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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루 가족사 논란에 담긴 씁쓸한 스펙사회의 폐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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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루 가족사 논란에 담긴 씁쓸한 스펙사회의 폐해


딘델라 2015. 10. 8. 17:20

얼마전 결혼을 발표해서 화제를 뿌린 배우 한그루가 가족사 논란으로 곤혹을 치뤘다. 한그루의 가족사가 갑자기 급부상한 건 온라인상에 ' 배우 한그루는 제 친동생이 아닙니다 ' 란 의붓언니의 글이 번지면서다. 한그루 기사에서 CF감독 아버지, 모델 출신 어머니, 이대와 서울대 출신 언니들에 고대생 오빠 언론플레이에 어안이 벙벙했다고 밝히며 한그루가 소위 명문대 언니 오빠들과 혈연적인 관련이 없다고 숨겨진 가족사를 공개한 것이다.

 

 

한그루가 재혼가정 출신이며 그녀에게 엄친딸 이미지를 따라붙게한 가족들의 스펙들이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얻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교류가 없는 한그루의 멋진 포장지로 가족들의 이력이 오르내리며 매일매일을 힘들게 한다고 불편한 심경을 표한 것이다. 의붓언니는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며 소속사에 정정을 요고했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들었다며 이제라도 가족사가 제대로 바로잡히기를 간절히 바랬다.

 

 

결국 한그루 측은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을 하며 오해를 부른 일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

 

" 먼저 저의 언니오빠가 어떤 이유로든 상처를 입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부터 전해 드리고 싶다. 앞서 보도된 언니 오빠 측의 내용과 같이, 그동안 기사화되었던 저의 '명문대 언니 오빠'는 저와 피가 섞이지 않은 양 언니 오빠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엄마를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새아버지 손에 자랐다. 초등학교 때 잠시 오빠, 언니들과 일, 이년 동안 한집에 살았었다. 그 후 오랜 시간 못 보게 됐고, 데뷔 후 인터뷰 때마다 형제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없다고 했을 때 혹시 언니 오빠가 기사를 보면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생각했기에, 또 나에겐 새로 생긴 가족이기에 형제 관계를 언니 두 명에 오빠 한명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결론 적으로 그 인터뷰로 인해 ‘엄친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게 된 건 사실이다. 그 기사를 통해 언니 오빠가 상처를 받았다면 너무 죄송하다. 그래도 한때 가족이었고 한 번도 잊은 적 없이 살아왔다. 얼굴을 볼 순 없지만 늘 기억하고 있는 새언니, 오빠가 제 인터뷰 때문에 상처를 받게 되셨지만, 언젠간 웃는 얼굴로 서로 마주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  

 

 

타인의 가족에 대해서 이러쿵 저렁쿵 말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게 된 점이 안타깝고, 양측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한그루의 입장에선 가족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땐 고민이 컸을 것 같다. 재혼가족이라 복잡한 사정을 일일히 설명하기도 어려웠을테니 어쩌다 쏟아진 말이 이렇게 커져버린 게 그녀 입장에서도 억울할 순 있다. 그래도 연예인이란 점이 여러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하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어쨌든 가족의 스펙을 먼저 꺼낸게 발단이었고, 그간 확실한 대응을 하지 않은 점이 사건을 키운 원인이었다. 자신의 발언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지금처럼 논란도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연예인이란 항상 신중한 대응만이 최선이다. 이와같은 논란은 자칫 거짓말이란 오명만 붙여 치명적인 이미지 실추를 남길 뿐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그녀가 주변을 배려했다면 결혼이란 경사를 앞두고 이런 곤란스런 일로 아픔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점이 안타깝다.

 

또한 의붓가족이 겪었을 상처도 십분 이해가 간다. 그들 입장에선 매번 쏟아지는 기사들이 자신들의 상처를 후벼파듯 전혀 배려없이 느껴졌을 것이다. 언론이란 항상 자극적인 것을 확대재생산하는 면이 크다. 집안 스펙처럼 사람들이 관심가지는 일을 엄친딸이란 과장된 수식어로 이슈를 끌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상대방 입장에선 매번 한그루가 화제를 뿌리면 덩달아 급부상하는 집안이야기가 남의 속사정도 모르는 기막힌 일이 아니였을까? 소속사에 입장을 전달해도 확실히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니 더욱 원망의 화살이 한그루를 향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온라인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되었는지 그간의 답답함이 느껴진다. 어쨌든 가족사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이렇게 밝히게 된 점도 그들 입장에선 편치 않았을 것이다. 다만 배려하는 마음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큰 게 아닐지.

