 개그우먼처럼 과장된 예능감을 보여주는 건 일종의 연막작전이고, 진짜 그녀의 정체는 파워풀한 노래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지 않나 싶다.
하여튼 새롭게 가왕에 등극한 연필이 진짜 소냐라면 쉽게 왕좌를 내놓진 않을 것이다. 홍지민이 그간 큰 웃음을 줘서 왕좌에 내려와 아쉬웠는데, 연필도 만만치 않은 개그끼가 보여서 기대가 된다. 아무리 작가가 시켜도 어쩜 그렇게 성대모사니 몸개그까지 완벽히 소화하는지!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연필의 모습이 홍지민 못지 않게 시청자를 즐겁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