 

 

하필 최근 한그루의 결혼소식을 전하는 여러 언론들의 행태가 일을 더욱 부추겼다고 본다. 온통 결혼소식을 전하면서도 언론들이 관심을 가진 건 남자친구의 집안과 스펙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녀의 가족도 대단하다며 의붓언니가 불편해하는 가족들의 스펙들도 함께 거론하며 엄친딸 한그루란 자극적인 타이틀로 특종경쟁을 벌였다. 그 모든 것이 한그루가 엄친딸이라며 홍보를 위해 벌인 일은 아니라고 본다. 원래 언론이란 가십거리가 뜨면 과거의 발언들을 매번 곱씹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런 과정 속에서 한그루가 엄친딸 이미지를 얻게 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들도 자극적인 이슈경쟁으로 클릭을 유도하려고 확대한 면도 크다.

 

그래서 이번 가족사 논란을 통해서 또 한번 우리의 씁쓸한 스펙사회의 폐해를 느꼈다. 애초부터 왜 가족들의 스펙이 화제가 되어야 했을까? 우린 스타들의 집안내력에 너무나 관심이 크다. 연예인이 연기 잘하고 노래 잘하면 그만인데, 항상 스펙이 남다르면 뭔가 대단한 일인냥 추켜세우곤 한다. 그러다 보니까 스타들도 덩달아 집안이 어떻고 누구는 어디에 다니고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십거리를 쏟아내게 된다. 아마 한그루도 은연 중에 그런 말을 꺼냈을 수 있다. 복잡한 가족사가 가져올 파장은 생각지 못하고 자랑처럼 말이다. 그것이 의도든 아니든 간에 언론에게 엄청난 가십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언론들은 그런 스타들의 대단한 집안내력이 자극적인 관심을 끄니까, 너 나 없이 엄친딸 엄친아란 타이틀을 붙이며 이슈화시킨다. 그렇게 수많은 엄친아들이 연예계에 양산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엄친아란 말도 왜곡되었다. 엄마 친구 아들이란 말에서 출발한 엄친아는 나와 비슷한 또래가 좋은 스펙을 스스로 일궈낸 경우를 빗댄 말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소위 금수저도 엄친아라 부르고, 가족들의 스펙이 좋으면 덩달아 엄친아라 부른다. 너 나 없이 엄친아 타이틀을 조금 더 쉽게 따게 되었다. 자극적인 화제를 위해서 언론과 방송이 부풀린 엄친아 이미지는 스타들에게도 독이 된 경우가 많다. 결국 연예인에게 주변의 부차적인 것은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연기나 노래처럼 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엉뚱한 것들이 이슈만 되면 곱지 않은 시선만 받는다. 그럼에도 언론과 방송들은 포기를 모른다. 최근에는 금수저 연예인이라며 순위까지 매기고 있으니 말이다.

 

언론들이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며 스펙을 찬양하는 모습 속엔 스펙사회의 어두운 그늘이 있다. 어디 연예가 뿐만의 일일까? 내 이력서에서 왜 가족이 무엇을 하는지도 밝혀야 할까? 우리 사회 곳곳에도 곁가지에 관심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도넘은 스펙사회에 이제는 가족의 스펙까지 걱정을 하게 되었으니...그런 사회풍토가 연예계까지 번져서 쓸데없는 가족내력까지 이슈화되게 만들었다. 만약 아무도 그들의 가족이 어떤지 무얼하는지 서로 관심두지 않는다면 어땠을까? 진짜 자랑할 스펙은 나 자신 밖에 없다며 부차적인 게 하등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회라면 과연 어땠을까? 그렇다면 굳이 왜곡된 엄친딸 이미지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명하며 서로가 아파하는 일도 조롱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한그루 가족사는 그들이 알아서 풀어낼 일이다. 이 문제 또한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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